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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대신 남친

  • 작성일 2012-05-22
  • 조회수 604

 

청소년 테마소설

자아정체성_세번째

 

개 대신 남친

 

이상권

  

 

 


  내 몸에서 풀이 돋아날 것 같은 봄날, 가만히 있으면 풀이랑 나무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봄날, 일 년 중 딱 이맘때 봄날 중의 봄날, 꽃보다 잎새가 예뻐 보이는 며칠 중의 하루.

 

  토요일이라지만 집 안은 조용하다. 고3인 딸은 독서실에서 졸음과 대치 중이라는 메시지를 한 번 타전했을 뿐 더 이상 연락도 없고, 아내는 구석방에서 뒤늦게 겨울옷을 설거지한다고 꼼지락꼼지락하고 있을 뿐, 집 안을 염탐하는 바퀴벌레 한 마리 구경할 수 없다. 친구 아버지 칠순 잔치에 다녀온 나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졸다가 다시 눈을 떠서 신문 뒤적거리기를 되풀이하면서 일찍 들어온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몇몇 친구들이 2차를 가자고 잡아끌었으나 그다지 살가운 얼굴들이 아니어서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면서 집에 왔는데, 이상하게도 입만 궁금해지고 잠도 오지 않고 자꾸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기다려졌다. 봄이라서 그런가. 누구 불러내서 술이나 한잔할까, 그런 궁리를 해봐도 딱히 만만하게 떠오르는 얼굴이 없었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딸이 먹다 남은 사이다 병이 몸을 웅크리고 있다. 나는 김이 빠져서 사이다도 아니고 맹물도 아닌 그 어정쩡한 액체를 목구멍에다 털어 넣다가 얼굴만 찌푸렸다. 나비들이 그런 나를 보았다면 “이 좋은 봄날 왜 그러슈?” 하고 타박했을 것이다. 막걸리라도 있으면 궁금한 입이랑 자꾸만 허둥거리는 내 발을 한꺼번에 붙잡을 수 있었을 텐데. 아내에게 술이나 한잔하러 가자고 말을 붙이려고 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뒤돌아보았다.

 

  “정말 안 내놓을 거야! 너 정말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 이제 엄마 말을 알아들을 나이도 됐잖아. 덩치는 소만 한 놈이…… 낼모레 고등학교 갈 놈이…….”

 

  카랑카랑한 여인의 목소리가 내 고막을 마구 흔들어댔다.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진 깡통 속에 들어가서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잠깐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다가 천천히 베란다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여인은 내가 사는 연립주택 화단에 쪼그려 앉아 있는 아이를 손바닥으로 내리치고 있었다. 아이는 뭔가를 움켜쥔 주먹을 가슴에다 품고는, 얻어맞을수록 똘똘해지는 팽이처럼 버티고 있었다. 우습게도 아이의 가슴을 열기에는 여인의 힘이 무용지물로 보였다. 다른 자물쇠가 있어야지 힘으로는 아이를 제압할 수 없었다.

  “어서 내놔. 어서 안 내놔! 어서어! 너 정말, 너, 너, 너어…….”

  급기야 여인은 다른 수단을 강구하였다. 여인이 주변에서 주운 막대기를 쥐고 오면서부터 사태는 싱거워졌다. 아이는 막대기로 몇 대 맞자마자 비명을 지르면서 무엇인가를 떨어뜨렸다.

  “이놈의 새끼, 어디 더 해봐! 그렇게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이게 뭐야. 동네 망신 다 당하고…….”

  여인은 아이가 떨어뜨린 무엇인가를 집어 들고는 연립주택 아래쪽으로 사라졌다. 아이는 그 자리에서 작은 바위가 되어 눈물만 흘렸다. 나이에 비해 체구가 작은 아이였다.

 

  여인은 내가 살고 있는 연립주택 옆 동에 사는 찬수 엄마였다.

  아내와 찬수 엄마는 언니 동생 하는 처지였다. 참으로 묘했다. 아내하고는 성격도 달랐고 세상을 보는 눈도 전혀 달라서 기실 쉽게 서글서글해질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찬수 엄마는 김대중이라는 말만 나오면 “그 빨갱이 놈!”이라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빨갱이 타령을 하였고, “찬수가 고등학교 가기 전에는 강남으로 갈 거예요. 요새 강남과 비강남이 하늘과 땅 차인 거 알죠?” 하고 틈만 나면 강남 타령을 하였으며,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목사 탓을 하였고 끊임없이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목사를 찾아다니면서 틈만 나면 목사 타령을 하였는데, 아내는 그 셋 중 한 가지도 추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수 엄마는 아내를 끔찍하게도 챙겼으며, 남편이 열무같이 새파랗게 젊은 여자를 데리고 당당하게 집으로 들어올 때마다 “내가 미쳐, 저런 웬수, 웬수, 웬수……” 하면서 꼭 아내한테 와서 하소연하고 위로를 받으려고 하였다. 옷장사로 돈을 많이 버는 남편은 평생 바람을 피웠다. 찬수 엄마는 이제 싸우다가 싸우다가 지쳐서 남편을 포기한 지 오래라니, 늦둥이 외아들에 대한 집착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녀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걸겠다는 결연한 눈빛으로 무장하고 다니면서,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돈을 아끼지 않았고 아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주겠다는 목사라도 만나면 그를 신으로 모시면서 수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그래도 찬수는 국제중학교에 가지 못했고, 중학교에 가서는 성적이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초특급 과외 선생님들을 아들의 공부 참모로 앉혔어도 효과가 나지 않았다.

 

  10시가 넘었다. 아직도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가 나를 보고 한숨을 내쉬더니 휴대전화를 하였다. 어디냐, 언제쯤 올래, 왜, 힘들면 일찍 와서 쉬지, 괜찮아, 체력이 문제야, 체력이 떨어지면 안 돼, 내일은 푹 쉬어, 마중 나갈 테니까 연락해. 아내는 거의 혼잣말에 가깝게 딸이랑 통화했다. 보지 않아도 딸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고3이 되면서 딸은 거의 웃음을 잃었다. 중학교 때부터 미술 공부를 해오다가 지난겨울에 갑작스럽게 진로 변경을 하였으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뇌가 과부하에 걸리는 건 당연하다. 학원도 보내주고, 과외도 시켜 주었으나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네가 늦게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서두르지 마. 안 되면 재수해. 그런 맘으로 느긋하게 해.” 그래도 딸은 힘들어하였다. 너무 힘들고 외롭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우리는 부모로서 딸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학교에 보내 주고, 먹여 주고, 입혀 줄 뿐. 진짜 지금 딸에게 필요한 말, 어떤 절대적인 힘 같은 것들은 줄 수가 없었다. 가끔씩 딸이 종교라도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아내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보약이나 영양제를 좀 챙겨야겠다는 말만 하였다.

