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전아리&전삼혜, 그녀들을 만나다

  • 작성일 2011-08-24
  • 조회수 1,644

 [글틴 문학특강&인터뷰]

 

소설가 전아리 & 전삼혜

그녀들을 만나다

 

 

◎ 일시 : 2011. 8. 13(토) 오후 2시~4시

◎ 장소 :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

 

  

“청소년이 주인공이 되면 변화의 폭도 넓어지고 소설이 무궁무진해져요. 계속 쓸 것 같아요. 좀 힘들더라도 이 시간만 미치도록 한다 이런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하세요.”(소설가 전아리)



“불법적인 걸 제외하고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경험을 하세요. 새로운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우리는 더 멋진 얘기를 만들어내지 못할 거니까요.” (소설가 전삼혜)



 

8월 13일 토요일 오후 2시, ‘글틴 청소년 문학 특강’이 2011년 여름 방학을 맞아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3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최근 글틴 관계자들과 젊은 독자들에게 열띤 사랑을 받고 있는 전아리, 전삼혜 두 작가가 강연을 이끌었다. 30분 내외의 작가 강연을 비롯해 자유로운 질의 응답, 사인회, 포토타임, 간식타임 등으로 특강은 두 시간 여 동안 이어졌다.

고양, 서울, 진도, 목포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60명 가량의 학생들이 글쓰기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얻었고, 박서련(필명 레몬섬)의 진행에 맞춰 『시계탑』(전아리)과 『날짜변경선』(전삼혜)의 소설 일부도 참가자 모두 한두 줄씩 낭독했다. 문학 퀴즈에 참여해 정답을 맞힌 학생들은 작가의 친필 사인 소설도 받을 수 있었다.

친한 언니, 학교선배처럼 허심탄회하게 문학 얘기를 들려준 전아리, 전삼혜 두 작가의 ‘글틴 문학 특강’ 전문을 소개한다.

 

 

전아리 소설가, 강연과 질의 응답

 

안녕하세요. 이렇게 어린 친구들을 만나니까 좋네요. 항상 중고등학생 친구들을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너무 예뻐요. 날씨도 안 좋은데 찾아와줘서 좋구요. 딴 데 가면 작가 소개를 직접 해야 하는데 여긴 대신 해줘서 너무 좋네요. 민망하지도 않구요.

15분 정도 얘기를 준비해 달라고 말씀하셨는데, 15분 안에 무슨 얘기를 해줘야 설득력이 있고 잘 전달이 될까 생각해봤어요. 딴 데도 그렇고 항상 여러 가지 내용을 준비해서 얘기를 해주면 별로 호소력이 없는 거 같아요. 제 얘기를 해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고 15분 안에 어떤 요점만 딱딱 전해주기엔 터무니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이따가 질문을 주고 받는 시간이 있겠지만 그건 공식적인 질문일 거고, 아주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가끔 이런 자리 끝나면 개인적으로 질문을 따로 하시거나 메일을 주세요. 메일은 일일이 답변을 해주기 어려우니깐, 이 시간에 질문을 받아서 질문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거든요.

개인적인 질문이 있는 분 던져주세요. 지금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으시잖아요? 생활에 관련된 것도 좋고 글에 관한 것도 좋고, 친한 선배나 언니라도 생각하고 질문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Q. 사이트에 올렸던 질문인데, 글을 쓸 때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만약에 만족스럽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글 쓸 때는 냉정해지기도 하지만 자아도취되는 게 많잖아요? 특히 고등학교 때도 그랬던 거 같은데, 일단 쓰는 동안 너무 열심히 쓰기 때문에 끝내고 나면 만족하고 뭐고 이런 생각이 안 들어요. 열심히 끝냈고 한 편이 완성됐고 한 편 끝냈고 손을 떼는 거예요. 딱히 ‘아! 이거 괜찮은데, 이 정도면 상 받겠는데!’ 이런 거는 없구요. 쓰고 나면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 없다’ 뭐 이 정도 필터링해서 없으면 마무리 짓는 편이에요.

 

Q. 학교도 좋은 학교를 가셨는데요. 글 쓰시면서 공부에 지장 있으신 적은 없어요?

 

A. 고등학교 때는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특기자 지망을 하고 있었고, 글 쓰는 데에 시간을 많이 쏟았어요. ‘복불복’이잖아요. 상을 타면 좋지만 안 되면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거니깐. 그땐 잠을 많이 못 잤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글도 써야 되고, 공부도 놓을 순 없고, 그래서 고등학교 2년 내내 하루에 3시간 정도밖에 못 잤어요. 수업시간에 많이 자긴 했는데 그래서 병행했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워요.

그때는 어느 시점에서는 공부는 언어 영역만 남겨놓고 그냥 손을 거의 놨거든요. 수능 볼 때도 저는 수리 시간에 선생님들이 깨우고 그랬어요. 포기하지 말고 일어나서 끝까지 풀라구요. 그때는 글을 써서 잘 들어가면 좋고, 어차피 공부는 손을 놨기 때문에 안 되면 ‘그래도 인생은 행복하지 않을까? 대학이 전부는 아니니까’ 이런 마인드였던 것 같고, 되게 절박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생각을 해보면 제가 20대고 나이가 많지 않지만, 고등학교 때 제 일기장을 보면 글은 욕이랑 자학적인 글밖에 없어요.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고, 힘든데 누가 옆에서 응원을 해주든 뭐하든 실질적으로 도움도 되지 않았고, 혼자 있다는 그런 외로움에 많이 차 있었거든요. 저는 생활도 힘들어서 그때 IMF 막 지나고 그래서 경제적인 압박도 있었어요. 이것저것 엄청 복잡했던 시기였던 거 같아요. 그때는 대학만 들어가면 한숨 돌리겠거니 일단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치열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게 맞더라고요. 일단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대학이야 그때는 이미 손을 떠난 거잖아요.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이제 결정이 나는 순간이니까 그 때부터는 좀 편해져요. 몸이 힘들 수 있지만 알바하고 그러면 생활은 여유가 생기는 거 같아요.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테구요.

그런데 진짜 숨막히게 힘든 시기가 자의든 타의든 고등학교 때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좀 힘들더라도 ‘이 시간만 정말 미치도록 해본다’ 이런 마인드로 정말 열심히 하면 기대에 못 미쳐도 할 만큼 했으니까 안 되면 다음 기회에 해야겠다’ 그런 생각 하시면 좋은 것 같아요.

 

Q. 글을 쓰다가요. 안 써질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작가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A. 글쎄, 안 나오는데 꼭 써야 하고 그런 때 있잖아요? 대회가 있는데 마감이 코 앞이다 그때는 어쩔 수 없으니까 나올 때까지 써요. 마감이 없더라도 안 나온다고 해서 딱 돌려버리면 습관이 돼서 핑핑 놀게 되고 그럼 점점 멀어지고, 그래서 안 나오면 될 때까지 앉아서 생각을 해요. 성이 안 차더라도 ‘이렇게 써야겠다’하고 흉내라도 좀 내놓은 다음에 딴 짓을 하죠. 술을 먹든가 산책을 하든가 환기를 시킨 다음 다시 보면 전의 것이 마음에 들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쓸 수도 있고. 안 나와도 정말 아니다 싶으면 아예 스타일, 주제, 내용 바꾸는 건 할 수 있는데, 안 나온다고 돌아서는 건 안 되는 거 같아요

 

Q. 부모님께서 반대하셨던 적 없으세요?

 

A. 저같은 경우는 반대는 없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글을 쓰겠다고 얘기를 해놨으니까, 고등학교 들어와서 성적이 안 좋아서 ‘글이라도 써야지’, ‘잘 하는 거라도 해줘야지’ 별 도리가 없으셨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웃음) 주변에서는 가끔 보면 반대하는 분들도 많이 봤어요. 특히 글도 그렇고 음악 하는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제가 스물여섯 살인데 지금 친구들도 재능 활용해서 취직을 한 경우에도 부모님들이 엄청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쯤이면 반대를 해도 서로 안 될 거라는 걸 알고 있고, 걔도 부모님 설득시키는 걸 포기하고 자기 나름대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자리 반대하시는 이유가 뭔지 곰곰이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잘 되는 걸 바라시는 분들일 테니깐요. 걱정하는 게 뭔지 들어보고 맞춰드릴 수 있으면 맞춰드리거나, 믿음을 드릴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괜찮을 것 같아요.

 

Q. 소설 『김종욱 찾기』에서 영화 제의가 들어왔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A. 그건 뮤지컬이 원작이고 영화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태였어요. 원작이 있는 다른 예술분야잖아요? 그걸 소설화한다 했을 때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좀 매력이 있는 작업이더라고요. 다른 사람과 에너지를 교환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영감 같은 게 섞이구요. 전 영화를 못 봤어요. 시간이 안 맞아서 볼 시간이 없었어요.

