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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 작성일 2021-12-01
  • 조회수 2,654

[창작 - 희곡]

기존 〈글틴스페셜〉이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식물인간



어단비





등장인물


남자
여자
기타
외 1명


무대


와이드한 무대 위, 센터에 침대, 침대 옆 협탁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무대 바닥 상하수 양옆으로 마킹테이프가 화살 표시처럼 붙어 있고.
군데군데 겹쳐진 선은 마치 너비와 길이 x, y같다.
암전 상태인 무대를 걷는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
이내 들려오는 외 1명의 목소리


외 1명유엔 산하 IPPC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에 관한 비관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PPC에 따르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3도 이상으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체 조명 in
상하수 양옆으로 마킹테이프가 화살 표시처럼 붙어 있는 무대
무대 중앙 침대엔 남자 여자 누워 있다.
외 1명이 수화를 하며 대사를 이어 가고
하수에 스탠드처럼 서 있는 기타는 8박자로 탭 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외 1명(수화를 함께하는) 이에 과학저널 네이처는 뼈를 깎는 탄소배출 억제와 지구온난화 억제 조치를 하지 않으면 2100년 자칫 지구는 여섯 번째 대멸종과 더불어 죽기 전 인류재앙을 보게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점점 격렬해지는 탭 소리,
기타의 탭 댄스는 처절해 보이다 이내 조금씩 잦아든다.


* 외 1명은 계속해서 무대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현 상황을 수화로 설명한다.


남자(잠시 뒤 놀란 듯 잠에서 깨며 자리에 앉아 호흡하는)


여자(뒤척이며 깨어나며) .......왜 그래? 꿈꿨어?


남자(호흡 고르며) ... 하아... 하아... 어...? 어....


여자(배를 감싸며) 어휴 놀래라... (호흡 고르며) 노티스 지금 몇 시야?


남자(탭 댄스 속삭이듯 작게 치며) 지금 시간은 여섯 시 삼십 분입니다.


남자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여자그런가 봐.


남자슬슬 준비해야겠네.


여자응.


남자너는 언제야?


여자다음달.


남자지겹다 지겨워.


여자물 줄까?


남자응. 고마워.


여자(침대 옆 협탁에 놓인 이름표가 붙여진 300ml 물통을 건네는)


* 300ml 물통엔 시간대별로 하루 먹을 양이 눈금 표시 되어 있다,


남자(표시된 눈금만큼 먹는)


여자(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 창문을 바라보는 것 같은) 근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남자(여자를 바라보는)


기타(탭 댄스 점점 격렬하게 추는)


여자(겁에 질린 목소리로) 자기야..?


남자왜?


여자잠깐만 이리 와봐.


남자(귀찮아서) 아 왜?


순간 통행금지 사이렌 소리가 무대 안에 가득 퍼진다.
탱크 소리 점점 커지는, 그때 포탄소리 쾅!


여자꺄아아아아.


남자(잔뜩 몸을 움츠린 뒤 고개 드는) 뭐야!?


여자빨리 이리 와보라고!!!


남자(창문 쪽으로 걸어가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무대 안으로 탱크 수십 대의 그림자.


남자서울 한복판에 웬 탱크.


여자정부군 탱크 같은데?


외 1명총을 버리고 자수하면 생명을 보장한다. 총을 버리고 자수하면 생명을 보장한다. 시내 모든 곳을 정부군이 장악했다. 손을 들고 나와라 투항하라. 손을 들고 나와라 투항하라 총을 버리고 나오면 생명을 보장한다.


남자(다급히) 얼른 창문 닫아.


여자어? 어. (창문 닫는 움직임)


탭 댄스 소리 잦아들고 이내 멈춰서는 기타.
서로 다른 생각에 잠긴 두 사람의 모습.


남자(이내 시큰둥해지는) 노티스 몇 분 남았지?


기타25분 남았습니다.


여자뭔 일인지 나가 봐야 하는 거 아냐?


남자괜히 나갔다가 총 맞아 죽을 일 있어?


