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 외딴방을 따라온 꿈

  • 작성일 2015-05-18
  • 조회수 756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



‘외딴방’ 을 따라온 꿈

- 『신경숙의 『외딴방』



박은성(소설가)



바닷가 섬마을에 무화과나무가 있었다. 소녀는 무화과나무에 올라가 바다를 보며 상상에 빠지곤 했다. 상상 속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졌지만, 소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을 만나기 전까지는.
『외딴방』에서 ‘열여섯의 나’는 생을 낚으러 고향을 떠난다. 열여섯의 소녀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산업체 특별학급에 다닌다. 열여섯 소녀는 노사분규와 유신체제 속에서 산업체 특별학급을 졸업하고 대학에 가서 작가가 된다.
『외딴방』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의 첫 문장에서 말했듯, 이 소설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지만, 사실에 가깝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무화과나무에서 공상에 빠져 있던 소녀에게 작가라는 것은 ‘다르게 태어난 사람들’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시골에서 상경해 공장 다니던 소녀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신경숙 작가는 소설로 보여 주었다. ‘다르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작가라는 것.
그 발견은 무화과나무에서 공상하던 소녀인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섬에서 ‘똥통학교’라고 불리던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열등감에 빠져, 공상으로만 작가를 꿈꾸던 나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길과 방법을 보여 주었다. 누구도 나에게 열등감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나에게 작가가 될 거라고, 해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겨울 나는 『외딴방』 속 소녀처럼 작가가 되기 위해 섬을 떠났다. 그리고 도시라는 괴물과 싸우며 내 꿈은 하루하루 작아졌다. 그러던 중 신경숙 작가 초청회에서 책으로만 봤던 작가를 만났다. 내가 섬에서부터 가져간 책에 작가는 써 주었다.
꿈을 이루길…….
그때의 감동과 설렘으로 내 꿈은 다시 한 뼘 정도 자라났다.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한 고된 과정들을 견뎠다. 꿈꾸는 사람들은 먼저 꿈을 이룬 사람들이 선 자리를 딛고 꿈에 다가가는 것이다. 나는 오랜 습작기를 거쳐 2014년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외딴방』의 소녀가 나를 이끌어 준 것이다. 그 소녀는 엄혹한 시기인 1979년 박정희 시해사건 시절과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과 노조의 탄압시기에 그 현장에 있었다. 소녀는 작가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공장소녀의 반대편에 서야 했다. 연약한 그 소녀를 지켜준 것은 가족과 그녀의 꿈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끌고 갈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내가 도시로 올라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소설로 쓴다면 열 권은 거뜬히 쓸 것이다. 그만큼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도시라는 괴물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등불이 돼 주었다.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 작가가 된다는 것만으로, 그 설렘으로, 나는 비루함을 견딜 수 있었다.
최근에 한 청소년의 글을 매체에서 본 적이 있다. 시나 소설을 전혀 모르던 소년은, 우연히 『외딴방』을 읽게 되었다.
“너는 우리들 얘기는 쓰지 않더구나.”
소설 속 이 한 줄이 그 소년을 변화시켰다. 그는 자신에게 쏟아진 이 문장으로 인해, 독서를 시작했고 작가가 될 결심을 했다. 20년 전 나를 이끌어준 소설이 20년 후 그때 내 나이의 소년에게 꿈을 찾아 주었다. 삶의 진실을 담고 있는 좋은 소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누군가를 변화시킬 힘이 있다.
소설 속에서 서른일곱 개의 외딴방 중 한 방에서 살던 사촌과 나는 각각 다른 꿈을 꾼다. 사촌은 사진작가가 꿈이었다. 그런 사촌이 가난과 줄줄이 딸린 동생들 때문에 꿈을 포기하려고 한다. 그때 '나'는 말한다.
“그렇지 않아. 잊지 않고 있으면 할 수 있어. 꿈을 잊으면 그걸로 끝이야. 언제나 꿈 가까이로 가려는 마음을 거두지 않으면 할 수 있어. 가고 또 가면 언젠가는 그 숲속에 갈 수 있을 거야. 거기까지 못 가도 그 근처엔 가 있을 거라구.”
공장에서 데모하던 노조원들이 끌려가 고문당하고, 급기야 공장이 문을 닫고 월급을 받지 못하던 그 시절에, 소녀는 외치고 있었다. 이 외침은 사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외침이었을 것이다. 또한, 꿈을 꾸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외치는 소리였을 것이고.
나는 작가가 될 거야.
내가 말했을 때, 너 따위가? 라는 주변의 반응들을 견디며 나는 글을 썼다. 습작기가 고단하여 글쓰기를 놓고 싶을 때, 열여섯 소녀의 외침이 들렸다. ‘가고 또 가면 언젠가는 그 숲속에 갈 수 있을 거야.’ 나는 신경숙 작가가 사인해 준 글씨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신경숙 작가는 그 후에도 『엄마를 부탁해』로 자신이 다가가고 있는 것에, 끝이 없음을 보여 주었다. 이제 문학에 첫발을 디딘 나는, 또 다시 『외딴방』을 펼쳐 읽는다.
작가는 『외딴방』에서, 숨겨 두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와 그때 자신이 문을 잠갔던 희재 언니의 방문을 열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내가 청소년기에 읽었던 『외딴방』에서 보았던 것은, 펄펄 끓어 넘치는 내 안의 열망이었다. 오로지 꿈꾸는 것에 다가가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매일 공장의 라인을 돌리고 있는 소녀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꾹꾹 눌러 필사하던 소녀만이 보였다. 그 시절에 내가 다가가고 싶었던 것을 소설에서 읽어 냈다면, 지금은 또 다른 것들이 보인다. 나는 지금 신경숙 작가가 내 책에 사인했던 때의 작가와 같은 나이가 되었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 소설에서 지금 다시 보이는 것은, 신경숙 작가가 문학을 대하는 방식이다. 얼마나 진지하게 문학에 다가가고 있으며, 쓰고 있는가. 그것을 지금의 독서로 읽어 낼 수 있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열여섯의 혹을 열일곱의, 열여덟의 당신이 있다면, 나의 『외딴방』을 손에 쥐여 주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꿈을 찾아주는 목소리, 고단하게 구부러진 길을 따라가 언젠가 이룰 수 있는 꿈을, 이 소설은 열여섯 소녀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그 소녀가 나이며, 당신이다.



