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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티너 입시 & 진로 가이드] 한예종 극작과 재학생 인터뷰

  • 작성일 2013-10-15
  • 조회수 2,670



[글티너 입시&진로 가이드]


한예종 극작과 재학생 인터뷰




방보경 (문학특기자단 학생기자)




글 쓴다고 학생들이 공부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한다면 분명 글은 잘 쓰겠지만, 나아갈 길에는 한계가 있어요. 학문은 그 사람의 세계관을 만드니까요.


보통 극작과라고 하면 '극'만 배우는 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극작과에서는 시·소설 작법을 포함하여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제공하고 있어 글틴 문청들도 눈여겨보고 있는 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는 수준 높은 교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타 대학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진학해오는 실력자가 현역보다 많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또한, 김애란, 김사과, 유희경, 김승일 등 한예종 극작과를 거쳐 등단하는 작가들이 늘면서 인기가 늘고 있다.
방보경 글틴 학생 기자가 한예종 극작과에 재학 중인 김수빈(가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수빈과는 9월 7일 한예종 앞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근황을 묻는 말에 과제를 하고 있다고 대답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었지만, 김수빈은 인터뷰 신청에 기꺼이 응해 주었다. 커피 두 잔과 허니브레드를 시키고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서 긴장이 풀린 김수빈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방보경 : 어떤 계기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를 지원하게 되었나요?
김수빈 :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그 당시 한예종 출신 극작과 분께서 생활고 때문에 돌아가신 것 때문에 어머니께서 많이 반대하셨는데도 결국 넣었지요. 아버지께서 한 번뿐인 입시고, 한 번뿐인 열아홉이니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씀하신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어요.


방보경 : 입시에 도움을 준 책을 소개해 주세요.
김수빈 :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요. 언어능력평가에 출제된 책이에요. 책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보르헤스의 맥을 잇는 환상 문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방보경 : 면접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나요?
김수빈 : 처음에 들어갔을 때는 교수님들이 수능 끝났느냐면서 살갑게 맞아 주셨어요. 지원자들이 저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우선 인상 깊었던 책을 여쭈어보셨는데, 그 부분에서 점수를 많이 땄어요. 한국에서는 김승옥의 「환상수첩」, 서양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라고 말씀드렸거든요. 아직도 학생들이 김승옥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황지우 교수님은 대학 시절에 김승옥 작가의 글을 가장 인상 깊게 읽으셨다고 해요.
그 다음에는 2차 때 쓴 글에 대해 설명하는데, 혼났어요. 황지우 교수님께서 글을 보시고는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나중에 들어 보니, 동기 다섯 명 전부 혼났더라고요. 관심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나아지라고 혼내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인성 질문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김경욱 교수님께서는 글로써 어떤 세계를 그리고 싶으냐고 질문하셨어요. 허윤진 교수님께서는 자유와 평등 중에서 무엇을 우위에 둘 것인가 여쭈어보셨고, 황지우 교수님께서는 바다를 보면 생각나는 것 세 가지를 말하라고 하셨어요.


방보경 : 말씀을 들어 보니, 한국 문학뿐만 아니라 외국 문학도 꾸준히 읽으셨네요.
김수빈 : 저는 외국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한국 문학에는 일종의 틀이 있어요. 한 예를 들면, 한국문학에서는 '아버지'를 권위적이고, 타파해야 할 존재로 생각하잖아요. 박정희를 '국부'라고 부르는 것에서도 알 수 있거든요. 그걸 깬 것이 김애란 작가님의 「달려라 아비」예요. 그 소설의 구심점이 되는 생각은 '내가 아버지를 잃어버렸다'가 아니라 '아버지가 나를 잃어버렸다'잖아요. 그 소설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전의 개념이 지배적이었다는 거니까요.


방보경 : 대학 진학을 위해서 백일장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수빈 : 백일장이나 과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같은 학번 동기 중에서 글쓰기 과외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서사창작 전공이랑 극작 전공 통틀어 백일장 나가본 적 없는 사람도 많아요. 학원이나 과외 다니거나, 예술고등학교 문창과 다니는 학생들의 글은 만들어진 글이고, 얼마간 정형화되어 있잖아요. 저희 학교에서는 주로 학생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보는데, 글쓰기 능력이나 문체 같은 것은 수업하면서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방보경 : 문창과 수업과 극작과 수업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김수빈 : 기본적인 틀은 문창과와 비슷해요. 교수님마다 수업 방식이 다르죠. 1학년 1학기 때는 김경욱 교수님께 서사를 배웠어요. 먼저 과제를 써 오면, 합평 도중에 이론을 끼워 배우는 식으로 수업했어요. 2학기 때 시를 배운 이영주 선생님 수업은 이론 공부 한 시간, 합평과 평가 두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저희 수업은 낭독을 많이 하는 게 특징이에요. 비평하시는 분께서 낭독은 책을 읽어줌으로써 교감을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해요.