여자그래도...


남자하여간 시민군 새끼들 이제 하다하다 총까지 들었나 보네.


여자너는 왜 시민군을 욕해?


남자그럼 누굴 욕해?


여자당연히 정부 아니야?


남자(의아) 왜?


여자개인의 자유를 수년간 침해하고 있잖아.


남자무슨 침해?


여자(물통을 들어올리며) 이런 거? (노티스를 가리키며) 저런 거?


남자(속삭이듯 채근하며) 야 그걸 아는 사람이 겁도 없이 주절거리냐? 목소리 좀 낮춰. 괜한 의심 사지 말고.


여자(기타를 바라보며) 노티스 카메라 꺼.


기타현재 카메라를 끌 수 없습니다.


여자(한숨)


남자(노티스를 의식하며) 저건 폭동이야 폭동.


여자저게 어떻게 폭동이야?


남자폭동이 아니면?


여자혁명이지. 폭동은 목적이 없지만 혁명에는 목적이 있잖아.


남자(눈치 보며 버럭) 야!!


여자왜 내가 틀린 말했어?


남자(쉬쉬) 조용히 하라고.



여자없는 자리에서 누굴 욕 못 해?



남자(답답) 거 참...



여자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남자오늘따라 진짜 왜 이래?



여자내 말은 지금의 정부는 헌법 위에 있다는 거지.



남자국가는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필요한 때에만 벌률로써 제한한다.



여자(노티스를 흘기며) 이런 식으로 공공복리를 위한다?



남자그럼 이게 공공의 복리를 위한 정책이지 뭐야. 지구가 곧 열적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데. 당연히 강경정책은 필수 아니야?



여자근데 그게 왜 힘없는 우리들한테만 의무를 강요하는데



남자우린 힘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없는 거야.



여자(빤히 바라보다) ........ 그게 더 슬퍼.



남자그냥 우리는 하라는 대로 하면 돼. 숨 쉬라고 하면 숨 쉬고 움직이지 말라고 하면 움직이지 않으면 돼. 뭐가 그게 어렵냐? (짜증난다는 듯) 노티스 지금 몇 시야?



기타여섯 시 사십 분입니다.



남자나노캡슐 어디 있어?



여자(한숨, 협탁에서 찾아 건네는) 여기.



남자(캡슐 삼키고) 일단 화장실부터 빨리 가야겠다.



기타나노칩이 태블릿과 연결됩니다.


남자 잠시 퇴장
띠릭-
태블릿 전원 들어오는 소리


기타(AI처럼) 이름 김도건, 나이 마흔하나, 생체리듬 정상, 지금부터 도건 님의 정보를 프로그램과 동기화합니다.


남자 소변보는 소리


여자(혼잣말처럼) 근데 진짜 뭔 일인지 나가 봐야 하는 거 아닌가?


기타(들고 있던 태블릿에 전원이 켜지고, 버퍼링이 시작되는 화면)


남자(목소리) 나 25분 뒤면 움직임 제한이야. 나갔다가 죽을 일 있냐?


여자귀는 밝아 가지고. (무대 중앙 창문을 여는 시늉. 무대 쪽을 바라보는 여자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노티스 몇 분 남았어?


기타18분 남았습니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졸졸졸.
소변보는 소리보다 약하다.


남자(화장실 갔다 와 침대에 걸터앉아 협탁 열며) 하루치 영양 캡슐, 비상용 대소변 팩, VR 안경... (여자 힐긋 보며) 창문 닫으라고 했다.


여자(창문 닫는 시늉) ... 어.


남자근데 너 오늘 몇 시에 나가?


여자안 붐빌 때 트램 타려면 이제 슬슬 준비해야지.


남자(VR 낀 채) 시간 여유는 있어?


여자응.


남자그래? (안경 벗고 짐짓 아무렇지 않게) 그럼 잠깐만 이리 와봐!


여자왜?


남자(채근) 잠깐만 와보라고.