 

Q. 작가님 글을 쓴 계기가 뭐예요?

 

A. 계기라고 해야 되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쓰긴 했는데 생각해보면 질투심 때문이라고 해야 되는 거 같아요. 옛날 좋은 책들을 읽으면 너무 재미있잖아요? 나도 읽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재미있는 걸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생각도 있었고, 읽다 보면 글을 꼭 쓰려는 학생 아니라도 다이어리에 끄적거리고 싶고, 사소한 충동에서 비롯돼서 시작된 거예요. 좋은 작품을 읽으면 그만큼 쓰고 싶은 게 막 촉진되고. 질투심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전아리 소설가, 온라인 질문 & 현장 답변

 

Q. (유랑선) 수상경력이 많으신데 대회 수상했던 게, 현재 작가로 사는데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시나요? 지망생에게도 많은 대회의 참가를 권하고 싶으신가요?

 

A. 좋은 거라면 일단 처음 나왔을 때 그게 어느 정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잖아요. 이름이 알려지는 데 밑받침이 되는 거 좋았어요. 그때마다 상금도 많이 받았구요. 대회 참가에 관한 건 어차피 써놓은 작품이 있다고 하면 대회에 내보내는 건 누구나 당연하고 선택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회에 보냈을 때 떨어졌다고 해서 내 글이 안 좋다거나 수준 미달이다 생각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운이 좋으면 되는 거고 뭐 혹시라도 평 같은 게 아쉬운 게 있다면 보충을 하면 되는 거고 그런 생각이면 대회를 많이 내보내도 좋을 거 같아요. 대신 절대 계속 안 된다고 해서 좌절 한다거나 자기 스타일에 대해 의심을 한다거나 이건 좋지 않은 자세인 듯 하구요.

 

Q. (천연) 전아리 ‘직녀의 일기장’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청소년 이야기를 다룬 소설 쓰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주인공이 청소년이거나 어린아이인 글을 되게 좋아해요. 제가 읽는 거 자체를 좋아하고, 왜냐하면 어른들은 너무 뻔하잖아요.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청소년이나 어린아이가 주인공이 되면 소설이 정말 무궁무진해질 수 있거든요. 변화의 폭도 엄청 넓구요. 앞으로도 많이 쓰겠지만 청소년이 등장한다고 청소년 소설이라고 볼 순 없거든요. 그 시기의 학생들이 등장하는 글을 앞으로도 계속 계속 쓸 거 같아요. 딱히 성장소설을 써야겠다 해서 쓰는 건 아니고 읽는 데에 재미있으니까 나도 한 번 써봐야겠다 해서 썼던 것 같아요.

 

Q. (필명 있음) 전아리 작가님, 철학적 사고를 함으로써 작품을 쓰는 데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A. 별로 영향을 못 받았는데 (웃음) 그냥 철학적인 거는 철학적으로 공부하는 거고, 막상 쓸 때는 엄청 달라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친구 만날 때 나랑 집에서 내가 다른 것처럼, 철학 공부할 때의 나랑 글 쓸 때 내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은연 중에 들어가는 게 있어서, 굳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는 적은 없어요.

철학 공부를 하다가 라캉을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그런 철학 서적을 읽다 보면 엄청 문학적인 글귀, 예술적인 문장들이 많아서 그런 거 한 줄 정도 읽으면 소설 소재, 모티브 얻기에 좋은 듯 해요.

 

 

전아리 소설가, 현장 질문 & 답변

 

 Q. 소설가님의 단편 소설 중에 「플러스 마이너스」라는 소설을 되게 인상 깊게 읽었었데, 그거보고 느낀 점이 작가님 본인 스스로 문체가 있다고 느끼는지 궁금하고 그런 걸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A. 「플러스 마이너스」는 나온 지 얼마 안 된 소설인데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만의 문체가 있는지, 그게 제가 제일 궁금한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쓰니까 눈에 보일 수 있는데 저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스토리를 보고 이거 저거 살핀다 해도 문체 같은 느낌은 잘 와 닿지 않거든요. 계속 모를 것 같기도 하고. 문체라 말할 수 없지만 소설 느낌이나 방향은 좀 의도해서 나가는 부분이 있어요. 전 직설적 화법이 좋고 군더더기 있거나 그런 묘사들은 요즘은 좀 안 하려고 노력을 하긴 해요.

 

Q.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 있으세요?

 

A. 저 예전에는 ‘아라시’라고 일본 그룹 좋아하고 김현중 닮은 ‘야마시타 토모이사’, 되게 잘 생긴 꽃미남 배우 좋아했는데, 요새 딱히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지금은 강동원을 엄청 좋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저도 좋아하는지 잘 몰랐는데, 글 쓸 때마다 이상하게 장편을 쓰면 주인공에 이입이 돼서 강동원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제가 강동원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웃음)

 

Q. 작가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세요?

 

A. 전 매일 달라요. 랜덤한데 어떤 이상적인 날은 하루에 8시간 정도 글을 쓰기도 하고, 이상적이지 않은 날은 다섯 시쯤 일어나서 술 먹고 들어와서 자버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자기도 해요. 보통은 일어나서 책 좀 읽고 하루 종일 영화 좀 보다가 글 쓰고 밥 먹고 그래요. 요즘은 요리 같은 데 재미를 붙여서 요리하고 친구들 만나고 글 쓰고 자고, 되게 랜덤해요. 규칙적인 생활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전삼혜 소설가, 강의

 

안녕하세요. 제가 공식적 자리에서 5분 이상 얘기하는 게 처음이거든요. 중간 중간 사회적이지 않은 어휘가 나올 수 있어요. 혹시 제가 졸더라도 놀라지 마시구요. 사실 제가 두 번째로 강연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이 걱정을 한 게 ‘전아리 작가님이 좋은 얘기 다 하시지 않을까? 난 무슨 얘기를 하지?’ 그러고 어제 네이트온 대화명까지 ‘15분 자유 강연 주제 좀 추천해주세요!’라고 바꿔놓고 고민을 했어요.

결국 겹치지 않는 걸 찾다 보니 ‘그래, 난 역시 루저들의 얘기를 해야 돼!’라고 결론이 났습니다. 예전에 전아리 작가님 신문 인터뷰를 봤는데 본인이 받았던 상을 다 셀 수가 없다는 대목을 읽고 ‘아! 나는 지금까지 받은 상을 모두 합쳐도 셀 수 있는데’ 라고 난데없이 오폭질을 잠깐 했거든요. 이런 단어 쓰면 안 되는데…… 그런 겁니다.

일단 저는 문예특기자로 문창과를 졸업했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문학소녀스러운 계단을 밟아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제 스펙이 안 좋아요. 지금부터 슬슬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1번 항목에 지금 정리를 해놓은 게 ‘어쩌다 문창과를 갔나?’ 돼있네요. 1-1이 되도 않는 수상실적과 입시 난장이라고 돼있습니다. 저는 수상실적이 정말 안 좋았어요. 문학 특기자 커트라인이 중대는 되게 세서 몇 개 대학과 몇 개 대회만 인정인데, 제가 명지대를 들어갔는데요. 명지대는 상대적으로 널널해서 서울 4년제 대학에서 3등 상 이내면 다 된다고 했는데, 제가 가진 상은 고등학교 3년 통틀어 딱 2개였습니다.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대학 입학 후 친구랑 같이 문창과 입시학원 가서 거기 선생님하고 잠깐 면담을 하게 됐어요. 제가 ‘명지대 문창과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상이 많았나 보구나’, ‘아니요. 두 개였는데요.’ , ‘아! 공부를 잘 했나보구나’, ‘아니요 30% 였는데요.’, ‘면접 대답을 잘 했나보구나’, ‘저 영어문제에 대답 못했는데요.’, ‘인상이 좋았나보구나’ 아! 그랬습니다

지금 생각을 해도 제가 명지대를 무사히 입학할 수 있었던 건 명지대가 뽑는 문학특기자 인원이 월등이 많은 25명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마 입학 때 성적을 내보면 저는 23~24등쯤으로 입학했을 거예요. 잠시 물 좀 마시고 하겠습니다. 저 지금 손 떨고 있어요.