  곧바로 초인종이 울렸다. 찬수 엄마였다. 찬수 엄마는 들어오자마자 밤늦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흘리고는 찬수에 대한 타령을 늘어놓았다.

 

  “미안해, 미안해, 선민이 엄마.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안 와서……. 아무리 찬수가 잘못했어도, 심지어 도둑질을 했어도, 친정에 가서 지 사촌들 돈을 훔쳐왔어도, 손찌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어디 말을 들어야지. 아이고 말도 못해. 어려서도 숱하게 병아리 키우다가 죽을 때마다 눈물바람 해대는데…… 어느 정도 유별나야지. 찬수는 아장아장 걸음할 때부터 병아리며 오리며 햄스터며 그렇게 동물들이 보이기만 하면 사달라고 떼쓰고…… 그러다가 사온 동물이 죽으면 그날은 밥도 안 먹고…… 아이고 말도 마라야. 하여간 그때는 어려서 그러려니 했지. 크면 나아지겠지, 크면 나아지겠지 하고. 근데 중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야. 얼마 전에 어디서 다람쥐 한 마리를 가져왔는데, 사왔는지 어디서 얻어왔는지 통 말을 안 해. 날마다 지극정성으로 다람쥐만 들여다보고 있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부모한테는 살갑게 말 한마디 안 하는데, 다람쥐한테는 가서 ‘잘 잤니’ 어쨌니 하면서 볼을 비비고 야단이야. 학교 갔다 와서도 다람쥐한테 먼저 가서 종알종알…… 다람쥐가 제 말을 알아듣나? 하여간 듣고 있으면 저것이 혹시 자폐증이라도 걸렸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야. 어쨌든 그 다람쥐가 어제 갑자기 죽어버렸어. 그걸 보더니 엉엉 울어대고, 학원 가라고 해도 듣지 않고, 장례를 치르겠다나 어쩌겠대나…… 나 기가 막혀서…… 그래도 어제는 참았어. 근데 오늘까지 말도 안 하고, 학원도 안 가고, 죽은 다람쥐만 부둥켜안고 방구석에서 청승을 떨고 있는데 울화통이 터지는 거야. 대체 어쩌라는 거야. 죽은 다람쥐 붙잡고서. 선민이 엄마라면 화 안 나겠어? 집에서도 얼마나 실랑이를 했는지 몰라. 글쎄 죽은 다람쥐를 넣을 관을 만드는데…… 어디서 가져온 작은 판자를 연필 깎는 칼로 자르고 테이프로 붙이고…… 몇 달 전에 돌아가신 지 할아버지 입관하는 것을 봐서 그런지 꼭 그대로 하는데…… 와아, 돌아버리겠더라고. 그래서 동네방네 창피한 줄 알면서 일부러 그런 거야. 지 놈도 이제 클 만큼 컸으니까 창피한 줄 알라고, 정신 좀 차리라고…….”

  찬수 엄마는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내는 아무리 중학생이라고 해도 아직은 어리니까 그런 게 아니냐고 하였다. 그럴수록 찬수 엄마는 가지런히 빗질된 생머리를 흔들어댔다. “아냐, 찬수는 좀 심해. 지금까지 죽은 동물들을 어떻게 했는지 알아?” 찬수 엄마는 옆에 있는 나를 슬그머니 곁눈질하고는 나무를 깎아서 비석도 만들어 주었노라고 혀를 까불었다. 처음에는 그런 행동이 하도 가상하여 오히려 칭찬을 하였으나 점점 심해졌던 모양이다. 찬수 엄마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고 이를 악 물었고, 찬수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에 죽은 다람쥐를 끄집어내서 비닐봉지에다 싸서 들고 나가려고 하였다. 낌새를 눈치챈 녀석이 뛰쳐나와서 눈에다 도깨비불을 품고 노려보더니 순간적으로 죽은 다람쥐를 가로챈 다음, 지가 장례식을 해줄 거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때부터 죽은 다람쥐를 뺏기 위한 실랑이가 두 시간이 넘게 벌어졌노라고 한숨을 뱉었다.

  “장례식을 어떻게 하겠냐고 물으니까, 할아버지 장례식처럼 하겠다고 하면서…… 내일 아침에 발인을 하겠대. 나는 지금 당장 화단에다 묻으라고 했어. 녀석은 절대 못하겠대. 오히려 왜 맘대로 못하게 하냐고 소리치는데 미치겠더라고. 그래서 내가 강제로 끌고 나온 거야. 우리 집 화단은 공사 중이라서 선민이네 집 앞으로 온 거야. 여기다 묻어주려고.”

  “그래서 결국은 묻어준 거예요?”

  텔레비전을 보는 척하면서 끼어들 틈을 엿보고 있던 나는 슬쩍 찬수 엄마를 쳐다보았다.

  “예, 저 아랫동 반장네 화단에 있는 단풍나무 밑에다 묻어주고 왔는데…… 아아, 도대체 쟤를 어떻게 하면 좋아요?”

  찬수 엄마 역시 내가 끼어들기를 바란다는 눈빛으로, 어서 묘안을 가르쳐달라고 눈빛을 애절하게 보내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좀 유별나기는 해요. 찬수가 너무 여리고, 동물들을 좋아하고…… 그쵸? 하여간 보통 아이들하고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찬수 엄마는 손을 내저었다. 찬수는 단순히 동물을 좋아하는 그런 단계를 넘어서서, 어찌 보면 정신병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눈을 모들떴다. 엄마 아빠한테는 말을 안 해도 동물들한테는 다정하게 말을 붙인다니 그렇게 의심할 수도 있으리라. 나는 찬수가 보기 드물게 예민한 촉수를 가진 아이라고 귀여워하는 편이었다. 그랬는지라 정신병이라는 말은 너무 과장된 표현이라고 숨을 삭혔다. 찬수는 어린 시절 나하고 비슷한 색깔을 많이 가진 아이였다. 나는 찬수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걸 내색할 수는 없었다. 우리 딸도 찬수하고 색깔이 비슷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딸은 집에다 깡토끼와 햄스터 그리고 개를 키웠다. 하지만 이 앞 동에 살고 있는 집주인이 개를 소름끼치도록 싫어해서, 특히 집 안에서 개를 키우는 것만큼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고 눈을 부릅뜨는 바람에, 심지어 이사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내보내겠다고 으르렁거리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었다. 경기도 가평에 사는 후배네 집으로 개를 보내고 온 날, 딸은 나머지 동물들도 치워버렸다. 딸은 집주인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산 사냥개인 에어데일 테리어는 워낙 덩치가 커서 집에 오는 사람들마다 겁을 먹었고, 그 짖는 소리 또한 너무 커서 같은 동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항의가 많았음을 딸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였는지라 딸은 의외로 쉽게 개를 포기하였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특히 토끼를 가장 아꼈다. 토끼는 생김새가 귀엽다. 새끼도 잘 낳아서 기르는 재미도 짭짤했다. 한두 마리만 팔아도 당시로서는 상상이 힘겨운 용돈을 덤으로 만질 수 있었다. 형이랑 누나도 토끼를 좋아했다. 토끼는 우리가 용돈을 모아서 샀다. 어른들은 토끼를 기르는 일을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형이랑 누나는 중학교 교복을 걸치면서 토끼를 돌보지 않았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중학교 교복을 입은 뒤로도 토끼들이 싫지 않았다. 아니 더 좋아졌다. 그냥 토끼장 앞에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혼이 났거나 친구들이랑 싸우고 온 날은 더 많은 시간을 토끼장 앞에서 때웠다. 그냥 바라다보기만 해도 내 마음을 다 알아주는 것 같았다. 우리 토끼들은 병도 걸리지 않았고 토끼장 지을 틈을 주지 않고 불어났다. 그쯤 되자 어머니가 개입하였다.