여자(침대 옆에 앉으며, 가상의 창문 쪽을 계속 살피며 혼잣말) 근데 오늘 밖이 저렇게 소란한데 출근은 할 수 있으려나?


남자(여자 빤히 보는)


여자(왠지 기분 나쁜) 뭐야? 왜?


남자우리.. 시간도 조금 남았는데............ 한 번 할래?


여자(보는)


남자(기대) 어?


정적


여자.......미쳤나 봐.


남자한 번만 하자.


여자아 싫어.


남자(생떼) 한 번만 하자. 움직이지 말라니깐 더 움직이고 싶단 말야.


여자(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미쳤어?


남자(손을 덥석 잡는) 내 하루치 권장 칼로리 소모는 어떡하라고?


여자(어이없음) 알아서 해.


남자(강제로 당기며, 절실) 그럼 입술만 부딪치자 응???


여자왜 이래 하지 마!


남자(강제로) 한 번만.


여자(바둥) 놓으라고!!!!!!


남자(절박하게 강제로) .... 아니면 가슴이라도... 딱 한 번만...


여자(버둥대며 승강이, 실수로 제 손바닥으로 세게 남자 얼굴을 때리는)


남자(벌러덩 눕는)


여자(씩씩대며 호흡을 고르다 남자를 바라보며) 왜 이렇게 치근덕대.


남자(얼굴 만지고 가만히 있는)


정적


여자(괜히 미안) 그러게 내가 안 한다고 했잖아.


남자(아무 말도 않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 있는)


여자.... 야...


남자(차갑게) 왜.


여자너 삐졌어....?


남자... 아니....


여자(확신) 삐졌네.


조용한 집 안, 창밖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기타 다시금 탭 댄스 시작한다.


기타(호루라기를 부는)


외 1명(호루라기 소리에 이름이 묻혀) 00 반란을 일으켰다.


여자(창문 밖을 내다보며) 진짜?


남자(가만히 누워 있는)


여자들었어?


남자어.


기타(호루라기 소리)


여자(호루라기 소리에 이름이 묻힌) 00가 반란을 일으켰대.


남자근데?


여자너는 아무렇지 않아?


남자어차피 우리랑 상관없는 얘기야!


기타(호루라기 마지막으로 세게 불고 탭 댄스 잦아드는)


여자왜 이게 상관없는 이야기야?


남자나는 반란보다 내 개인적 욕구가 더 중요해.


여자(한심) 니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밖에 없냐?


남자뭐?


두 사람 눈을 떼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는 긴장감 팽팽.


남자(의미심장) ....너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여자별안간 웬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


남자나는 개인 혹은 소수 집단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이해 관계자들을 기만하고 이런 자신들에게 반발하는 다수를 제압하기 위해 무력행사도 불사하며 오로지 자신만의 권세와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여자뭐?


남자대외적으론 국가의 신뢰와 이미지가 추락했고 개인적으론 가장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역사였어.


여자(벙) 갑자기?


남자(아랑곳 X) 그들은 국민을 기생충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저 국가에 들러붙어 자신에게 필요한 양분만 빨아먹는 존재. 개인의 욕구만 충족되면 그들이 뭘 하든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여자(아까 맞은 곳이 걱정) ......너 괜찮아?


남자(바라보는) 너도 그들과 다를 게 없어.


여자그게 무슨 소리야?


남자지금 넌 나를 한낱 기생충 따위로 생각하고 있잖아!


여자(황당) 내가 언제??


남자지금.


여자그런 의도 아니었어!


남자아니 너는 그럴 의도가 없었더라도 내가 그런 의도로 받았다면, 이건 분명한 미필적 고의야.


여자(당황) 야!


남자틀린 말 아냐. 너는 지금 지금 날,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달려드는 우매하고 무식한 남자라고만 생각했잖아? 안 그래?


여자(황당) 그럼 아니야?


남자그리고 너가 나를 밀쳐내면 내가 상처받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여자(우물쭈물) 그건...


남자거 봐 맞잖아. 근데 말야. 너가 모르는 게 하나 있어.