좀 딴 얘기를 하자고 하면 제가 처음부터 소위 말하는 순수문학에 뜻을 두고 열심히 글을 쓰는 문학소녀는 결코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남들이 다 나중에 이불에 하이킥 좀 몇번 씩 한다는 팬픽도 써봤고, 제가 고등학교 때 가장 열심히 썼던 건 백일장의 소설이 아니라, 마비노기라는 게임이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오픈을 했죠. 거기서 팬픽션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일년에 한 번 뽑는데 2등을 했습니다. 그 때 받은 상품은 지금 제가 비록 팔아 치워서 없긴 하지만 넥슨이 아마 수상 실적서를 발급을 해줬으면 저는 아마 대학에 수상실적 하나 더 추가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즘 입시에서는 상장만 내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다 뭐다 해서 굉장히 많은 걸 내더라고요. 지금은 고등학교 때 경험이 많이 중요해졌다 생각을 하는데, 그렇다 해도 ‘저 게임 팬픽션 잘 써서 2등 상 탔어요’ 이런 건 아직 안 해주겠죠?

저는 그렇게 많이 딴 길로 많이 빠지는 문학 특기생이었고 그러면서 얻은 건 게임 팬픽션이라는 건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2차 창작물이 되거든요. 그거는 사실 아무리 많이 써봤자 1차 창작물과는 실력이 느는 데 별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가 쓰는 백일장 글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캐릭터, 자기 자신이 만든 세계관으로 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데 ‘아! 그래? 난 이것도 연습이야’ 하면서 게임 캐릭터나 팬픽 너무 많이 쓰시지 않기를 마시길 바랍니다 그거 별로 도움 안 돼요.

특히 한 문단, 두 문단씩 하루에 쪽 글 써놓고 ‘아! 오늘은 연습 다했어’ 하고 주무시는 일 없길 바랍니다. 쪽 글은 백 날 써봐야 한 편을 못 이깁니다. 이런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 것 같은데, 제가 강연이 처음이라 그래요.

많은 분들이 문창과에서 뭘 배우는지 궁금할 텐데, 학교마다 굉장히 다르고 같은 학교에서 뭘 해도 교수님마다 다르기 때문에 닥치기 전에는 아무도 몰라요. 여기에 명지대 문창과 다녔던 사람이 저 말고 한 명 더 있는데 저랑 교과목 내용이 완전히 달라요. 강의 이름만 똑같고 이거는 어디서 나온 무슨 강의냐 할 정도로 다른 얘기를 하는데요.

제가 크게 문창과에서 배운 건 저희 학교에서는 장르에 관한 분과가 없어요. 중앙대는 시 소설 분과가 따로 있어서 시를 전공하는 사람은 시만 배우고 소설 전공하는 사람은 소설만 배운다고 해요. 저희 같은 경우는 연극 수업 필수, 시 수업 필수, 소설 수업 필수가 있어요. 여러 가지 골고루 배우는 데에 치중을 하는데요.

자기가 여러 가지 공부를 알아서 할 수 있다 하시는 분은 분과가 있는 곳 가시는 게 좋은데, 남이 안 시키면 공부 안 하는 분은 종합적으로 하는 데 가는 게 좋아요.

제가 문창과에서 배운 거는 일단 시 과목을 4년 내내 들었고 소설 과목 4년 내내 들었어요. 생각보다 문창과에서 스킬을 많이 가르치지 않아요. 오히려 많이 배운 건 필사와 ‘문학이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 문예사조랑 정신분석학 두 학기 정도 배웠어요. 라캉도 배웠고, 사람이 어떤 과거 기억에 대해 어떤 작용을 하게 된다 이런 걸 배우게 되는데, 막상 배울 때는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중엔 도움이 되긴 하더라구요. 제가 시 수업 엄청나게 졸았는데 몇 가지 남아있는 걸 보면 일단 잘 들어야 돼요.

전아리 작가님이 아까 고등학교 때 하루 세 시간 안 주무셨다고 했잖아요? 저는 학교에서만 세 시간 이상 잤기 때문에 전 반성을 하고 살아야 하는데……. 일단 필사는 고등학교 때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자기가 필사 안 맞다 안 하는 사람도 있는데, 웬만하면 필사는 좀 해보시라고 추천을 드리고 싶어요. 손으로 쓰는 거랑 타자로 치는 거랑 굉장히 느낌이 다르거든요. 손은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하면 상대적으로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고 한 번 더 씹어보게 되는 게 꽤 좋아요. 시간이 걸리니 외울 수도 있고, 저희는 필사도 과목 숙제 중에 하나라 필사도 굉장히 이를 갈며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주 만에 40페이지 단편 하나를 써오라고 하시더라구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여기에서는 ‘문창과 안 갈 거야’ 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부모님이 못 가게 하든가, 나는 문창과가 적성이 안 맞는다 다른 과에 가서 글을 쓰겠다 하는 거 다 좋아요. 문창과를 가야 되나요? 원하지 않으면 안 와도 돼요. 문창과 안 와서 잘 하고 계신 분이 옆에도 한 분 계시고 제가 좋아하는 작가 분들도 영문, 독문, 심지어 카이스트 나온 분도 계시거든요.

그런데 70년대쯤 태어난 작가들은, 우리나라 문창과가 많지 않았던 때를 보냈어요. 서라벌과 서울예대를 제외하고 문창과가 많이 생겨나게 된 건 90년대쯤 시작되어서 그 전에는 상대적으로 문창과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이 좋은 글 쓰시는 걸 보면 알죠. 문창과에서 가르치는 건, 글은 크게 무엇을 쓰냐 어떻게 쓰느냐 나눈다고 할 때 어떻게 쓰느냐에 중점을 두거든요. 소위 말하는 스킬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사람을 이야기에 더 빨려 들게 하는 구성이라든가 문장 그런 걸 문창과에서는 주로 가르치고, 무엇을 쓰느냐에서 남들과 다르게 특별히 무엇을 잡아내는 데에는 다른 전공 공부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끔 해요. 여러 가지 공부를 하면서 다른 걸 찾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학 전공이라는 게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더라고요.

아! 시간 잘 가네요. 물 잠깐만 더 마실게요. 제가 지금 하는 얘기가 도움이 되긴 되나요? (네) 아 다행이네요.

돌이켜보니 제가 뭘 할 때 1등을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다는 굉장히 슬픈 사실을 깨달았어요. 고등학교 때도 1등 상 타본 적 없으며 옆에서 누군가는 그럼 ‘대산대학문학상은 어떻게 탔냐’라고 하시겠지만 그 당시 심사평,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왜냐하면 최종 결선에 세 작품이 올라왔어요. 세 작품 중에 두 작품이 너무 잘 써서 나머지 상대적으로 재기발랄한 작품에 상을 준다는데 이건 결국 앞의 것은 잘 봤기 때문에 대학문학상에 도전할 필요 없다는 거고, 얘는 대학 문학상 아니면 안 될 것 같기 때문에 받은 게, 그게 접니다. 참 쉽죠?

『날짜변경선』 출판한 계기도 문학동네 청소년 공모전 3, 4등 해서 책 냈습니다. 저도 한 번 1등 해보고 싶어요. 소원이에요.

『날짜변경선』 얘기로 잠깐 넘어가겠습니다. 부제가 ‘이게 다 클래지콰이 때문이다’ 돼있는데 클래지콰이의 ‘데이트라인’ 이름이 맞습니다. 소설을 쓰는 내내 그 노래를 들었어요 캐릭터 잡기 시작한 건 3년 정도 됐는데, 막상 원고지로 옮겨 놓는 기간은 세 달 정도가 걸렸거든요. 세 달 내내 똑같은 노래를 들어도 질리지 않더라구요. 의외로 신기하더라구요. 클래지콰이 노래 들으면서 세 달 동안 열심히 『날짜변경선』을 썼는데 왜 굳이 백일장 하는 애들 얘기를, 그것도 완전히 잘 해서 천재가 아니라 읽어보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주인공 화자로 등장하는 애는 천재가 아니라 굉장히 고만고만한 실력입니다. 예선은 곧잘 통과하지만 본선에 가선 한 번도 상을 못 타요. 그 모델이 굳이 저라도 밝히진 않을게요. 저도 상을 참 못 탔어요. 왜 그런 캐릭터를 그런 얘기를 썼느냐 가끔 누가 물어요. 자주 묻지는 않고. 이 책을 읽은 사람이 그다지 많진 않기 때문에, 읽은 분들이나 주위 분들이 가끔 물으시는데 제가 할 말은 그게 제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어요. 한때 제가 겪고 지금도 누군가 겪고 있고 그렇지만 누구나 대놓고 말할 사람 없잖아요. ‘내가 예선만 통과하고 본선에선 통과를 못 한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는 대놓고 말할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게 내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 얘길 써내서 도전을 했는데 상은 못 탔지만 결과적으로 책이 나오게 되는 좋은 결과를 맞게 됐습니다.