방보경 : 수업할 때 학생이 적어서 유리할 것 같아요.
김수빈 : 저희는 3, 4학년 때 일대일 수업을 해요. 교수님이 이름도 외워 주시고, 연락해서 밥도 사 주시는 게 좋아요. 소수정예니 질 높은 합평을 할 수도 있고, 도태되는 학생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방보경 : 기억에 남는 교수님을 얘기해 주세요.
김수빈 : 허윤진 교수님은 별명이 허블리(허윤진+러블리)예요. 매주 서평 쓰는 과제를 제출하면 다섯 줄 이상씩 코멘트를 달아주셨어요. 교양 수업은 오십 명 정도 들었는데, 이름과 얼굴을 다 외우실 정도로 학생 하나하나에게 관심을 쏟으셨어요.
김미월 교수님은 기억력이 좋으세요. 학생들이 글을 써 오면 도움이 되는 책을 알려주시는데, 그 책의 구절까지도 기억하고 계세요.
이영주 교수님은 저에게 시의 가능성을 가르쳐 주셨어요. 저는 중학교 때 시를 잠깐 쓰다가 고등학교 때는 전혀 쓰지 않았는데도 교수님 말씀을 듣고 시를 쓰고 싶어졌어요.
황지우 교수님 앞에서는 교수님 시집 얘기를 안 해요. 사람들은 제일 좋아하는 시인데,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제일 싫어하세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도 별로 안 좋아하세요. 오히려 교수님이 좋아하는 시는 대중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네요.


방보경 : 작년에 열린 돌꽃예술제에서 극작과는 무엇을 했나요?
김수빈 : 극작과에서는 축제 때 연극이랑 뮤지컬을 올렸어요. 음악원 작곡가랑 짝을 맺어서, 음악극을 올리기도 했어요.
전체적으로 힘들었어요. 연극학 수업 내에서, 저희 조가 일등을 해서 예술제에 극을 올려야 했거든요. 그래서 축제에 올릴 극을 제가 쓰고, 연출까지 도맡아 한 셈이죠. 배우들 스타일이 제각각이어서 그걸 조정하는 게 어려웠어요. 나이 있으신 분들은 대사 하나하나마다 의미를 따져 가면서 진지하게 연기하셨고, 젊은 분들은 역할을 제 의도와 다르게 각색했거든요. 또 제가 말을 잘 못해서 조명이나 음향 맡은 분들과는 거의 글로 소통했어요. 제가 종이에 지시할 부분을 적어 드리는 식이었어요.
하지만 발표는 재미있었어요. 연극에 양아치들이 등장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더 극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거든요. 여러 가지 실험적인 기법을 넣었어요. 일례로 한 선배가 티코를 타고 올라오는 장면을 끼워 넣자고 아이디어를 제시했어요. 일반적으로 연극에 차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 장면이 상당히 인기가 있었어요. 극작과는 축제 때 연극 말고도 뮤지컬을 했어요. 음악원 작곡가랑 페어를 맺어서, 음악극을 올리기도 했어요.


방보경 : 마지막으로 문청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김수빈 : 글 쓴다고 학생들이 공부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한다면 분명 글은 잘 쓰겠지만, 나아갈 길에는 한계가 있어요. 학문은 그 사람의 세계관을 만드니까요. 교수님 중에는 공부 못하는 분이 거의 없어요. 지난번에 한 교수님께서 글 쓰는 사람들은 문학, 역사, 철학을 꼭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나네요. 덧붙여서 제2외국어를 배우면 좋아요. 하루키는 일본 작가지만 모국어처럼 영어를 잘한다고 해요. 번역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영어로만 소설을 쓸 때도 있다고 해요. 저번에 학교 신문에 글을 올릴 때도 이 이야기를 한 만큼, 공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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