여자뭔데?


남자지금 나는 국가 통치구조와 의사소통의 구조를 무력으로 통제 파괴하는 행위에 전면으로 맞서려고 했어.


정적
여자 빤히 남자를 바라본다.


여자....무슨 헛소리?


남자자 이제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우린 분단 이후 체제 불안을 틈타, 이승만이 친일 세력을 끌어들여 반공이데올로기를 구축한 이후 줄곧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의 네트워크가 된 것이 반공이데올로기인 거 너도 잘 알 거야.


여자갑자기 반공이데올로기가 왜 나오는데?


남자갑자기라고 생각하니?


외 1명탕.


기타탕.


여자탕?


남자탕!


여자뭐야?


남자저 소리 들리지? 저게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반공이데올로기의 증거야.


여자어떻게 저게 반공이데올로기야?


남자그들은 국가에 반하는 행동을 하며 무리 짓는 사람들을 두고 전부 반공이라고 생각해.


여자(주억거리는)


남자이데올로기가 삶의 가치를 높이는 도구인 건 틀리지 않은 사실이지만 인간을 위한 도구가 목적이 될 땐, 인간은 한낱 도구에 불과해진다는 거야. 지금껏 이 사회가 아무렇지 않게 사실 국익을 위한답시고, 인권을 무참하게 유린할 수 있었던 건 모든 건 인간이 이데올로기의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지.


여자인간이 이데올로기의 도구가 되었다?


남자그래. 너 지금껏 벌어졌던 대한민국의 비운한 역사가 흘러가 버리는 비극의 기록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여자(잠시 생각) ......그렇지?


남자아니, 니 생각은 틀렸어.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어.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 모든 것들이 이름과 모양새만 바뀌었을 뿐 다 똑같아.


여자똑같다?


남자그래 똑같아. 민주주의? 너 이 나라의 진짜 민주주의가 존재하다고 생각하니? (코웃음) 나는 아니야.


여자아니다?


남자그래.


여자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해?


남자할 수 있는 건 없어. 우린 그저 식물처럼 가만히 있으면 돼. 역사는 우리의 것이 아니야. 그들의 것이니까.


여자우리가 되찾은 역사도 있었잖아?


남자우리가 되찾은 역사? 아니? 우린 단 한 번도 우리 힘으로 주권을 되찾은 적 없어. 그저 ‘공교롭게도’ ‘그 시기에’ ‘마치 우리가 우리 힘으로 되찾은 주권처럼 보여지는’ ‘적당한 때’를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야.


여자적당한 때에 우연히 마주쳤다?


남자그래 적당한 때! 시간과 역사, 권력은 늘 우릴 기만해. 주권? 웃기지 말라 그래. 우리는 주권을 가져 본 적도 없어. 우리는 늘 어딘가에 종속되어 있었어.


여자종속되어 있었다?


남자그래 우리 인간들은 외부적으로 공기를 주입해 줘야 살 수 있는 존재들이야 종속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여자(아무 말도 않는)


남자사실 지금 이 뭣 같은 움직임 제한 시행도 그래. 나는 이 정책이 우주의 수명을 정말 늘리는지 모르겠어.


여자우리가 움직이는 것 자체가 세포 내의 atp의 형태를 저장된 화학에너지로 바뀌고. 화학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면서 대부분의 에너지가 폐열 되며 발산된다니깐.


남자정부에서 내놓은 강경정책이지.


여자그래.


남자근데 너 atp가 뭔 줄 아냐?


여자(당황) 어? 몰라.


남자모든 생명체 내에 존재하는 유기화합물이라는 뜻이야.


여자어쩌라고, 대충 알고만 있으면 됐지.


남자어쨌든 움직임 제한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부류들은 너 말대로 우리 같은 사람이 대부분이야.


여자(이제야 말이 통하는 듯한 느낌) ....맞아. 내가 말하는 게 그거야.