제가 그렇게 백일장을 많이 다닌 건 아니고 백일장을 많이 다닌 건 스무 살 넘어서 다닌 거예요. 참가를 할 순 없지만 글틴 친구들이 백일장 가면 나이가 스무 살 넘어 많이 따라갔죠. 참가는 못하지만 오히려 백일장 참가할 때는 보지 못했던 게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백일장 가는 길의 마음이라든가, 그런 학교의 풍경들 내지는 주위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 마음 느낌, 목소리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효과가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나잇값 못하고 주책 맞게 동생들 따라다니면서 한 경험이 어느 정도 밥값은 하게 됐다는 거에 정말 크나큰 감사를 드리고 그렇게 생각을 하면 제가 받은 인세 중에 일부는 글틴에 기부해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그렇다면 구질구질한 얘기를 왜 썼느냐 라고 하신다면, 누구나 저에게 혹은 다른 사람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길 바랐어요. 네가 비록 상은 못 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글을 쓰고 가끔 엄마 아빠는 ‘이제 그만 좀 하지’ 그러지 타박을 주고 내 친구는 나보다 훨씬 글을 잘 쓰고 난 친구를 따라갈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잔뜩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괜찮은 사람이야. 네가 못하더라도 계속 해도 돼’ 누군가 위로를 해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고등학교 시절 지내온 거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저는 성적도 안 좋았고 학교에 가면 만날 자고 있고 나중에는 선생님들도 포기해서 깨우지도 않고, 그렇다고 글을 썩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뭐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왕따를 당하기도 할 만큼 평범하다 못해 약간은 찌질한 그런 근성의 애였어요. 그리고 여기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여기도 그런 분들 몇몇 계실 거예요. 말하지 않아도 난 사실 다 알아 당신들 왕따 한 번쯤 안 당해본 사람 있으면, 아! 있겠구나 죄송해요. 저처럼 모두 찌질하게 살지는 않죠.

소설에는 그렇게 이야기를 고만고만하게 쓰는 현수와 왕따를 당하는 윤희와 자기는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질투하는 우진이라는 세 사람이 나와요. 셋은 저와 어느 정도 닮아 있고 제가 보고 듣고 본 사람과 닮아있고, 실제로 어딘가 있을 법하죠.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백일장을 다닐 때는 한 학년에 한 명씩 꼭 굉장히 잘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제 위에는 여기 앉아계신 전아리 선배님과 시에서는 정상혁 씨라는 분이 굉장히 잘 써서 시인 장원을 독차지하다시피 했고, 저와 같은 학년에서는 박성준 시인이 지금 등단하셨는데, 모든 상 휩쓸어서 갔고 그런 식으로 각 학년마다 누군가의 이름이 들리면 ‘아! 쟤가 상을 하나 가져가겠구나’ 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사람들의 상대적 주변인이 훨씬 많았는데 늘 스포트라이트 받는 사람들이 뛰어난 사람이란 게 슬프고 서럽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그렇기 때문에 ‘비록 마이너니티 인생일지언정 나는 내 이야기를 쓰겠다’ 하는 삐뚤어진 자부심이 강해지긴 했지만 우리가 글을 못 쓴다고 해서 누군가 우리를 탓할 권리는 없다고 봐요. 결국 어머니나 선생님들은 가끔 ‘네가 그렇게 해 봤자 시간 낭비다. 네가 잘 될 것 같냐?’ 물으시지만 그래도 시간을 낭비해도 제가 하고 고민은 해도 제가 하니까, 지켜봐 달라 말할 수 있는 나이가 10대라고 생각해요. 스무 살 넘고 대학 졸업하고 나서도 그렇게 하면 어머니가 눈치를 좀 주세요. ‘누군 취직 했다더라’, ‘누군 시집 갔다더라’, ‘넌 뭐하니?’ 눈치를 주시면 괜히 설거지 한 번 더해야 할 것 같고 집안 한 번 걸레로 한 번 더 밀어야 할 것 같고 그런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 때문에 10대 때 부지런히 고민하시고 부지런히 땡강 부리시고 부지런히 어머니와 의사소통 하시고 적어도 어머니가 ‘너 당장 나가!’ 쫓아낼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에 어머니와 투쟁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이제 심지어 내가 넋두리를 하고 있군요. 이러면 안 되는데……그러면 중요한 얘기는 이따가 질문 시간에 하도록 하고 열심히 투쟁하시라고 얘기를 남기고 구호라도 외칠까 싶지만 그건 좀 아닌 거 같고 이쯤에서 얘기를 마치겠습니다.

 

 

전삼혜 소설가, 온라인 질문 & 현장 답변

 

Q. (유랑선) 전삼혜 작가님! 늘 새로운 캐릭터 창조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나요? 캐릭터 창조를 포함해서 소설 쓰기 어려울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알고 싶어요.


 

A. 새로운 캐릭터 창조는 물론 어렵습니다. 심지어 만날 똑같은 캐릭터로 장편 쓰려고 해도 어려운데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죠. 결국 우리는 한 사람이니까요. 개인 개인이 그걸 극복하려면 흔한 말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경험할 때마다 내 안의 뭔가가 조금씩 쌓여가고 쌓여가는 것들을 열심히 지켜보며 그걸 분리해야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이 조금씩 열린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책이나 영화로 하는 경험은 결국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많이 만져보고 밟아보고 먹어보고 들어보고 오감을 이용해서 트레이닝을 하는 게 극복의 지름길이 될 거예요. 그렇게 하지 않고 가만히 한 자리에만 있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지 못할 거예요 새로운 경험이 우리 안에 쌓이지 않는 한 우리는 더 멋진 얘기를 만들어낼 수 없을 거니까요. 긴장이 덜 풀렸어요. 아직. 큰일이야.

 

Q. (요행) 전삼혜 작가님! 문장 글틴으로 참가하다가 작품을 출간하게 된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A. 글틴에 참 오래 있었죠. 글틴 처음 생긴 게 제가 열아홉 여름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6년 간을 열심히 활동을 해왔고 이렇게 나이가 초과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글틴에서 했던 경험을 열심히 우려먹어서 『날짜변경선』이라는 소설을 썼고, 이게 비록 청소년 문학상의 본심까지 갔다가 떨어졌지만, 처음에는 떨어진 것만 알았어요. 심사평이 났는데 당선된 작품은 당연히 다른 작품인데, 제 작품이 약간의 평가와 함께 심사평에 올라와는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 정도면 됐어’하고 마음을 놨는데 이틀인가 사흘 후에 전화가 왔어요. 문학동네더라구요. 비록 당선은 안 됐지만 다듬어서 책으로 내고 싶다 어떻겠느냐 해서 저는 이게 웬 떡이냐 당연히 ‘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했어요.

글틴을 하지 않았다면, 스무 살 이후 백일 장 나가지 않았을 것이고 윤희, 현수, 우진을 만나지 못했을 거고, 만약 지금 이 자리 앉아 있다고 해도 전혀 다른 얘기를 쓰는 다른 작가가 돼있을 지도 몰라요.

 

Q. (필명있음) 전삼혜 작가님! 이제 막 창작에 관심 생겼는데 글틴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요?

 

A. 일단 ‘궁냥궁냥’에서 너무 많이 놀지 마시구요. 자기가 투고하시는 게시판에 매일 눈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시나 소설은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편이지만, 비평 감상 글은 심하면 ‘투고작이 없어 심사를 다음 주로 미룹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고량이 적은 편인데 굳이 상을 타는 것을 원하신다면 블루오션을 노려보는 것도 좋지만, 자기가 주력으로 하는 기타 등등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 있는 자기 글 투고하고 다른 친구들의 글도 꼼꼼히 살펴보는 게 도움될 거예요. 합평이라는 게 별 게 아니라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작품을 읽고 평가를 내리는 게 합평이거든요. 굳이 거창한 자리를 만들지 않아도 인터넷 한 줄 댓글 다는 것만으로 보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니까 부디 활동 열심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전삼혜 소설가, 현장 질문 & 답변

 

Q.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예요?

 

A. 몇 명 정도 대드릴까요? (두 세 명) 네. 사실 많기 때문에 대답을 할 때마다 이거는 대상이 바뀌는 희한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만약에 언급된 분들이 들으신다면 ‘너 지난 번엔 내가 좋다며 이번엔 다른 사람 말했느냐’ 저에게 화를 낼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언제나 마음 속에 베스트로 계신 분을 굳이 꼽는다면, 김연수 작가님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비록 그 분은 저를 모르시지만 『나는 유령 잡가입니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짝사랑의 마음을 불태우고 있구요. 물론 그 분도 가족이 있고 아이가 있으시기 때문에, 그 이상의 선을 넘을 생각은 저도 없습니다.

시인은 정말로 자주자주 대상이 바뀝니다. 좋은 시를 하나만 읽으면 ‘아! 이 작가가 정말 좋아졌어’ 라고 마음을 옮기는 철새 같은 여자이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창비에서 새 시집 『생년월일』을 내신 이장욱 시인을 열심히 좋아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새 시집을 읽고 나면 또 생각이 바뀔 지도 모르죠.