  “시우야, 채소도 너무 많으면 솎아내야 해. 많으니까 좀 팔자. 너 용돈도 쓰고.”

  “좋아요, 그 대신 내가 팔라고 한 놈들만 팔아야 해요.”

  나는 우선적으로 늙정이 토끼를 손가락질하였다. 그다음에는 새끼를 잘 키우지 못하는 암컷들, 토끼장에서 자주 도망치는 토끼들을 차례로 손가락질하였다. 처음에는 내가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 토끼만 팔던 어머니는 돈이 궁해지자 장날만 되면 나한테 동의도 구하지 않고 토끼를 잡아다 팔았다. 나는 항의조차 못하고 끙끙거리다가 꽃샘 추위가 으르렁거리던 어느 날부터 자꾸만 토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어머니의 손은 더욱 대담해졌다. 시도 때도 없이 토끼를 팔았다. 어머니가 미웠다. 특히 내 토끼를 술 안주감으로 팔아넘길 때는 「콩쥐 팥쥐전」에 나오는 의붓어미로 보였다. 동네 어른들은 꼭 토끼를 우리 집 토방의 디딤돌에다 내리쳐서 죽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토방에는 핏자국이 선연했다. 나는 속울음 삭히면서 핏자국을 닦아냈고 어른들을 얼마나 저주했는지 모른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토끼고기라면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왜 안 먹냐? 토끼는 풀만 먹어서 소고기만큼 몸에 좋은 것인디, 어서 먹어라.”

  그때마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밥을 입안으로 우겨넣은 다음 얼른 밥상머리에서 도망쳐 나왔다. 밥상에 앉아 있던 토끼탕만 보면 눈 멀미가 났고, 냄새만 맡아도 토악질이 나왔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잠잠했는데, 마당가에서 봄꽃들이 푸지게 피어나던 4월 어느 날 나는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수십 개의 토끼장이 텅 비어 있었다.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어머니가 토끼들을 팔아치웠다는 걸 알았다. 눈물만이 흘러나왔다. 그 토끼들은 내가 키우는 동물들이다. 내 돈으로 어린 새끼를 사왔고, 내가 설계하여 집을 지었고, 내가 먹이를 주었다. 슬프고 아리고 허탈했다. 나는 분노하고 싶었다. 물론 어머니라는 절대자 앞에서 나는 아무런 분노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분노하면서 반발한다고 해서 내 말이 옳다고, 단 한순간이라도 나를 이해해 주고 내 편을 들어줄 어른도 없었다. 내 편이라니, 마을 어른들은 오히려 저런 호로자식이 있나, 하고 나무랄 것이다. 그까짓 토끼 몇 마리 때문에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한테 대든다고. 나는 그게 더 억울했다. 내가 한마디도 반항할 수 없는 이 세상이 더 미웠다. 그날부터 나는 밥 한술 뜨지 않았다.

  어머니의 말에도 대꾸하지 않았다. 쳐다보는 어머니의 눈동자 속에는 토끼들이 있었고, 어머니의 목소리 속에는 죽어가는 토끼들의 메아리가 섞여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보약이라고 가져온 것도 먹지 않았다. 어머니는 시름이 깊어갔다. 그런 내 마음을 할머니가 알아채고는 손을 꼭 잡아주었다. 순간 눈물이 터져버렸다. 어머니는 할머니의 말에 수긍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차암, 아이들인데 그까짓 토끼들 때문에 밥맛이 떨어진다요? 크려고 그러지요. 한의사한테 물어보니까 다 이럴 때가 있다고 하데요.”

  “아니다. 시우는 달라야. 얼마나 토끼들을 애지중지했냐. 이참에는 에미가 잘못했다. 시우한테 말도 없이 토끼를 다 팔아버린 것은 에미가 잘못한 거여. 그러니까 어서 시우한테 사과하고 다음 장날 몇 마리 사다 주거라. 어른도 아이들한테 사과할 때가 있는 법이다. 나도 이 나이 되도록 몇 번이나 아이들한테 잘못했다고 한 적이 있다.”

  “아이고, 어머니도 참 별말을 다 하시네요. 당연히 어른이 잘못했으면 사과를 해야지요. 하지만 이건 그런 경우가……. 아이, 무슨 토끼 때문에 밥을 안 먹는다요? 시우야, 너 참말로 토끼 때문에 그러냐?”

  나는 어머니 앞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나는 그해 봄이 저물도록 밥맛을 회복하지 못했고, 어머니가 가져오는 쓰디쓴 약물을 날마다 전쟁하듯이 입안에다 들이붓다가 힘겹게 여름을 맞이했다. 내가 어떻게 밥맛을 되찾았는지 그건 기억할 수 없다. 결혼을 하고 정식으로 큰절 올리는 아내에게 그때의 기억 한 점을 간직했다가 꺼내놓았던 어머니의 기억을 빌릴 수밖에.

 

  “좌우지간 별스러웠다. 그때가 중학교 2학년쯤 되었으니까 덩치는 송아지만이로 컸을 적인디, 어찌나 밥을 안 먹던지……. 그래서 한번은 동네 잔칫집에서 소를 잡었는디, 내가 시우 생각을 하고 몇 점 얻어왔어. 요즘이야 소고기도 흔하지만 옛날에는 고기 한 점 이바지 들어와도 아이들은 구경도 못하제. 그런데 하도 시우가 밥을 안 먹으니까 어른들 상은 염두도 두지 않고 모르게 먹일려고 했제. 그런데 먹어야제. 하도 화가 나서 막대기로 막 등짝을 후려쳤지. 그랬더니 이놈의 자식이 도망치는디, 아이 밤이 되어도 들어오질 않는 것이야. 온 동네를 찾아보아도 없어. 할 수 없이 사립문이랑 부엌문을 살짝 열어놓고 자는디, 새벽 서너 시쯤 되었을 것이다. 이놈이 헛간에서 자다가 뭣한테 놀란 모양이더라. 그러니까 혼불이야. 여기서는 사람의 혼불을 그냥 불이라고 하지. 사람의 불, 사람이 죽기 전에 불이 나가는디, 그것을 본 모양이여. 그래서 엄마 엄마 하면서 울고 뛰어 들어오더라. 이불을 덮어주니까 바들바들 떨고만 있어. 그걸 보니 별 생각이 다 들더라. 진짜 내가 아들이 키우는 토끼들을 다 팔아버려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살그머니 그놈 손을 잡고는…… 엄마 많이 미워했지, 뭐 그랬어. 그 토끼들 엄마 맘대로 팔아버려서 미안하다고.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도 몰라. 자는 것도 같았고…… 해서 듣거나 말거나 혼자 중얼중얼했어. 엄마도 하도 힘들어서 그랬다. 하도 돈이 급해서야…… 엄마도 마음 아팠다…… 그렇게 밤새도록 중얼중얼했지. 그러더니 다음 날 아침부터 입맛이 돌더라니까.”

