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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유감_10주년 특집] 글틴캠프, 마피아의 추억

  • 작성일 2015-06-15
  • 조회수 668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글틴캠프, 마피아의 추억




허승화





2010년 1월, 겨울이었다. 나는 19살이었다. 어느 청소년 수련원에서 글틴 캠프가 열렸다. 주변이 한적한 곳이었다. 그날은 날씨가 추웠다. 나는 따로 캠프장까지 찾아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캠프에 가보니 글틴 출신의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도우미로서 참가했고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비평글부터 시, 소설까지 한 해 동안 글틴에서 활동했던 주 장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내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적당한 곳에 앉아서 캠프에 참가한 같은 학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곧이어 캠프들이 으레 그렇듯이 구성원들은 몇몇 조로 나뉘어졌다. 대학생 언니, 오빠 한 명이 조장을 맡고 연령대가 다양한 글틴 친구들이 조원이 되었다. 나는 같이 온 친구와 나뉘어 다른 조로 배정이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낯을 가리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 상황이 조금 난감했다. 캠프는 총 2박 3일이었다. 첫째 날은 그럭저럭 지나가고 둘째 날 많은 프로그램이 몰려 있었다. 김경주 선생님의 시 강연을 듣기도 했다. 둘째 날 밤, 조끼리 모여 준비된 다과를 먹으며 함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 조원들은 서로 그다지 할 말이 없어 조장 언니의 농담과 끼리끼리 나누는 사소한 대화 사이에서 어색해하고 있었다. 최소한 내가 파악한 상황은 그랬다. 어떻게든 상황을 재미있게 만들어 보려는 조장 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우리는 앞에 놓인 과자를 잘 씹어 먹고 있었다. 그 방에는 갓 스무 살이 된 친구들이 두 명 있었고 두세 명의 고등학생과 역시 두세 명의 중학생이 있었다. 다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러다 조장 언니가 게임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심드렁했다. 다른 사람들은 쭈뼛거리거나 관심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장 언니는 무슨 게임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언니는 게임 이름을 나열했다. 고민 끝에 결국 우리는 마피아 게임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로서는 태어나 처음으로 마피아 게임을 해보는 것이었다. 조장 언니가 낭랑한 목소리로 게임의 룰을 설명해주었다. 나 외에도 마피아 게임을 처음해보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갓 스무 살이 된 두 명의 남학생도 조장 언니와 더불어 게임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였다. 세 명의 마피아 게임 전문가들이 게임은 일단 하면서 배우는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우리는 게임을 시작했다. 여기서 마피아 게임이란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겠다. 마피아 게임은 시민, 경찰, 마피아로 구성된다. 마피아는 시민을 현재 살아 있는 마피아의 숫자보다 적어질 때까지 제거한다. 한편 시민은 마피아가 누군지 가려서 낮의 재판에서 마피아를 모두 처형한다. 이것이 기본적인 목표다. 시민을 제외한 각 직업은 모두 밤에 특정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며, 직업이 뭐건 낮에는 떠들고, 마피아로 의심되는 사람을 지목, 투표하여 처형하는 일을 한다. 죽은 자의 실제 직업이 뭐였건, 일단 죽으면 말할 수 없다. 각자가 다른 사람의 직업은 절대 알 수 없다. 경찰이라도 마피아밖에는 알 수 없다. 게임에서는 사회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사회자는 조장 언니가 맡았다.
게임이 시작되자 서로 거의 말이 없던 우리 조원들은 갑자기 말이 많아지더니 대단한 승부욕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판에서 그저 눈치만 보고 있던 나는 선량한 시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 판에서부터 우리는 누가 마피아인지 알아내기 위해 흥분했다. 나는 우리 조원들의 연기력이 그 정도일 것이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상황이 낯설면서도 재미있었다. 두세 번째 판쯤에서 나는 마피아로 간택되었다. 그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동원해서 시민인 척했다. 그러나 게임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마피아임을 들키기 직전까지 내몰렸다. 나는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마피아면 내가 캠프가 끝나도 집에 안 갈 것이다.”라고 했다. 내가 말해 놓고도 어이가 없었다. 나를 의심하던 선량한 시민들은 나의 극단적인 공약에 결백을 인정해주었다. 우리는 거의 동틀 때까지 게임을 이어갔다. 몇몇 조원들은 말을 하도 해서 목이 쉬었다. 대단히 열정적인 밤이 다 지나고 몇몇이 나가떨어지기 시작했을 때쯤 우리는 방을 나섰고 다른 조 사람들 대부분이 잠을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연하지만, 나는 집에 가지 않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않았고 착한 조원들은 내 치기를 봐줬다. 밤을 새운 탓에 삼 일째 아침 내내 몽롱했다. 그러나 어젯밤 얼굴이 붉어지도록 주장했던 나의 결백을 곱씹으며, 집에 가는 길은 조금도 춥지 않았다.



작가소개 / 허승화(글틴 필명 : tmdghk49)

- 1992년생.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졸업영화를 준비하며 휴학 상태입니다. 또한 시를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글틴 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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