 

Q. 소설가 님이 생각하시기에 고등학생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을 추천해주세요. 제가 학부생인데 약간 욕심을 부리자면, 고등학생 포함해서 대학교 1, 2학년까지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 두 세 권 정도 추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A. 이건 농담이 아닌데, 일단 제 책을 먼저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전 지금 진지해요. 사실 고등학교, 대학생이라고 해도 읽을 수 있는 책이 굉장히 천차만별이에요. 어떤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읽냐 싶은 어려운 책도 쉽게 읽고 어떤 사람은 굉장히 쉬운 수준의 글인데도 나한테 너무 어려워하며 포기를 하는 학생도 종종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무래도 소설 파트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일단 소설을 추천해드리게요. 최근에 읽은 소설인데 『어둠의 속도』라는 장편소설이 있어요. 그건 자폐아 한 사람 얘기를 다룬 건데, 외국 소설이긴 하지만 번역도 굉장히 잘 돼있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여러 번 읽을 수록 꽤 맛이 있는 소설이라서 추천을 해드릴 수 있어요.

역시. 외국 소설인데 SF예요. ‘테드창’이란 작가가 쓴 『당신 인생의 이야기』인데, 이건 여러가지 단편이 묶여서 한 권으로 돼 있구요. 제가 이 책을 읽고 작가가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다른 책을 꼭 사야겠어’하고 인터넷을 뒤졌지만 국내 번역된 건 이 한 권이라서 많이 좌절을 했습니다.

한국 작가 중에는 제가 제일 사랑하는 김연수 작가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추천을 해드리고요.

 

Q. 제가요. 필사를 좀 많이 하는 편인데, 『상실의 시대』 그런 작품도 장편이나 단편이나 닥치는 대로 했는데 문장력만 느는 것 같고, 주제를 드러낸다는 게 안 느는 거 같아요. 저희 국어 선생님도 제가 글 쓴 거 보면서 매일 하시는 말씀이 다른 건 다 늘고 있는데 주제를 드러내는 기준이라고 해야 되나? 그것만 아직도 어중간한 게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하는데 어떻게 연습하면 좋을까요?

 

A. 일단 『상실의 시대』라는 그 두꺼운 책을 필사 하셨다니 존경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고요. 이런 말을 하면 굉장히 실망하시겠지만, 필사는 문장력을 기르려고 한 거 아니었나요? 저는 문장력을 기르려고 필사를 하기 때문에, 주제를 드러내는 능력은 솔직히 필사로 얻기 힘들 것 같구요. 그거는 차라리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세요. 그게 훨씬 빠릅니다. 그리고 저는 계속 남자 질문만 받고 있는데, 저는 여학생들이 더 좋아요. 여학생들 좀 질문 해주세요.

 

Q. 오늘 작가님 처음 봤는데 특유의 아웃사이더 이미지라고 해야 하나 공감이 많이 가요. 좋아하시는 음악이 있으세요? 미친 듯이 빠질 정도로 좋은 음악?

 

A. 일단 그러려면 제 MP3 목록을 다 뒤져야 되기 때문에 그건 조금 힘들고요. 이상하게 문창과 다니는 학생 내지는 문창과 지망하는 고등학생들 경우에는 잘 나가는 소위 아이돌을 좋아하면 약간 쪽팔려 하고 인디밴드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저도 그 경향을 충실히 따라서 ‘언니네 이발관’을 굉장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가수 취향은 제가 외모를 보고 좋아하는 것 같기 때문에 그 질문은 패스를 하겠습니다.

 

Q. 제가 글틴을 좋아하게 됐는데, 입학사정관제에 글틴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요?

 

A. 제가 입학할 당시에는 입학사정관제 자체가 없었습니다. 06년도에 학교를 입학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여기 96년생들도 있으니, 까마득한 과거가 됐군요. 입학사정관제 하는 학생 포트폴리오를 보면 다양하더라구요. 심지어 여행 갔던 거, 프로젝트 참가했던 것도 넣구요. 글틴을 포트폴리오에 이용을 하신다면 이런 작가 강연 내지는 겨울 캠프, 그리고 자기가 상을 탔던 것에 대한 평가, 그런 것들을 좀 적절히 활용을 하셔야 될 거예요.

가장 확실한 건 그 학교 성향에 맞춰 내시는 겁니다. 이런 말 하기 저는 싫지만 입시는 분석이에요. 실력이 아니라 다분히 분석이에요. 도움이 못 돼서 죄송해요.

 

 


전아리, 전삼혜 소설가, 현장 동시 질문 & 답변


 



Q. (진행자) 작가 소개 영상과 한 줄 낭독 어떻게 보셨는지요?

 

A. (전아리) 재미있었어요. 신선했어요. 소개 영상 길 줄 알았는데 짧아서 더 임팩트도 있었고, 돌아가면서 얘기하니까 재미있네요.

 

A. (전삼혜) 저는 이 작가 초청회가 1회였을 때부터 포토 드라마를 처음 만들어낸 장본인으로서 ‘제가 참 몹쓸 짓을 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작가 영상 사진을 해도 꼭 저런 거를…… 하지만 모든 분들이 포토드라마를 질색한 건 아니에요. 김중혁 작가님도 좋아하셨고 김애란 작가님도 내색은 안 하셨지만 싫어하진 않으셨고, 고개를 못 들고 싫어하신 분은 구병모 선생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과감히 찬성을 날리겠습니다. 그래야 다음에 오는 작가 분이 이런 당황함을 맛보시겠죠.

 



Q. (현성) 두 분이 생각하는 순수문학에 대해 듣고 싶어요. 문예창작과 실기다 뭐다 해서 과외를 추천하는데, 과외를 받으면 제가 추구하는 순수문학이 아니게 돼버리는 건 같네요. 제가 커서 글로 밥을 먹고 살게 된다면 그 역시 순수성을 잃게 되는 것 같구요.

 

A. (전아리) 저는 순수문학이 도대체 뭔지 잘 모르겠거든요. 그냥 문학은 예술이고 독자 위주로 진행되는 장르이기 때문에, 아무리 낮게 평가해도 그 사람 인생에 영향을 준 작품이면 그게 순수문학일 수 있는 거고, 그 경계가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순수문학 그런 거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한 지 오래됐고, 문학 과외 관련된 거는 자기가 과외는 필요하다 선택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기만의 색, 스타일을 잃을까 걱정하는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한테 배운다고 해서 금방 따라가게 되거나 그러진 않을 거예요. 과외를 받을 정로로 성의가 있는 친구라면 그렇게 쉽게 자기 캐릭터를 안 바꿀 정도의 고집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필요하면 하는 거고 안 하고 혼자 할 수 있겠다 싶으면 안 하는 거고 별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A. (전삼혜) 질문하시는 분은 순수문학의 의미를 보통 대중문학, 순수문학 둘로 나누는 것과 달리 자기가 뭔가 바라지 않고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문학만이 문학 순수문학이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그런 순수한 마음씨 좋죠. 하지만 자기가 나중에 글로 밥을 벌어먹고 살면 그게 문학이 돈의 수단이 되고 그렇게 해서 문학의 순수성이 더럽혀질까 걱정된다면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주셔서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요.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소설은 하나의 상품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걱정을 안 하셔도 되는 게 독자가 글을 돈을 주고 산다는 건 나는 이 글에 그만큼 가치를 부여한다는 거기 때문에, 책을 쓴 작가 입장에서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기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만 원 이상의 돈을 내고 책 한 권을 산다는 건 그 사람의 만원을 내가 이야기의 대가로 가져가는 거고 그만큼 그 사람에게 의미가 있다는 뜻이니까 누군가가 한 명도 읽어주지 않는 이야기는 결국 죽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이야기를 살게 하기 위해서 이 자본주의 시대에는 돈을 받고 그것을 팔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이야기야말로 오랫동안 남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해요. 비록 많은 사람에게 읽혀지는 얘기가 꼭 좋은 이야기라고 할 수 없고 판매량과 예술의 질이 비례한다 반비례한다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의 글로 돈을 번다는 것에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전혀 갖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Q. (고해) 귀찮으면 어떻게 해요?