 

  아무튼 내가 입맛을 찾자마자 어머니가 쑥색 토끼 두 마리를 사다 주었다. 나는 다시 토끼를 기르기 시작하였다. 어머니나 할머니도 나를 챙기듯이 토끼를 보살폈다. 어쩌다가 내가 밥을 주지 않으면 당신들이 챙겼고, 늘어나는 토끼 숫자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으며, 가끔씩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들이 와서 토끼를 물어가면 나보다 더 아파하였다. 나는 그게 그분들의 진심임을 알았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할 날이 가까워가자 오십여 마리로 불어난 토끼들을 어쩌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시우야, 고등학교는 도시에서 다녀야 하는디, 저 토끼들은 어떻게 할래?” 어머니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솔직히 나는 고입 선발고사보다 토끼들이 더 시름거렸다. 도시에서도 토끼를 기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궁리해도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의 해결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너무 많으니까 팔아서 니 용돈으로 쓰고, 몇 마리만 남기자. 몇 마리쯤이야 엄마도 거둘 수가 있으니까. 너도 토요일 날 와서 풀을 뜯어다 주고…….”

 

  아, 그때처럼 어머니의 얼굴이 넉넉해 보인 적이 없었다.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어느새 어머니는 할머니처럼 눈빛이 따스하게 변해 있었다. 어머니는 나도 모르게 할머니를 닮아갔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가을에 할머니가 꽃상여를 대절하여 산밭 너머로 사라지자 말투까지 할머니랑 비슷해졌다. 엄청난 변화였다. 서른 살 때 남편을 여읜 어머니는 세상에다 퍼질러 놓은 다섯 자식들을 거두기 위해서 날마다 강해지려고만 하였고, 그러다 보니 얼굴에다 분단장 한 번 할 줄 몰랐으며 고운 치맛자락 따위는 처녀 시절에 불렀던 유행가 속에다 묻어버렸다. 그런 당신이 할머니 이상으로 넉넉해지면서 따스한 미소를 가진 얼굴로 변해갈 줄이야.

  나는 노랑 무늬가 알록진 토끼 두 마리만 남겨놓고 모두 장에다 팔았다. 이듬해 나는 마을에서 100킬로미터나 떨어진 대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였고, 가끔씩 주말을 틈타 내려오기는 했으나 쓰라린 허기와 고독을 참아내던 토끼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꼭 안아주고 싶었다. 안쓰러웠다. 그놈들은 무지무지 순했다. 어머니가 풀을 주지 않으면 열흘이고 보름간이고 웅크린 채 기다렸다. 어떻게 보름간이나 버티었는지 그건 과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영역이다. 몇 번이나 토끼들이 자기 똥이랑 자기 오줌을 핥아먹는 모습을 보았을 뿐, 더는 말을 보탤 수가 없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고 미안해하였다.

 

  “새벽에 일어나면 항시 생각하지. 오늘은 토끼 밥을 잊지 말고 줘야지, 줘야지 하고. 그렇지만 밖에만 나가면 잊어버려. 이놈의 정신머리가 나이가 드니까 이래……. 무엇이 그렇게도 할 일이 많은지 몰라. 밖에만 나가면 내 정신머리가 없어지니 말이다. 어쩔 때는 며칠간이나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토끼를 보는디, 어찌나 마음이 짠하던지……. 이것들이 도망이라도 친다면 차라리 내 마음이 편하겠어. 캄캄한 토끼장 안에서 빨간 불만 키고 있는디, 짠해서 볼 수가 없어. 그런 날은 밥이 안 넘어가서, 내가 먹던 밥을 가져다주기도 하는디…….”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토끼에 대한 꿈을 숱하게 꾸었다. 어둡고 차가운 토끼장 안에서 빨간 눈동자만 부풀리던 그놈들은 아무런 말도 없었고, 아무런 몸짓도 없었고, 그저 큰 귀를 쫑긋 세우고 묵묵히 사람을 기다릴 뿐, 그럴 뿐. 그런 꿈을 꿀 때마다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여, 토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라고 하소연하였으나 이번에는 어머니가 안 된다고 하였다.

  “이제 내가 못 주겠다. 그래도 일하고 밤늦게 돌아와서 그놈들이라도 봐야 마음이 편안해져. 아이고 짠해 죽겠다. 며칠 전에는 암놈이 새끼를 낳고 죽어버렸어. 토끼 에미를 못 먹여서 그랬을지도 몰라야. 새끼들은 다람쥐만이로 얼마나 이쁜지 몰라. 방에다 들여다 놓고 우유도 먹여 보고, 밥도 짓이겨서 먹여 보고, 별 짓거리를 다 했는디 소용없었어. 그래서 남은 놈들에게, 너희들 맘대로 가서 살아라, 하고는 저 멀리 산에다 풀어줬는디…… 다음 날 토끼장을 보니까, 그놈들이 돌아와 있는 것이여…….”

 

  팔순이 가까워지는 어머니는 지금도 고향집에서 많은 토끼를 기르고 있다. 동물을 바라보는 눈길은 거의 산신령 수준이다. 그러니 동물을 좋아하는 감정이란 아이들만의 전유물도 아닌 모양이다. 작년에는 서울에 있는 병원에 왔다가 이런 이야기를 간호사들한테 늘어놓았다.