남자강경정책이라고 내놓은 거라곤 움직임 제한, 차는 월 소득 10억 이상이 되는 사람들이 탄소 배출 세금 무식하게 내면서 굴리고, 출산제한 법규 때문에 너는 3년에 한 번 임플라논을 갈아 끼고, 남자들은 정관수술. 그뿐이야? 우리가 언제 물 한 모금 시원하게 제대로 마셔 본 적 있니?


여자(주억거리는)


남자그런데도 불구하고 돈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랬든 이전의 일상과 변함이 없고. 아무리 정부가 강경정책을 내놓아도 늘 불법적으로 이를 어기는 사람들이 과반수야. 그 말은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세상이라는 거야.


여자(뭔가 희망에 찬 얼굴로) 그럼 우리도 안 지켜도 되는 건가?


남자아니 우린 좀 더 우아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저항해야 해.


여자저항?


남자넘치는 쓰레기 하나둘 주워 봤자 어차피 다음날 가면 또 새로운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게 이 사회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권력의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게 아니라 자유로워지는 거야 그거야말로 진짜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자유로워진다?


남자그래 진짜 저항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야.


여자(벌떡 일어나는) 그럼 우리 나가 볼까?


남자(다시 끌어당기는) 아니 앉아.


여자(앉는다)


남자우리가 나간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어. 우린 우리 방식대로 국가에 저항해야 해!


여자어떻게?


남자(느끼) 온몸으로 저항하는 거야!


여자온몸으로 저항한다?


남자국가가 뭘 하든 우린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해.


여자하고 싶은 걸 한다?


남자그거야말로 우리가 국가의 이데올로기에 놀아나지 않는 생존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적
한동안 마주 보는 두 사람


남자(정적을 깨며) 그러니까.. (꿀꺽) 나.. 가슴 한번 만져 봐도 돼?


여자(어이없음) 뭐?


남자우린 숨은 아나키스트들이야


여자(보는)


남자(천천히 여자의 가슴에 손을 뻗는) 국가 권력에 온몸으로 저항하자.


여자(다가오는 남자의 손을 바라보며)


남자이제...만져도 돼?


여자응.


남자(여자의 가슴에 손을 갖다 대는) 하아... 좋다...


여자(무표정) 노티스 지금 몇 시야?


기타여섯 시 오십 분입니다.


여자10분 남았는데?


남자(여자에게 스킨십) 너는 아무 걱정 마 빨리 끝낼게.


여자(받아 주며) .... 그래서 말인데...


남자(정신없이 여자를 탐하며) 어.


여자......나 임신했어.


남자(깜짝 놀라 여자에게서 손을 떼는) 뭐?


여자임신했다고


남자진짜야?


여자응...


남자왜 그랬어??!!


여자.......저항하라매?


남자이게 어떻게 저항이야?


여자너가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걸 하라며?


남자임플라논은 어쩌고?


여자..... 뺐어.


남자너 그거 위법인 거 몰라?


여자(노티스 눈치 보며) 몇 달만 쉬고 다시 하려고 했어.


남자(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아... 진짜 씨.


여자......... 어떻게....?


남자지워야지.


여자뭐?


남자지우라고, 일단 자진 신고부터 해. (휴대폰 드는)


여자(휴대폰을 쳐내며) 싫어.


남자너 미쳤어?


여자우리... 그냥 낳으면 안 돼?


남자너가 아주 돌아도 단단히 돌았구나.


여자왜. 시민군들은 잘만 낳아 키우던데.


남자그게 잘 키우는 거니? 거지처럼 키우는 게? 어떻게 이따위 세상에서 애를 낳을 생각을 하냐?


여자왜... 이보다 더 어려울 때도 애 낳았대.


남자그때랑 지금이랑 같아?


정적


여자그럼 우리... 시민군 쪽에 서면 어때?


남자(그제야 노티스를 의식하며) 야이씨 노티스가 듣고 있어 목소리 낮춰.


두 사람 모두 노티스(기타)를 바라본다.


여자(노티스에게 시선 떼고) 내가 임신하고 가장 신기한 게 뭔 줄 알아?