 

A. (전삼혜) 질문하시는 분은 어떻게 해요? (그래서 물어본 거잖아요.) 역공에 실패했습니다. 다섯 살짜리 애가 ‘엄마 이건 왜 그래? 이건 왜 그래?’ 그러면 엄마가 ‘글쎄, 가람이는 왜 그렇다고 생각하니?’라고 하면 애들은 이렇게 대답한대요.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딱 제가 그 꼴이 났군요. 제가 슬슬 피곤에 겨워서 슬슬 눈이 감기고 있는데, 귀찮으면 저는 일단 씻고 밖에 나갑니다. 밖에 나가서 찬 공기를 쐬고 들어오면 정신이 그래도 말똥말똥해지더라고요. 그럼에도 귀찮다는 것은 피하고 싶다라는 마음하고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도저히 책상 앞에서 이 백지를, 이 빈 공간을 견딜 자신이 없다가 차마 두렵다는 마음을 내가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아 귀찮아. 오늘은 안 해. 때려 칠 거야’라는 생각으로 분출이 되는 것 같은데 시간이 있으신다면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그 백지를 보면서 물론 인터넷 선을 끊으시고 대립을 해보세요. 하지만 도저히 나는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죽을 거 같다 그러면 나가서 찬물 한 잔 마시고 뛰고 오시고 다른 마음으로 백지를 대해 보세요. 내가 피한다고 백지가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A. (전아리) 저는 좀 특이한 게, 글 쓰는 것도 생활도 그렇고 잘 안 되는 경우에는 도망치지는 않는데 귀찮을 때는 안 해요. 아무 것도 안 해요. 꼭 해야 되는 일이어도 정말 귀찮으면 안 해요. 그 게으름과 나태함이 삶의 원동력 중 하나예요.

 



Q. (특급열차) 기억 나는 인생 최초의 글쓰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A. (전아리) 글쎄, 굉장히 짧은데 A4용지 3장 정도 되려나? 노트 세 바닥 정도 되는 동화를 썼던 거 같은데, 아마 5학년 때였을 거예요. 동화를 열심히 쓰고 빨리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친구들, 가족들한테 보여주고 이미 작가가 된 것처럼 떠들고 다녔던 기억이 나요. 되게 재미있었고 과도하게 칭찬을 많이 해줘서 며칠 동안 자만심에 빠져 있었던 거 같아요. 그 날 이후로 계속 글을 써서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A. (전삼혜) 저는 정반대의 경우가 된 것 같네요. 제 위로 언니가 둘 있는데 제가 소설이나 시 등 혹은 시가 아니라도 심지어 일기라도 언니들이 몰래 보고 엄청나게 놀렸기 때문에, 저는 처음에는 제 글을 내가 글을 누구한테 보여주는 걸 혐오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도 그런 분들 있을 겁니다. 누가 내 노트를 펼쳐보면 저는 그 사람을 노트로 때리고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읽히게 된 거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주면 저를 비웃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인가? 인터넷에 소위 말하는 어두운 역사가 되는 이모티콘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한 게 제 최초의 글쓰기가 된 것 같습니다.

 

Q. (앤제로원지) 작가관이라고 해야 할까? 두 분이 글을 쓸 때 테마는 무엇인가요?

 

A. (전삼혜) 작가관? 그러니까 소설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하나 있어요.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 그 사람은 마땅히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라는 게 제 철칙이에요. 왜냐하면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주먹의 폭력이 아니라 말의 폭력 내지는 마음의 폭력도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요. 저를 해쳤던 사람들이 제게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복수심리가 남아있어서 제가 쓰는 글 안에서는 누구든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사과를 하거나 최소한 그에 대한 죄책감을 지녀야 한다는 게 제 작가관이라기보다 하나의 다짐 내지 신념같이 돼 있습니다.

 

A. (전아리) 저 같은 경우에는 글쎄, 글 안에서 하도 많이 바뀌고 매번 쓸 때마다 바뀌기 때문에 딱 뭐라고 말씀 드리기 그렇고 항상 쓸 때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끝까지 쓸 수 있으면 제대로 쓰고 못 쓸 거면 아예 시작하지 말자’를 다짐처럼 준비로 생각하고 쓰는 편이에요. 그 외 소설관, 작품관, 작가관 그런 게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너무 자주 잘 바뀌기 때문에 그게 딱 뭐다 말씀 드리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아직 잘 모르니깐요.

 


 


전아리, 전삼혜 소설가, 현장 질문 & 답변

 

Q. 무례한 질문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이십 대 중반 넘어가서 소설가 등단에서 신인작가로서 도저히 돈을 벌고 살 수 없다 생각하는데요. 두 작가 분 아르바이트 하시는지요? 어떤 식으로 돈을 벌어서 삶을 영위해나가는지 궁금해요.

 

A. (전삼혜) 굉장히 좋고 처절하고 현실적인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작가들 중에 자기가 낸 책의 인세 만으로 생활 영위 할 수 있으신 분들은 톱 클래스에 드는 굉장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대학 졸업 전부터 8개월 출판사에서 근무를 했는데요. 출판사 들어간 거는 아는 분께 추천 받은 탓도 있지만 저는 교수님께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씀이 있어요. ‘너희들은 절대 작가로 먹고 살 수 없다’ 구요. 사람이 평균적으로 책 한 권을 팔면 그 책 가격의 10%가 작가에게 인세로 들어가는데요. 만약에 초판을 3,000부를 찍는다고 하면 책이 만 원이면 300만원이 작가에게 가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현실 물가를 생각할 때 300만원으로 몇 달을 살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 년에 한 권을 낸다고 치면 턱없이 부족한 가격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자기 먹고 살 길을 마련해놓고 글을 쓰는 게 낫겠다 생각하고요.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은 어머니 눈치를 보며 어머니께 얹혀 살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독립을 해야죠.

 

A. (전아리) 다른 일자리를 염두 해 두는 건 삼혜 씨 의견에 동감을 하고, 저 같은 경우에는 그냥 되게 다작을 해서인지 이제 책이 적당하고 일 하는 수입은 쓰기에 딱 적당한 것 같고, 돈이 없으면 안 써요. 많이 얻어먹고 다니면 되는 거고, 많이 안 쓰고 안 나가면 되고 이랬다 저랬다 굴곡도 많고 그런 거는 각오하고 있어야 좋은 거 같아요. 들어오면 좋고 안 들어오면 말고 그런 생각이어야지, 돈을 벌겠다고 시작하면 아무래도 마음 고생이 중간 중간 있을 수 있는 직업인 거 같아요.

 



Q. 제가 역사 소설 쪽에 관심이 많은데요. 어떻게 보면 역사 소설이란 게 역사를 재해석하는 2차 창작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요즘 사극 같은 걸 보면 역사에서 틀만 따와서 하는 게 많고 그런 걸 보면서 실망을 많이 하는데, 작가님들이 만약 역사소설 쓰신다면 어느 정도의 왜곡이 왜곡이 아니라 변화라고 볼 수 있을 지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전아리) 글쎄, 그거는 어떤 작품이 시작될 때 이미지를 주기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이건 완전 픽션인 거, 세세한 것까지 일일이 시대상을 반영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아! 이건 픽션이구나’ 시작을 하면 그럼 변형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굉장히 교묘하게 진짜인 것 같은 허구를 섞어 넣는 것은 그런 건 문제가 되겠죠. 받아들일 때 보통 역사소설은 픽션을 감안하고 있기 때문에 변형이 많고 변형이 있어야 재미있는 것 같아요.

 

A. (전삼혜) 전아리 작가님이 말씀을 많이 해주셨구요. 부끄럽게도 저는 역사에 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주실 좋은 분을 추천해드릴게요. 글틴 소설 게시판 담당자인 이문영 선생님은 사학과를 졸업하셨고 역사 소설도 많이 쓰셨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 보다 심도 높은 토론을 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절대로 제가 몰라서 미루는 게 맞습니다.

 



Q. 조금 어려운 질문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작가 분들이 생각하는 소설과 시의 차이점,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A. (전삼혜) 그 문제는 제가 2학년 1학기 때 시 수업시간 기말고사와 똑같은 문제인데, 여기서 또 받게 될지는 몰랐군요. 그 때 답변을 차용해서 말씀 드리자면 저는 시라는 건 제가 시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특히 요즘 신경향 미래파 쪽 시는 전혀 모른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서정시 쪽으로 얘기를 하자면 시는 어느 한 순간을 스티커처럼 포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고, 소설이라는 건 스틸컷이 아니라 연속으로 이뤄지는 파노라마 혹은 하나의 영상처럼 흘러가는 시간을 포함하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제가 이렇게 냈을 때 교수님은 제 답안지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니네가 아무리 문예창작과라고 해도 시험 답안에 문예창작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 그렇습니다. 답변이 이래서 죄송합니다.

 

A. (전아리) 저는 그런 질문을 받아본 게 처음이어서 딱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독자로서 읽을 때는 시는 짧고 감각적인 특징이 강하니깐 인상이 팍팍 남는 그런 경우가 많고, 소설은 서사가 강한 편이고, 서사의 차이라고 생각을 해요. 서사에 얼마나 중심을 뒀느냐 그런 것 같아요.