박은성(소설가)


2014년 《영남일보》 신인문학상에 「리플레이」가 당선되며 등단. 2014년 《문학나무》 봄호 「최초의 언어」 발표.



《글틴 웹진 5월호》


추천 콘텐츠

아무 문제 없음

아무 문제 없음 고비읍 오른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입을 틀어막고 참아 보려는 듯하지만, 결국은 끕끕 새어 나오는 소리. 내 바로 왼편에 앉은 아이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기 바빴다. 사방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 건 무대 위의 한 남자애가 울기 시작하고서부터였다. “부족한 저에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그 사랑 다 돌려드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요. 저를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 그 애는 울먹이느라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누군가가 크게 그 애의 이름을 연호하자 팬들이 한목소리로 그 애의 이름을 외쳤다. “연홍아, 울지 마!” “연홍아, 사랑해! 더 많이 사랑할게!” “최연홍! 행복하자!” 반짝거리는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눈부신 조명을 받는 무대 위의 남자애를, 이미 많이 행복해 보이는 그 애를 팬들은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나는 커다란 공연장 안을 둘러보았다. 2만 명이 앉아 있는 이 공연장 어딘가에 송리윤도 있었다. 다른 팬들처럼 송리윤도 그 애를 보고 울었을까. 더 사랑해 주겠다고 외쳤을까. 따로 연락도 한 적 없고, 밥 한 번 같이 먹은 적 없지만 그 애는 송리윤에게 사랑받았다. 아무 이유 없이. 아무 대가 없이. 세븐플래닛은 마지막 무대라면서 팬들에게 함께 부르자고 했다. 팬들은 노래 가사 전체를 다 알고 있는지 막힘없이 따라 불렀다. 3시간쯤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세븐플래닛이 불렀던 노래 대부분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노래들이었다. 애초에 나는 세븐플래닛에 관심이 없었다. 멤버가 몇 명인지, 이름이 무엇인지도. 관심도 없는 세븐플래닛 콘서트 티켓을 산 건 오로지 송리윤 때문이었다. “여러분, 오늘 즐거웠나요?” “네!” “행복했나요?” “네!” “저희도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멤버들은 돌아가면서 엔딩 멘트를 던졌다. 아까는 우느라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던 최연홍이 이번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세븐플래닛과 가디언이 함께한 지 벌써 5년이 됐어요. 이만하면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평생 서로 사랑하고 아껴 줘요. 알았죠?” 팬들은 큰 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다. 어딘가에서 송리윤도 같이 외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뭐야? 할 말 있어?” 송리윤이 근처에서 쭈뼛대는 내게 물었다. “저기…….” “쉬는 시간 다 끝나 간다. 아까운 시간 잡아먹지 말고 빨리 좀 말해 줄래?” “나도 갔었어, 어제. 세븐플래닛 콘서트 말이야.” 혹시나 반가워해 주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송리윤의 얼굴을 흘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송리윤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여느 때처럼