남자뭐?


여자무서운 게 없다는 거야.


남자야!


여자내가 무서운 건 뱃속에 아기뿐이야.


남자시민군 쪽에 서다 우리가 죽으면? 그땐 어쩔래?


여자그래도. 우리를 기억해 줄 존재가 이제 생겼잖아.


남자이게 진짜 미쳤나. (버럭) 너 진짜 정신 안 차릴래?


여자(당황) ....오늘 시민군이 이길지도 모르잖아....


남자그래 너 말대로 시민군이 이겼다 쳐, 근데 너 돈 있어? 애는 손가락으로 키우니? 돈이 있어야 키울 거 아냐.


기타움직임 제한 남은 시간 5분.


남자닥쳐 노티스.


여자닥쳐 노티스.


남자에이 씨... 시간 다됐네.


여자(바라보는)


남자일단 이 문제는 내일 얘기해


여자아니 지금 얘기해.


남자대체 애 낳아서 뭐 어쩌려고? 까질러 놓고 애새끼 고생만 시키려고? 너야말로 이기적이고 불손한 거 아니냐?


여자불손?


남자그래 불손! 그리고 우리가 애새끼한테 줄 게 뭐가 있냐?


기타탕!


남자봐. 저 소리가 니 귀에는 안 들려? 서울 한복판에서 들리는 건 이제 총소리뿐이야. 밖에는 무장한 시민들과 정부군이 부딪치고, 안에선 지구 종말 미루려고 돌아가며 식물처럼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 이 세상에서 뭐 애새끼?


여자그럼 이미 들어선 애를 지워?


남자그래 지워! 우리가 애한테 줄 건 배꼽밖에 없어.


여자그래도 낳을 거야.


남자이제 1도 남았어, 1도만 높아지면 이제 세상은 끝이야. 더 이상 발화되고 변화될 것도 없는 엔트로피가 최대치가 되면, 이세상은 끝이야.


여자지구 종말이 안 올지도 모르잖아.


남자지구 종말은 와.


여자(절실) 와도, 몇 백 년 후라고 했어.


남자웃기고 있네. 그럼 사는 게 지금보다 더 팍팍해지겠지.


여자.... 시민군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잖아?


남자시민군이 지면은? 어떻게 너는 하나만 생각하냐?


여자이길 수도 있잖아....


남자이겨도 달라질 것 없어. 위치가 사람을 만들어, 그들도 똑같아져.
두고 봐. 쟁취하는 순간 사라지는 게 혁명이고 역사야.


여자... 그래도 나는 낳고 싶어.


남자정신 차려 제발! 달라지는 건 우리 같은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 아니야. 우리들은 그저 이 세상 곳곳에 자리한 나무 같은 존재야. 세상이 변하지 우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여자아깐 하고 싶은 거 하라며?


남자그거랑 그거랑 같아!?


여자같아.


남자니가 그래서 나 같은 놈 만난 거야 등신아.


외 1명(총소리같이) 탕.


기타탕.


여자(가상의 창문 향해 걸어가면)


여자 눈앞으로 조명이 번쩍한다.


여자(눈살을 찌푸리는)


남자그런데도 엄마 할래?


기타10초.


남자니 눈으로 똑똑히 봐. 이 좆같은 세상에 우릴 낳은 부모 때문에.


기타9초.


남자우리가 사는 꼴을 봐라.


기타8초.


남자우리가 애를 낳는다고 해도 우리가 낳은 애새끼는 인간이 아니야


외1명7초.


남자나무지.


기타6초.


남자숲에 불이 나잖아? 타 죽는 건 나무지 인간이 아니야!


기타5초.


남자오늘 행동 제한 때문에 다섯 번 오줌 쌀 거 두 번으로 참아야 할 판에...


기타 4초.


남자애? 지랄하네. 진짜.


기타3초.


여자(남자의 생식기를 가리키며) 너 그건 왜 달고 나왔냐?


기타2초?


남자뭐?