  “비둘기라고 아는가들. 삐둘구라고도 하고, 참삐둘구라고도 하고, 쑥국새라고도 하고 그래. 우리 쪽에서는 흔한 새라 잡어먹제. 그 고기가 쇠고기하고도 안 바꾼다는 말이 있어. 그만큼 맛있지. 그런디 그놈이 축사에 왔다가 못 나가고 있으니까 내가 잡았어. 마침 큰아들이 왔길래 털을 뽑고 궈서 주었더니 맛있게 먹네. 그다음 날 또 한 마리가 날아와서 파닥거려서 또 잡았어. 털을 뽑으려다가 바빠서 빈 토끼장에다 넣어뒀더니 이놈이 울어대는디…… 하루 종일 울어대. 어찌나 서럽게 울어대는지 차마 들을 수가 없어. 아마 내가 잡아먹은 놈 남편이나 마누라나 되겄제. 그런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아파서 못 잡겠어. 큰아들은 어서 잡아먹자고 하는디. 내가 그랬제. 못 잡겄다, 못 잡겠어. 어제 잡혀서 죽은 남편 찾아온 모양이다. 그냥 풀어주자. 그랬더니, 큰아들도 그러라고 해. 해서 풀어줬더니 이놈이 날아가지도 않아. 아따, 별일이데. 그런 일이 있었네.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 똑같더라고, 사는 것은.”

 

  내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면서 딸이 들어왔다. 아내가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딸은 건성으로 찬수 엄마한테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따라갔다. 목소리를 낮추기는 했지만 당황한 아내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왜 전화를 안 했냐? 엄마가 마중 나간다고 했는데……. 혼자 오다가 무슨 일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라. 아내의 목소리는 아주 빨랐다. 한참 뒤에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피곤해. 나가줘. 나 오늘 독서실에서 두 시간이나 몸이 굳어버렸어. 몰라. 그냥.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 얘들이 119 부를 뻔했어. 갑자기, 몸이, 얼음처럼, 피는 흐르는데…… 친구가 바래다줬어. 집까지. 괜찮을 거야. 피곤해. 나 잘게. 심각했다. 나는 찬수 엄마를 보면서 숨을 죽였다. 다시 아내가 말했다. 그럼 일찍 오지. 내일 병원 가보자. 무리하지 말랬잖아. 요새 우리 딸, 너무 힘들어 보여. 그러지 마. 엄마 아빠가 닦달도 안 하는데. 다시 딸이 말했다. 엄마 아빠가 닦달하든 안 하든 그건 별거 아냐. 그렇다고 나아지는 건 없어. 엄마 아빠가 공부하는 거 아니잖아. 괜찮아지겠지. 아내가 말했다. 알았어. 쉬어.

 

  아내가 나오자 찬수 엄마가 정말 괜찮냐고 눈으로 물었다. 아내가 웃어 보였다. 찬수 엄마는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일어서겠다고 하더니 나를 보고는 혀를 끌끌 차댔다.

  “선민이 같은 모범생도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우리 찬수는 어떡해요. 어서 유학을 보내야지……. 쯔쯧, 얼굴을 볼 수가 없네. 녀석.”

  나는 얼른 대꾸하지 못했다. 그러자 찬수 엄마가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버들붕어를 힐끗 보고는 “선민이도 한때는 개를 무지 좋아했잖아요? 근데 때가 되니까 딱 정리하는 걸 보면…… 우리 찬수도 그래야 하는데……” 하고 묘한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

  “어쨌든 선민이 아빠야 시골에서 태어났으니까 동물을 좋아하는 감정이 자연스럽지요. 우리 찬수는 달라요. 여기는 시골이 아니잖아요? 선민이 아빠도 도시로 고등학교 갈 때는 토끼를 두고 갔잖아요?”

  “뭐 그건 사실이지만…… 중요한 건 어디에 살든 동물을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고등학교 다닐 때 늘 토끼를 생각했어요. 아마 토끼를 키웠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토요일에 가서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주일을 버티고 버티고 그랬어요. 그런 마음이 중요하지요. 동물을 좋아하는 건 병도 아니고 나쁘게 볼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한테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어른들이 못해주는 걸 동물들한테서 얻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토끼 대신 새를 키웠어요. 방 안에다 풀어놓고…….”

  “선민이 아빠 말뜻은 알겠는데요, 경우가 좀 다르네요. 저도 찬수가 새를 키우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키우라고 해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동물을…… 근데 지금은 달라요. 아무리 그렇다고 죽은 동물의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하는데…… 게다가 공부도 하지 않고…… 엄마랑 말도 하지 않고……. 만약 선민이가 그랬다면 선민이 아빠도 달라질 거예요.”

  순간 나는 찬수 엄마의 자존심을 건드렸을지도 모른다고 침을 꿀꺽 삼켰다. 상대가 구체적으로 나를 거론하고 나서는 판인데 내가 적당히 얼버무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예,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말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냥 들어보세요. 제가 고등학교 때 자취를 했는데요…….”

  정말이지 병수의 이야기만은 풀어놓지 않으려고 했으나 찬수 엄마를 달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병수는 내가 고3 때 이사 왔다. 내가 살았던 집은 싸게 사글세를 주기 위해서 역시 싸게 지어놓은 단칸방이었다. 방과 방 사이에 벽이라는 경계가 있었으나 서로의 눈빛만 차단이 되었을 뿐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까지 거침없이 넘나들어서 서로의 비밀이 존재할 수 없는 집, 그런 집이 마당을 떠받들듯이 한일자로 늘어서 있었다. 다행히 우리 집은 일곱 채 중에 맨 왼쪽 끄트머리라서 그나마 해와 달이 자주 마실 오고 바람이 통하는 그런 곳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병수는 자그마한 키에다 다소 비만기가 느껴지도록 통통했지만 얼굴만 보면 귀염성이 있어서 어딜 가서라도 인상에 대한 평판을 후하게 받을 상이었다. 게다가 워낙 명랑하고 애교가 넘쳐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좋아했다. 송아지만큼이나 커다란 눈동자는 항상 새물새물하였고, 늘 떠벌리고 다니는 입 안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를 웃게 하는 유머가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하고 있는지 단 한 번도 그 밑천이 달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늘 솔직했다. 그런 아이였다.

 

  산이란 산이 초록 물감으로 짓뭉개지던 식목일이었다. 나는 주인 할머니의 부탁으로 대추나무를 심기 위해서 마당가를 삽질하고 있었다. 대추나무는 초여름이 되어서야 이파리를 터뜨릴 정도로 게으르고 느리지만 생에 대한 집착만큼은 다른 나무보다 강해서 별다른 지식이 없어도 심기에 무난했다. 겉흙을 걷어내고 속살을 파들어가던 나는 주춤했다. 삽날 끝에 하얀 비닐로 공들여 포장된 정사각형 나무상자가 걸렸다. 나는 새참거리로 찐빵을 가져오는 주인 할머니한테 이게 뭐냐고 눈길을 주었다. 평생 흙 한 점 만져보지 않고 곱게 나이 들어 온 할머니는 모르겠다고 눈만 껌벅거릴 뿐이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열어보고 싶은 강렬한 유혹이 나를 흔들었다. 나는 그 상자를 이리저리 쳐다보다가 “혀엉, 안 돼!” 하는 메아리에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고야 말았다. 어느새 달려온 병수가 그 상자를 낚아채서 밖으로 달아나버렸다.