 



Q. 제가 계속 소설 쓸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쓰는 게 목표인데, 아무리 열심히 써도 점점 어두워지는데 어떻게 하면 따뜻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A. (전아리) 글쎄 꼭 따뜻한 글을 써야 된다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 힘을 빼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무의식 중에 쓰는 글이 자기 스스로를 잘 반영하는 글 아닌가요? 분위기가 어두워도 얼마든지 따뜻할 수 있으니까 그냥 그런 데에 너무 강박관념을 갖지 말고 편하게 힘 빼고 한 번 써보면 좋을 거 같아요. 의외로 자기가 어두운 소설을 좋아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 편하게 쓰면 될 거 같아요.

 

A. (전삼혜) 약간 농담을 섞어 이야기를 하자면 ‘중이병’이라는 용어가 있죠? 중학생 땐 모든 게 어두워 보이고 나는 세상에서 떨어진 거 같고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 때 블로그를 대학생이 돼서 다시 보면 그건 어느 세계에 사는 어떤 놈이 쓴 글인지 잡아서 아주 그냥 머리를 세 대 쯤 쥐어박아 주고 싶을 때 있어요. 하지만 어두운 글이라는 게 소재가 그런지 분위기가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요. 어두운 소설 가운데에서도 사람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은 분명히 작용한다고 생각을 해요. 정말 슬픈 소설을 읽고서도 ‘나는 감동 받았어’라고 하는 사람이 있듯이, 자기의 분위기가 어둡다고 해서 그게 따뜻하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어두움이 꼭 차가움을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 어두운 분위기를 너무 거부하지 말고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쓰는 게 중요할 거예요. 중이병은 조심하는 게 좋지만요.

 



Q. 글을 쓰다 보면 문법에 맞게 쓰고 있나 헷갈릴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인터넷에 물어보니까 문법은 필요악이다 그런 사람도 있고, 문법에 안 맞게 쓸수록 창의적이다 하는 분도 있던데 소설가 분들의 의견은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A. (전아리) 뭐랄까, 문법 틀린 수준이 사람들이 읽을 때 엄청 불편하다거나 그러면 읽는 데에 방해가 되니까 좋지 않겠죠? 예술적 창작 의도가 들어가서 문법이 파괴된 형태로 나온다 이런 거는 딱 읽었을 때 느껴지잖아요. 이게 엄청 조화롭고 ‘아! 느낌이 온다’ 그럼 이미 성공을 한 거고, 굉장히 부서진 거 같고 글이 완성도가 엄청 떨어지고 멋을 내려고 문법을 파괴한 건가 싶으면 실패한 거고, 굉장히 모험을 감행하면서 시도를 해야 되는 일 같은데 그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물을 필요 없이 그냥 작가 분이 알아서 판단하시면 될 거 같아요.

 

A. (전삼혜) 이 얘기를 듣고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저희 집엔 제 책이 없었습니다. 증정본 스무 권이 있어 남을 줄 알았는데 친구들한테 보내니 내 책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강의 하기 전에 내 책을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출판사 공모전에 냈던 판본 하나 읽어봤는데, 읽는데 문장이 정말 안 좋더라구요. 그런데 책으로 나오면서 편집하시는 분들이 다듬어주기 때문에 책을 낼 때는 사실 문법이나 맞춤법이 심각하게 틀리지 않는 이상 별 성과는 없어요. 하지만 학생 때는 그걸 고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를 해야 되구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지만 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야말로, 소설을 쓰든 시를 쓰든 문학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용하는 언어를 바르게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거든요. 재료에 대한 예의랄까? 재료가 굉장히 싱싱하고 그런데 요리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으면 재료한테 가끔 미안한 마음이 들 듯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가지고 글을 쓰는데 그 언어를 올바로 사용하는 게 그래도 우리가 창작하는 것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을 때가 가끔 있기 때문에 문법은 공부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퀴즈 이벤트


 

1. 전아리 작가 『팬이야』에서 정운이 쫓아다닌 아이돌 그룹의 이름은?

답 : 시리우스

 

2. 전삼혜 작가 『날짜변경선』에서 주인공 현수의 담임 선생님 이름은?

답 : 너구리

 

3. 전아리 작가 『시계탑』에서 연이의 남자사람 친구의 이름은?

답 : 병욱이

 

4. 전삼혜 작가의 등단작 이름은?

답 : 「딱」

 

 


마지막 질의 & 응답─작가가 작가에게


 

Q. (전삼혜) 어디선가 인터뷰에서 하루에 원고지 15매를 꼭 쓰고 주무신다고 하셨는데요. 하루에 원고지 15매는 말이 15매지 굉장한 분량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걸 습관이 들게 하는 특별한 비법 같은 게 혹시 있나요?

 

A. (전아리) 연재를 할 때는 매일 그 정도는 쓰는데, 아! 지금 리브로에서 연재하고 있거든요. 많이 들어와 주세요. 그 인터뷰는 아마 4년 전 했을 거예요. 그땐 그랬고 요즘엔 귀찮으면 많이 안 쓰기도 하고 그래요.

 

Q. (전아리) 작가님들마다 쓰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잖아요. 마감 며칠 앞두고 몰아서 쓰는 분도 있구요. 꼬박꼬박 쓰는 저 같은 경우에는 단편은 엄청 몰아 쓰는 타입이거든요. 3~4일 안에 허둥지둥 쓰거나 그렇고, 장편은 차근차근 쓰는 편이에요. 전삼혜 작가님은 어떤 식으로 어떤 시간대에 작업을 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A. (전삼혜) 작업을 하는 건 모두가 잠드신 밤 10시부터 시작이 되고요. 인터넷 선 뽑아도 어느새 다시 끼우고 인터넷을 하다 자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저는 오히려 장편 같은 경우에는 2~3달 전부터 오늘부터 하루에 A4 한 두 장씩 쓰자 하고 시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야 될지, 있었다고 해야 할 지, 있다고 해야 할지 지금 굉장히 고민이 되는데요. 왜냐하면 저는 달랑 책을 한 권 냈잖아요. 제가 처음 쓴 장편이 ‘날짜변경선’이기 때문에 지금 습관이 되기는 일러요. 단편 같은 경우는 몰아 쓴다기보다는 스터디를 하는데 일주일에 A4 한 장 씩을 꼭 써서 올려야 되기 때문에 그렇게 쓰고는 있는데, 문제는 A4 한 장을 쓰고 전에 쓴 걸 뒤돌아보면 고치고 싶고 또 다음 주 한 장 쓰면 전 주에 쓴 걸 고치고 싶고 이렇게 하다간 평생 완성을 못 할 거 같은 불안감이 점점 커지는 거 같아요.

이건 질문은 아니지만 언제 술 한 잔 같이 하면 안 될까요? 언니! 나중에 번호라도 좀…….

 

A. (전아리) 콜!

 

 

전아리 & 전삼혜 소설가 마지막 한 마디


 

전아리 : 오늘 날씨도 안 좋은데 많이 와줘서 고맙고요. 볼수록 반짝반짝 거리고 예쁘고 저도 나이가 많은 거 아니지만 동생들 보니까 너무 좋네요. 행사 준비해주신 글틴 친구들 감사하고 사회 잘 봤는데 사회자님께 박수 좀 쳐주세요. 정말 재미있었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어디서든.

 

전삼혜 : 항상 행사를 준비하는 자리에 앉아있다가, 여기 앉아서 당해보니 굉장히 색다른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글틴 중 1인으로 살아가지만 한번쯤 이런 자리 앉아보는 것도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네요. 여러분께 드릴 말씀으로는 일단 술과 담배는 지금 당장 안 해도 이십 세가 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그것과 마약, 폭행, 강금, 납치 등 불법적인 거는 접어두시고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경험을 어머니가 아직 쫓아내지 않는 만 십구 세 이전에 마음껏 하시길 바랍니다. 뭐 안전한 도피처가 있다면 1박 2일 가출도 괜찮을 같기도 해요. 오늘 이런 자리를 준비해주시고, 제가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서 할 말 못할 말 다 한 것 같은데 적당히 필터링을 해서 좋은 경험으로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정리 : 변인숙 baram4u@gmail.com

  



 

●  전아리 소설 - 시계탑 에서...

●  전삼혜 소설 - 날짜변경선 에서...