여자(자신의 아랫배를 만지며) 나는 뭣 하러 이걸 가지고 있고.


기타1초?


여자우린 아이를 낳기 위해 태어난 거야. 이 병신아.


외 1명지금부터 남자의 움직임 제한이 시작됩니다.


남자뭐 병...... 휴우......나중에 얘기해.


남자는 최대한 움직이지 않게 자리에서 눕는다.
시선은 관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기타(태블릿을 들고 있는)


남자가 움직일 때마다 태블릿의 스코어가 변한다.


기타지금부터, 우주과학 생활건강 복지부에서 안내방송이 시작됩니다. 움직임 제한 10부제이신, 선생님들은 자리에 누워 주시길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준비사항은, 비상용 간이 오줌 줄, 배변 패드, 12가지 함유된 캡슐이며, 특별한 경우 아닌 이상 약물복용은 금지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우주과학 생활건강 복지부 장관님께서, 10부제에 관해 안내방송이 있을 예정이니, 참여자들께선 자리에 누워 귀를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외1명안녕하십니까? 우주과학 생활건강 복지부 국장 ‘마이킹’입니다. 이야기에 앞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항상 이 행동 제한 10부제에 관한.


여자우리 그냥 헤어지자.


외 1명의심이 드는 몇몇 원색적인 비난론자를 위한 항변이니, 귀를 열고.


남자(움찔거리는) 씨발 갑자기 뭔 개소리야!


외1명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누워 있는 남자, 서 있는 여자가 서로를 노려본다.


기타(들고 있던 움직임 센서 스코어가 올라간다)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외1명우리 인간은 움직일 때마다 세포내에 atp 저장된 화학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고 그중 대부분의 에너지가 폐열되어 발산되죠.


여자개소리는 너가 잘하는 거고.


남자뭐? (움찔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외1명저희는 우리가 움직일수록 우주의 죽음이 앞당겨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기타(움직임 감지 센서 스코어가 20이 된다)


외1명그래서 우리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인간의 움직임도 최소한하자는 겁니다. 이제 1도 남았습니다. 1도요? 1도면.


여자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은데 애 낳는 게 뭐 어때서?


남자낳는 게 어때서?


외1명다 죽습니다.


남자너는 그렇게 생각이 없냐?


여자뭣 같은 생각은 이데올로기가 하는 거고,


남자너...


여자너는 그냥 좆이나 까 잡수세요.


외1명딱 하루에 100번의 움직임이 세상을 구합니다.


남자(괴성) 모자란 년!!!!!!!!!!!!!


여자뭐라고!!!


남자(여자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어깨를 툭툭 찌르는)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들은 국가가 하라는 대로 하다 그냥 죽는 거야. 튀려고 뛰고 서다 총 맞아 뒤지는 거라고.


여자(뒷걸음질 치는)


남자너가 그러고도 정말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모성이라는 게 다른 게 있는 줄 알아? 행복한 삶을 줄 수 없음 애초에 낳지 않는 게 진짜 모성이다. 이 식물 같은 년아!!!!


여자(남자를 노려보는)


외 1명100번! 당신의 생각이 우주를 구하고 세계를 구합니다.


사이렌 소리


외 1명당신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할 때입니다.


‘지지직’거리는 스피커(E)
이내, 마이킹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시민군의 목소리가 혼선되는


기타시민 여러분 지금 정부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모두 시청으로 오셔서 정부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는 시민들을 살려 주십시오. 우리 형제자매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끝까지 시청을 사수할 것입니다.


정적


남자내 말이 맞지? 시민군들에겐 희망이 없어!


여자(창문 밖을 바라보는)


기타시민 여러분 지금 정부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모두 시청으로 오셔서 정부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는 시민들을 살려 주십시오. 우리 형제자매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끝까지 시청을 사수할 것입니다.


남자(다시 눕는) 그냥 내 말 들어 엉뚱한 소리 말고.