 

  나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가 한참 뒤에서야 밖으로 나갔다. 병수는 도로가에서 사열하고 있는 은행나무에 몸을 기댄 채 울음을 씹어대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러냐고 대체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냐고 아무리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그렇다고 힘으로 그걸 뺏을 수도 없어 그만 고개를 흔들어대고야 말았다.

 

  녀석은 봄날의 긴 해가 저물도록 방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다가 어슬녘이 되어서야 내 자취방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병수의 얼굴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니, 라면이 보글보글 끓는 냄비를 보고는 입맛이 도는지 재빠르게 자기 방에 가서 김치를 들고 왔다. 우리는 마주 앉아서 라면 밥이 목구멍 끝까지 차오르도록 기운차게 먹은 다음 그대로 발랑 누웠다. 스르르 졸음이 왔다. 내가 막 한숨 자려고 하는 찰나에 병수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고막으로 기어들었다. 졸음이 싹 달아났다.

  “형 진짜 미안해요. 말하고 싶어도, 내가 이야기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해 봐야 소용없고…… 나를 정신이상자로 볼 테니까요. 그래서 하지 않을게요. 이해해 주세요.”

  막상 그 말을 듣자 갑자기 화가 났다.

  “이 자식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뭐어? 대체 왜 그러는데…… 어디 이야기나 한번 들어 보자 이놈아. 그래야 내가 너를 이해하든 말든 할 것 아니냐!”

  내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병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면서 나를 보았다. 병수가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끄집어냈다. 나는 어랍쇼, 하듯 눈을 크게 떴다.

  “형 미안해요. 사실은 저, 담배도 일찍 배웠어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피웠어요. 형, 죄송한데 여기서 한 대만 피울게요. 오늘만 봐주세요.”

  “아, 나는 담배 연기 싫어하는데…… 좋아, 그 대신 말해라. 말 안 하려면 지금 나가고 인마. 나도 너 이상하게 인상 쓰는 것 더는 보기 싫다.”

  병수는 잠깐이나마 “헤헤헤” 하고 특유의 표정을 짓더니 제법 노련하게 담배에 불을 지르고 가슴속으로 연기를 불러들인 다음 곱게 내보냈다. 그 순간만큼은 그놈이 나보다 세월을 더 살아온 것 같았다. 참 맛있게 피었다. 나는 처음으로 어른이 아닌 아이한테도 담배가 괜찮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병수는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야 자기 방으로 가더니 문제의 그 상자를 들고 왔다.

  “형, 정말 나를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이 속에는 고양이 뼈가 들어 있어요.”

  고양이 뼈라는 말에 나는 잘못 들었나 하는 눈빛으로 병수를 쏘아보았다. 병수가 한 번 보겠냐고 하였다. 막상 그렇게 말하자 대뜸 “그래” 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양이 뼈라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작년 한식날 아버지를 비롯하여 조상들 묘를 이장하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국민학교 1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산소랑 얼굴도 모르는 조상님들의 묵은 산소를 포크레인이 파헤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무섭기도 하였다. 그런데 막상 그분들의 유골을 보자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보던 유골이랑 똑같구나’ 하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런 생각이 나서 잠시 눈을 감았다가 “됐다” 하고 말했다.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식구들은 고양이만 보면 치를 떨었지요. 오만상을 다 찡그리면서 부들부들 떨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징그러운 것을 본다는 표정. 저는 그런 식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나는 고양이가 좋았거든요. 늘 단정한 털이며, 우주처럼 깊어 보이는 눈이며, 항상 서두르지 않는 걸음걸이며. 그때가 초등학교 몇 학년 땐지 그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눈이 오지게 내린 겨울이었지요. 고양이 새끼 한 마리가 부엌으로 들어오더군요. 밖에서 떨다가 따뜻한 열기를 따라서 들어온 것이지요. 그런데 고양이를 본 엄마는 누가 칼이라도 들이댄 양 놀라서 자지러지더니, 찬물을 담아다가 고양이한테 홱 뿌리면서 ‘저리 가아!’ 하고 야박하게 쫓아내더군요. 곧 아버지랑 누나들까지 나타나서 막 집어던지고, 소리치고, 발을 구르고, 삿대질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새끼 고양이는 갈 데가 없었나 봐요. 식구들이 한눈만 팔면 다시 부엌으로 슬그머니 숨어들었으니까요…….”

 

  병수는 오돌오돌 턱방아 찧고 있는 고양이가 불쌍했다. 더구나 어머니는 다시 들어온 고양이를 보고는 더욱 매섭게 막대기를 휘둘렀다. 어머니한테 맞은 고양이 새끼는 비틀거리며 뒤란으로 도망쳤다. 병수도 어찌할 수 없었다. 고양이 울음소리는 그날 밤새도록 뒤란에서 울려 퍼졌다. 사흘 뒤 눈이 녹고 나서야 고양이는 장독대 뒤에서 싸늘한 몰골로 발견되었다. 그때부터 병수는 고양이에게 더욱 애착을 갖게 되었다고 쓴 약을 먹던 표정을 지었다. 그 고양이 시체를 장독대 뒤에다 묻어준 뒤부터 병수는 식구들 몰래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그 어떤 동물보다 기르기가 수월했다. 우선 다른 동물과 달리 가둬서 거둘 필요도 없었고, 사람을 따라다니지도 않으므로 식구들에게 눈총 세례도 받지 않았다. 게다가 눈치도 빨랐다. 고양이는 병수만 보면 얼굴을 내밀었다가 식구들의 기척만 들리면 마루 밑으로 몸을 숨겨버렸다. 병수는 고양이에게 몰래 밥을 주었다. 그래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병수가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고양이 나라까지 퍼졌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병수네 마당으로 고양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십여 마리로 불어나자 식구들의 눈빛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웬 고양이들이 우리 집으로 모여들지! 우리 집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쥐약이라도 놔야겠어.” 엄마는 부랴부랴 쥐약을 찾기 시작했고, 아버지랑 누나는 삽이랑 대빗자루는 물론 돌멩이 같은 무기까지 동원하면서 고양이들에게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고양이들의 배후에 병수가 있다는 사실이 들통나고야 말았다. 식구들은 너나없이 병수 앞에서 얼굴을 붉혔다.

 

  “병수야, 너는 왜 고양이를 좋아하냐? 징그럽지도 않냐? 엄마가 강아지를 사줄 테니까 강아지나 길러라. 제발 고양이만은 기르지 마라. 고양이는 징그럽고 불결한 짐승이다.”

  “엄마, 그건 오해예요. 난 고양이가 좋아요. 개는 싫어요.”