  • 관리자
  • 2022-10-01
너와 나의 알싸한 세계

너와 나의 알싸한 세계 백온유, 『페퍼민트』(창비, 2022) 김젬마 재난이 남긴 것들 백온유의 『페퍼민트』는 준비 없는 재난 앞에 닥친 기약 없는 기다림과 불투명해진 미래를 견디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은 ‘프록시모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돌보는 ‘시안’과, 슈퍼 전파자라는 낙인으로 두려움과 불안함을 안고 사는 ‘해원’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전염병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안과 해원은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였지만, 바이러스가 삶에 침투하자 이들의 평범한 일상과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식물인간이 된 엄마의 세계가 멈추고 자신의 미래까지 멈춰버린 시안은 돌봄 노동을 수행하느라 정작 자신의 세계여야 할 학교와는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그저 자신의 하루를 견디고 버티며 사는 것 외에는 그 어떤 희망이나 미래를 품을 수 없는 고단한 삶 속에 놓여 있는 시안의 일상은 위태롭고 무력할 뿐이다. 엄마가 깨어날 거라는 희망보다 엄마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진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엄마를 누구보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돌보지만 결국 모든 정성과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들에 지쳐 있다. 한편 슈퍼 전파자라는 무차별 공격으로 인한 불안함에 시달린 나머지 자신의 이름을 ‘지원’으로 개명하고, 이사와 전학을 선택한 해원은 자신의 과거를 감추고 마치 바이러스가 자신의 삶에 없었던 것처럼 평범하게 살아간다. 가족만큼이나 끈끈했던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6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지만 이들의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이 공백은 두 사람의 잃어버린 시간과 멀어진 마음의 거리만큼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들을 담고 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시안과 해원은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시안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해원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그동안 자신을 짓눌러 왔던 감정의 화살을 해원에게 돌린다. 해원은 유일하게 자신의 과거를 아는 시안의 등장이 당혹스럽기만 하고 지난 시간을 들추는 것 같아 불편하다. 희망 없는 현실을 견디고 있는 시안과 과거로부터 도망쳐 평범한 삶을 꿈꾸는 해원, 이 두 사람은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고여 있는 삶 재난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엄마와 이별을 한 시안은 식물을 돌보듯 엄마를 간병한다. 엄마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은 엄마가 썩지 않도록 기저귀를 자주 갈아 주는 것뿐이지만, 시안은 엄마의 미각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엄마가 좋아하던 페퍼민트 차를 매일 우려 입에 적셔 준다. 시안은 매일 같이 차를 우리며 어린 시절을 회상할 뿐 아니라, 절망과 무력함으로 점철된 일상에 작은 희망을 품으며 나름의 의식을 행하고 있다. 엄마는 고여 있는 것 같다가도 우리 삶으로 자꾸 흘러넘친다. 우리는 이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필 것이다. 우리는 썩을 것이다.(98쪽) 시안이 오랜 간병 경험으로 얻은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연민의 시

  • 관리자
  • 2022-10-01
K-할머니의 이름은

[리뷰 - 청소년소설] 기존 〈글틴스페셜〉이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K-할머니의 이름은 유은실, 『순례 주택』(비룡소, 2021) 김젬마 불편한 것들에 대하여 동화나 청소년소설에서 노년 여성 캐릭터는 대개 죽음이라는 소재와 연관되거나 주인공에게 정서적인 위안을 주고 성장을 돕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은 주로 돌봄 노동과 모성의 주체로 호명되다 보니 자신의 이름보다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로 불려 온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신을 이런 방식으로 규정하는 호칭들에 매우 민감한 이가 있으니, 바로 『순례 주택』의 건물주 순례 씨다. 75세인 순례 씨는 어머니, 할머니, 사부인, 동거녀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과 가족 단위로 엮이는 호칭들을 불편해한다. 이러한 호칭들은 순례 씨의 다채로운 삶과 이력들을 괄호 칠 뿐 아니라 순례 씨의 바운더리를 침범하는 무례함을 담고 있다. 순례 씨는 사별한 남자친구의 손녀인 수림을 손녀가 아닌 최측근으로 호칭 정리하며 할머니와 손녀라는 전형적인 관계 방식에서 벗어난다. 그는 ‘순하고 예의바르다’의 순례(順禮)에서 남은 인생을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기 위해 순례(巡禮)로 개명할 만큼 자신의 이름에 대한 애착과 소명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가족으로 소환될 뿐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경험이 없는 ‘K-할머니’의 이름은 자신을 옭아매는 규범적인 호칭들을 하나씩 덜어내며 재정의 된다. 순례 씨는 호칭뿐만 아니라 물질과 돈을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필요 이상의 것들을 덜어내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인간들과 쓰고 남는 돈, 썩지 않는 쓰레기가 인생 최대의 고민인 그는 푸짐하고 손 큰 할머니의 밥상이 아닌 노동력을 최소한으로 하는 간단하고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 순례 씨는 정직하게 땀 흘려서 노동하는 삶을 추구하며 세상과 물질에 욕심 없는 다소 초월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자기만의 경계가 매우 뚜렷한 인물이다. “월세 밀리는 건 참아도, 분리배출 제대로 안 하는 건 못 참”(80쪽)을 만큼 그는 순례 주택의 생활 수칙에 있어서만큼은 엄격하고 단호하다. 이렇게 순례 주택 입주민들은 공용 생활 수칙과 자신의 바운더리를 지키며 사는 것을 중요시하고, 무엇보다 이들은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53쪽)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유은실의 『순례 주택』은 고정된 공간과 다양한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며 기본적으로 순례 주택이라는 공동체의 복작거리는 삶을 그린다. 이는 사건이 인물과 장소의 활용도가 높고 이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시트콤의 형식과 비슷하다. 『순례 주택』은 등장인물의 이름, 나이, 직업, 특징 등을 세세하게 묘사하며 이

  • 관리자
  • 2022-09-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