여자(협탁으로 걸어가 서랍에서 총을 꺼내 남자에게 겨누는)


남자뭐.... 뭐야.............. (침대에서 내려와 움직이는)


기타(태블릿 움직임 센서 무자비하게 올라간다)


‘지지직’거리는 스피커(E)
다시금 마이킹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외1명당신의 작은 행동이.


여자그냥 쏴버려?


남자너 진짜 미쳤어?


여자(총을 바라보는)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죽자.


외1명세상을 구합니다.


남자(뒷걸음질 치는) 야 그 총 내려놔.


기타(태블릿의 스코어는 90이 다 되어 간다)


여자식물처럼 사느니 인간처럼 죽자고.


남자야... 야... (태블릿 힐긋 바라보며) 나 이러다 진짜 행동 제한 와.


여자이래 뒤지나 저래 뒤지나. (여자 방아쇠를 건다)


남자(뒷걸음치며) 어..!!!!!!!어!!!!!!!어!!!!!!!!


기타(뒷걸음칠수록 미친 듯이 올라가는 숫자)


남자야아 야아!!!!!!!!!!!!!!!!!!


기타100! 도건 님의 남아 있는 행동 횟수를 모조리 사용하셨습니다. 이제부터 행동 제한 프로그램이 실행됩니다.


외1명지금까지 우주과학 생활건강 복지부 국장 ‘마이킹’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리에 우뚝 식물처럼 우뚝 선 남자.
정적


여자........꼴좋네.


남자(아무 말도 못 하는)


여자그러고 있으니 너 말대로 정말 식물 같다.


천천히 남자를 훑어보고 남자는 눈알만 굴리는.


여자(머리에 총을 겨누는)


남자(겁에 질린, 바지가 젖어들고 무대 바닥으로 소변이 흥건한)


여자(비식비식 웃다 웃음을 터뜨리는) 도건아. 우리가 지금 고통 받는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야. 모순된 사회 구조 때문이야. 우리가 각성하고 주체가 되려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저항해야 해. 아래가 한번쯤 뒤집어져야 위가 위기의식을 갖지. 그게 성공이든 실패든, 뭐든 시도해 봐야지 않겠어?


남자(부들부들 떠는)


여자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남자(눈물을 뚝뚝 흘리는)


여자너는 평생 그렇게 희망도 없이 그 자리에 서서 환멸만 느껴. 나는 밖으로 나가 희망을 꿈 꿀 테니까. (총부리를 거두고 돌아서는)


남자(몸을 움찔거리며 신음하는)


여자(배에 손을 얹으며) 이제 난 무서울 게 없어.


여자 소리를 쫓듯 무대 밖으로 퇴장
남자 몸부림치듯 움직이지만 요지부동.
기타, 외 1명 모두 무대 위로 퇴장하고
남자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며 신음한다.
무대 조명 점점 페이드아웃.
암전 상태의 빈 무대.
사이렌 소리 크게 울려 퍼지고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


외 1명시민 여러분 지금 정부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모두 시청으로 오셔서 정부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는 시민들을 살려 주십시오. 우리 형제자매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끝까지 시청을 사수할 것입니다.













배시현
작가소개 / 어단비

ㅇ 소설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데뷔프로그램 작가 12인 선정. 소설 달 가림 출판 및 우수도서 선정. 부산 국제영화제 북 투 필름 소설 달 가림 선정.
ㅇ 웹소설
21년 12월 1일 네이버 시리즈 연재 〈취준생 출근하러 갑니다〉 런칭.
ㅇ 희곡집
서울연극제 2018, 국립극단 희곡우체통 2019.
ㅇ 연극
〈그때 변홍례〉 서울연극제, 스파프 공식 선정,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그때 변홍례〉 선정.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그때 변홍례〉 선정 루투아니아, 스페인 공연.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선정. 국립극단 희곡 우체통 〈오보〉 공모 선정.
ㅇ 드라마
현 블러썸 엔터테인먼트와 계약. 16부 미니시리즈 집필 중.


《문장웹진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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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1
중국에서 퍼지는 한국 문학의 ‘전파(電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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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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