  골목골목 고양이 흔적을 뒤지고 다니던 아버지가 꼴짝꼴짝 눈물 짜내는 아들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그럼 앵무새 같은 새를 키워봐라” 하였건만 타협하지 않았다. 병수에게는 고양이밖에 없었다. 그 파란 눈, 자근자근 물어뜯고 장난치노라면 간질간질한 그 입, 꼬리에 솔방울을 매달아두면 빙글빙글 돌면서 앙글거리는 고양이. 병수의 눈에 비친 식구들은 악마나 다름없었다. 어머니는 병수가 말을 듣지 않자 고양이들의 씨를 말리기 위한 치밀한 작전을 세웠다. 그 작전은 정말 무시무시하였다. 맨 먼저 소도둑의 허벅다리를 한 근이나 물어뜯은 전력이 있는 이장네 셰퍼트가 원정을 나왔다. 그날 병수는 어머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낙서를 사방에다 하면서도 후회하지 않았다. 송아지만 한 셰퍼트는 어머니의 기대 이상으로 혁혁한 공을 쌓았다. 잔인했다. 셰퍼트는 한입에 고양이들을 절명시켰다. 죽은 고양이를 장독대 옆에다 늘어놓고 개를 칭찬하던 어머니는, 무심코 땅바닥에 새겨진 그 낙서를 눈어림하더니 손바닥으로 병수를 마구 내리쳤다.

  “이놈의 새끼야. 그래 엄마보다 고양이가 더 좋아? 어서 말해봐. 엄마보다 고양이가 더 좋냔 말이여! 그래, 엄마가 쥐약 먹고 죽어버리면 시원하겠지? 내가 저런 놈을 키웠으니, 아이고 세상 말세다! 여보오, 나 저놈 무서워서 못 살겠소! 세상에 저런 놈이 어디 있을까.”

  병수는 아무리 얻어맞아도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때리다가 지친 어머니는 일부러 더러운 도랑물을 바가지로 퍼다가 손으로 홰홰 휘저어 단숨에 마시고는 우엑우엑 토악질하면서 “내가 자식이 아니라 고양이 새끼를 키우고 있었구먼. 이래서 이빨은 오복에 들어도 자식은 오복에 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나 보다” 하고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처럼 통곡을 하여서 온 동네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 일로 병수는 면장보다 더 유명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에이, 호로자식!” 하고 노골적으로 얼굴을 붉혔으며, “고양이 구신이 씌었을지도 몰라” 하고 심각하게 흘겨보는 이들도 있었다. 병수는 동네 어른들만 만나면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화병 나기 직전이라고 하면서 평생 입에도 대지 않던 술을 가까이하였다. 그럴수록 병수는 마음의 문을 꼭꼭 닫을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날 저녁 무렵이었다.

  “놀다가 집에 오니까 누나가 쉿, 하고 봉숭아 물 든 손가락으로 내 입을 막은 다음 뒤란으로 끌고 갔어요. 뒤란에서는 내가 기르던 고양이가 앓고 있더군요. 누나가 그랬어요. ‘아마 쥐약 먹은 쥐를 잡아먹은 모양이다. 엄마 아빠가 알기 전에 니가 어떻게 해 봐.’ 내가 손을 대자 고양이는 눈을 뜨고는 알아보더라고요. 얼마나 아픈지 자꾸만 신음 소리만 뱉어내는데…… 살려달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형, 그때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오 킬로미터나 떨어진 면소재지까지, 캄캄한 밤길을 달려가서 약방문을 두드린 다음 소화제를 사왔어요. 그때는 그걸 먹으면 나을 줄 알았거든. 나는 약을 빻아서 물에 탄 다음 고양이한테 억지로 먹였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까 고양이가 없더군요. 식구들은 모두 슬금슬금 나를 피했고, 누나만이 나를 달랬지요. 세상에나 어머니가 죽은 고양이를 집 앞 시궁창에다 던져버린 거예요. 형, 그때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예에, 송장벌레들이 득시글득시글한 고양이 시체를 시궁창에 엎드려서 건져다가 깨끗하게 목욕시킨 다음 뒷산에다 묻어주었지요. 그 뒤로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고양이 무덤에 갔어요. 이상하게도 거기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캄캄할 때 가도 무섭지도 않더군요. 그러자 아버지까지 나를 미친놈 취급하면서 신경정신과 병원으로 끌고 다니고, 밤이면 나가지 못하게 문고리를 묶어 놓더니 급기야는 고양이 무덤을 파헤쳐 버렸지요. 스님 복장을 한 분이 와서 굿도 했는데, 진짜 스님인지 무당이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랬어요. 형, 우습지요? 놀랐지요? 형도 내가 이상한 놈으로 보이지요? 그럴 겁니다. 다 그랬으니까요. 다 알아요.”

  “병수야, 나 역시 동물을 엄청 길러보고, 내가 기르던 토끼들을 엄마가 팔아버리자 진짜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기도 했고…… 울기도 많이 울었고, 어른들이 먹다 버린 토끼 뼈를 묻어주기도 했고…… 요즘도 토끼장에 혼자 웅크리고 있는 토끼 꿈을 꿔. 그래서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애. 다른 사람들은 너를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야. 그럼 너 그 나무상자 안에 든 고양이 뼈는……?”

  “예에, 이것은 그때 죽은 고양이는 아니고요. 중학교 3학년 때 죽은 고양이 뼈예요. 나는 정신병원이나 이러저러한 사람들한테 불려 다니는 것이 싫어서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척했지요. 겉으로는 명랑했고요. 그것이 바로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예요. 이 녀석은 나랑 가장 친했던 고양이였어요. 밤에도 내가 화장실에 가서 노래만 부르면 어느새 나타나고, 내가 학교에서 올 때면 골목 끝에 나가서 기다리고, 내가 우울해하면 옆에 와서 마구 볼을 비벼주고…… 척 보기만 해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그런 녀석이었는데…… 쥐덫에 걸려 몸부림치다가 죽었어요. 하도 마음이 아파서 울타리 옆에다 묻어두었는데, 하필 그 밑에다 어머니가 무 구덩이를 파겠다고 하길래 부랴부랴 파내서 보관하다가 여기까지 가져온 거예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 진짜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형, 부탁이에요. 곧 우리 엄마가 올라오시는데 절대로 말하지 마세요. 주인 할머니한테도 말 좀 잘해주세요. 만약 엄마가 아시면 또 정신병원에 갈지도 몰라요. 나는 이렇게 혼자 자취하는 게 좋아요. 혼자 살면서 성격도 많이 좋아졌어요. 근처에 친척들도 있지만 제가 싫다고 했거든요.”

  병수는 더욱 곱작곱작하면서 하소연하였다. 그 몸짓이 묘하게도 고양이를 닮아 있었다.

  “걱정 마라. 병수야, 그러면 이 고양이 뼈는 어떻게 할래? 늙어 죽도록 가지고 다닐 수는 없잖아? 서울로 대학을 가거나 군대에 갔을 때도 문제고.”

  “예에, 알아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니 마음은 병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렇게 뼈까지 가지고 다니는 건 병일 수도 있어. 이제 너도 어른이 되어가니까 얼마든지 고양이를 기를 수가 있어. 그 대신 이 뼈는 자연으로 돌려보내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도 죽으면 자연으로 가니까.”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거리다가 마당에 나가 보니 병수가 대추나무에서 십여 걸음 떨어져 있는 곳을 파고 있었다. 병수는 나무상자에서 끄집어낸 고양이 뼈를 흙으로 덮었다.

 

  내 말을 쓸어 담던 아내가 찬수 엄마를 곁눈질하면서 물음표를 손으로 그렸다.

  “그 병수라는 사람은 지금 뭐 해요?”

  “응,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지금도 도둑고양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호주머니라도 털어서 쥐포 한 마리라도 사주고 간다고 하더군. 물론 살아가는 데는 전혀 문제없지. 오히려 산문(山門)에 들어서는 심정으로 매사에 경건하고 조심스럽게 일하며, 특히 아이들 세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려고 애쓰며 살아간다고 하더군. 훌륭한 친구야. 내가 존경하는 친구야…….”

  찬수 엄마는 영화 속에서나 나옴직한 이야기라고 오늘따라 낮게 입을 놀리면서 팔짱을 사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우리는 특별한 손님이라도 배웅하는 양 연립주택 밖에까지 따라 나갔다.

 

  찬수 엄마가 나가자 아내가 술 한잔 하자고 하였다. 우리는 조용히 술을 마셨다. 목구멍 속에서는 수많은 말이 맴돌았다. 이상하게도 그 말들을 쏟아낼 수 없었다. 아니 입 밖으로 내놓지 않아도 서로의 목구멍 속에 눈 속에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마음은 지금 방에서 자는지, 아니면 친구들이랑 이불 속에서 문자를 날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딸한테 가 있었다. 술이 알딸딸하게 오르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씻지도 않고 자는 거지? 아내는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한숨만 커졌다. 저번에 담임선생님이랑 면담할 때도 큰 문제는 없다고 하면서 안심하라고 하시던데. 선생님들이야 그렇게 말하겠지. 내가 아내의 말을 받아내면서 한숨을 쉬었다. 담주에 어디 여행이나 갔다 올까? 잠깐 현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도움 될 수도 있잖아? 아내는 다시 약간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선민이가 가려고 해야 말이죠. 뭘 어떻게 해줄 수가 있어야지 원. 좋은 대학 안 가도 되니까,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라고 해도 저러니. 이것 참, 부모가 이렇게 무기력한 존재라니…… 그게 더 우울하고 힘드네요.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여주었다. 결국 우리는 지금 딸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무리했다. 너무 많은 술을 마셨다. 나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얼굴을 찌푸렸다. 머리가 아프고 속도 부글부글 끓었다. 아내는 아직 눈을 뜨지 않았다. 오전 10시가 넘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다음에서야 딸을 생각했다. 일요일이니까 푹 자고 있겠지. 거실로 나와 잠깐 망설이다가 쳐다보니까 딸이 거처하는 방문이 열려 있었다. 딸은 나가고 없었다. 낭패였다. 아내를 깨울까 하다가 딸에게 문자를 날렸다.

  ―선민아, 어디? 오늘은 푹 쉬지, 어디 갔니?

  ―아빠, 일어났구나. 내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세 번이나 소리쳤는데…… ㅋㅋㅋㅋ…… 독서실. 집에 있어 봤자 머리만 아프고. 새벽에 눈 떴는데, 잠도 안 오고. 어차피 집에 있어도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독서실에 가서 자야지 하고 나왔어.

  ―독서실에서 어떻게 자니? 집에서 빈둥빈둥하면서 TV도 좀 보고…… 엄마 아빠랑 맛있는 것도 사먹고 그러면 피로도 좀 풀리지……. 일찍 와. 엄마 걱정하신다.

  ―넘 걱정 마. 집보단 독서실이 편해. 여긴 나랑 같은 패잔병들이 우글거리잖아. 용돈이나 좀 두둑이 주삼.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사먹게. 엄마한테 이따가 전화할게. 어젯밤에 놀라게 해서 미안. 아빠도 잘 쉬어.

  ―짜식…… 참, 선민아…… 강아지 한 마리 데려올까? 까짓것 집주인이 반대하면 나가지 뭐. 계약기간도 다 끝나 가는데…… 너만 좋다면…… 어때?

  ―헐, 우리 아빠 짱이다. 좋아, 하지만 지금은 말고. 나중에…… 나 나중에 말하려고 했는데, 강아지보다는 남친 있었으면 좋겠어. 어떻게 생각해? 고3인데 무슨 남친 타령이냐고 할 거지?

  ―따라다니는 놈 있니?

  ―그건 아니고…… 내가 살짝 좋아지려고 하는 놈이 있어. 내가 먼저 대시를 해볼까 궁리 중.

  ―개 대신 남친이라? ㅋㅋㅋㅋ…….

 

  갑자기 찬수 엄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베란다 유리창을 흔들었다. 나도 모르게 “왜 또 저러는 거야!” 하고 얼굴살을 구기면서 창가로 갔다. 찬수는 우리 집 화단에 쪼그려 앉은 채 그녀의 욕설을 받아내고 있었다. 찬수 엄마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불어나자 당신들은 반드시 내 우군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골고루 눈길을 주고는, 아들 때문에 말라비틀어질 지경이라고 가슴을 쳐댔다.

  “우리 찬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보통 일이 아니라니까. 글쎄 죽은 다람쥐를 화장시켜주겠다고 저 지랄이야. 인터넷을 다 뒤져서 동물들 화장시켜준다는 곳을 찾았대나 어쨌대나. 내가 저 아래에다 몰래 묻어놓은 걸 찾아낸 모양이야. 저번에도 그랬지. 한두 번이 아니야. 지나쳐. 보통 문제가 아니라니까. 밥도 안 먹어. 동물들 죽었다고 울고불고 난린데…… 부모가 죽어도 저러지는 않을 거야.”

 

  내 몸에서 풀이 돋아날 것 같은 봄날, 가만히 있으면 풀이랑 나무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봄날, 일 년 중 딱 이맘때 봄날 중의 봄날, 꽃보다 잎새가 예뻐 보이는 며칠 중의 하루. 그런 봄날이었다.

 

 

소설집 『사랑니』(자음과모음, 2012. 5)에 수록

 

 

작가소개


이상권(소설가)


1964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어릴 적 자연 속에서 뛰놀던 경험을 살려 동식물의 삶을 그린 생태 동화를 많이 썼다. 아동청소년문학 대표작가, 생태 동화작가로 잘 알려져 있으나 일반문학과 아동청소년문학의 경계를 넘어 동화부터 소설까지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작품으로는 『성인식』, 『하늘을 달린다』, 『애벌레를 위하여』, 『난 할 거다』, 『발차기』,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싸움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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