추천 콘텐츠

나는 광대다

청소년 테마소설 세상 속으로 5회 나는 광대다 장정희 땡~ 산조 가락이 자진모리의 클라이맥스 지점을 향해 막 솟구쳐 오르던 순간이었다. 힘차게 튀어 올랐던 태섭의 손가락이 땡, 소리와 함께 대금 위에서 조용히 잦아들었다. 숨죽일 듯한 적막이 찾아왔다. 적막은 짧았지만 숨결은 뜨거웠다. 태섭은 입술에 대고 있던 대금을 내려놓고 심사관들을 향해 앉은 채로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러고는 방석 옆에 놓여 있던 정악대금을 함께 챙겨든 후 뒷걸음질 치듯 천천히 수험실을 빠져나왔다. 문을 열자 진행요원이 문틈에 귀를 대고 있다가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 다음 순번의 수험생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들어갔다. 태섭은 대기실 의자에 나란히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창백한 얼굴들을 힐끗거리며 복도로 나왔다. 복도는 바닥에 주저앉아 삑삑삑 불어대고 있는 대기자들의 연주 소리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자 벌겋게 달아올라 있던 태섭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듯 바람이 달려들었다. 태섭은 곧바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목 언저리가 뻐근했다. 대금 연주자들에게 목 디스크는 숙명이라지 않는가. 태섭이 고개를 좌우로 젖히자 뼈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태섭은 담배를 힘껏 빨아들였다. 비로소 딱딱하게 굳어있던 입술의 감각이 살아남을 느꼈다. 태섭은 습관처럼 입술의 아랫부분을 문질렀다. 취구가 닿는 아랫입술 언저리는 피딱지가 떨어질 날이 없어 거무스름하게 변색되어 버렸다. 누구든 그 부위에 거무죽죽한 흔적을 갖고 있다면 그는 대금 연주자일 것이다. 태섭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끝났어! 해가 기울면서 날은 더욱 쌀쌀해졌지만 아직 눈이 내릴 기색은 없었다. 이제 겨울은 곧 시작될 것이다. 수시 모집은 대학 입시의 첫머리일 뿐 영광과 회한의 경계를 가를 때까지 입시생들의 겨울은 계속될 것이다. 태섭은 가방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꺼냈다. 전원을 켜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자와 콜이 쏟아졌다. ‘물론 시험은 잘 봤겠지? 네가 떨어지면 붙을 놈 누가 있냐?’ ‘빨랑 내려오기나 해. 얼굴 잊어버리겠다.’ ‘오늘 수시 봤던 놈들까지 다 올 거야.’ ‘끝나면 곧장 전화해. 안 하면 죽어!’ 태섭은 휴대폰을 그대로 가방에 던져 넣고는 정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걷기조차 힘이 들었다.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동안, 남녀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태섭의 곁을 스쳐갔다. 이곳은 2년 전 캠퍼스 투어로 와 본 이후 두 번째다. 캠퍼스 투어는 태섭의 열망에 더욱 불을 지펴 놓았다. 와 봐야 새로울 것도 없다는 듯 나른한 표정으로 걷고 있는 대학생들이 부러웠다. 목표물을 손안에 얻은 사람만의 여유랄까. 나도 저들처럼 심상한 표정으로 이 캠퍼스를 활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연이어 두 번이나 전화가 왔다. 엄마다. 일이 손에 잡히지

  • 웹관리자
  • 2012-10-27
고양이의 안부를 묻다

청소년 테마소설 세상 속으로 _ 제4회 고양이의 안부를 묻다 이성아 소녀는 고양이를 안고 있었다. 물방울이 맺힌 소녀의 머리카락에서는 샴푸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고, 고양이도 막 목욕을 마친 듯 털이 보송보송했다. 보송보송한 털의 유혹이 너무나 강렬해 나도 모르게 쓰다듬을 뻔했다. 소녀는 나와 또래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국의 사람들처럼 어색했다. 아파트 하수구 관이 막혔는데, 지금은 밤중이라 공사를 할 수 없으니 아침에 공사할 때까지 물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지구 반대편의 언어라도 되는 듯 나를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소녀는 나보다는 고양이와 더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는 영물이야. 공연히 곁을 주면 나중에 해꼬지나 당한다니까.” 아줌마가 내게 하던 말이다. 고양이는 소녀의 품에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고양이에게조차 수모를 당한 듯 명치끝이 짜르르 아려왔다. 나에게도 고양이가 있었다. 높은 담을 사뿐히 뛰어올라 얼음사니처럼 우아하게 걸어 다니던 고양이에게 나는 다미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두었다가 다미에게 주면 아줌마는 소리를 꽥 질렀다. “고양이 밥 주지 말란께. 야가 뭔 똥고집이래.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까이.” 식당 알바는 힘들었다. 처음엔 청소하고 설거지나 하면 된다고 하더니 술손님들이 많으면 서빙에서부터 고기 잘라 주는 일까지 이것저것 가릴 여유가 없었다. 취한 남자들이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아래위를 훑어보거나 손이며 엉덩이를 쓰다듬으려고 할 땐 온 몸의 솜털이 다 곤두서고 구역질이 나오려고 했다. 그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것 같은 아줌마의 목청이었다. 내 평생 목소리가 그렇게 큰 사람은 처음이었다. 고작 17년밖에 안 산 내가 평생이란 말을 쓰긴 좀 그렇지만, 아마 평생을 곱절로 살아도 그렇게 목청이 큰 사람은 만날 것 같지 않았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아줌마는 고함을 질러댔다. 간혹 뭔가 날아가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깨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양은냄비나 플라스틱 바가지, 물통이나 양푼, 철판 뒤집개나 슬리퍼 같은 것들이었다. 나는 살얼음판 위를 걸어 다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일했다. 수돗물을 세게 틀면 안 되고, 설거지할 때 개수대 밖으로 물이 튀면 미끄러지므로 안 되고, 식탁은 젖은 행주로 닦은 다음 반드시 마른 행주로 닦아야 하고, 기름 묻은 그릇은 오래 두면 안 되고, 안 되는 것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걸을 때 엉덩이를 흔들어도, 무표정해도, 큰 소리로 웃어도 아줌마는 고함을 질렀다.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화낼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많이 나온 전기세와 갑자기 오른 임대료, 갑자기 쏟아지는 비, 햇빛이 들이치는 창, 똥 마려운 것처럼 끙끙거리는 개새끼, 시끄러운 오토바이소리, 그리고 뭘 해도 마음에 안 드는 생선 구잇집 아줌마. 소정은 아줌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 웹관리자
  • 2012-10-16
단 한 번의 기회

청소년 테마소설 성취와 좌절_제4회 단 한 번의 기회 이명랑 자식을 바꿀 수 있을까? 나라면…… 절대로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아빠, 엄마라면? 나는 빠르게 주위를 훑어본다. 운동장을 둥글게 에워싼 광장식 계단을 꽉 메운 사람들. 대부분 오늘 테스트에 임하는 아이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다. 열심히 자녀들을 응원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나는 아빠, 엄마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생각한 순간, 차가운 은빛으로 빛나는 안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빠다. 아빠 옆으로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도 앉아 계신다. 컥, 숨이 막힌다. 우리 가족이 앉아 있는 곳을 확인하자마자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막혀온다. 흰 현수막 위에 금빛으로 화려하게 새겨진 글자들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VIP. 금빛으로 빛나는 VIP라는 글자들 옆으로 봉황 두 마리가 이제 곧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듯이 날개를 펼치고 있다. 그 활짝 편 날개 옆에 우리 가족은 앉아 있다. 비좁은 자리에 앉아 서로 어깨를 부대끼며 자식들을 응원하다 말고 어른들은 가끔씩 VIP석을 곁눈질한다. 대놓고 쳐다보지는 못하지만 이따금 VIP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훔쳐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부러움과 질투심이 묘하게 뒤섞여 있다. 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지? 얼마나 돈을 많이 벌어야 VIP석에 앉을 수 있는 거야? 아들아! 봤지? 네 눈에도 저기 VIP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너만이라도 제발 저 자리에 앉아다오! 사람들이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들과 느낌표들을 아무렇지 않게 상대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 옆에서 아빠, 엄마보다 더 태연하게 발밑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바로 내 가족이다. 어른이 되면 나도 저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앞으로도 나는 우리 가족의 일원일 수 있을까? “자! 전원 출발선 앞으로!” 사회자가 붉은 깃발을 번쩍 들어올린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수많은 아이들이 출발선 앞으로 달려간다. 나도 질세라 뛰어간다. 시작이 절반이다, 라고 아빠는 늘 말한다. 맞는 말이다. 시작에서부터 뒤처지면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나는 내 앞을 가로막고 달리는 아이들 두, 세 명을 어깨로 밀치며 앞으로 뛰어간다. 누군가 내가 했던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내 어깨를 밀치고는 빠르게 내 앞을 스치고 달려 나간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키가 큰 녀석이다. 누가 너 따위에게 질 줄 알고! 나는 어금니를 악문다. 간신히 내 어깨를 치고 달려간 녀석보다 한 발 앞서 출발선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정중앙이다. “모두 집중! 첫 번째 미션이다! 참가 인원은 모두 100명, 카트는 50개! 먼저 뛰어가 카트를 잡는 사람만이 장을 볼 수 있다!” 순식간에 사회자의 설명이 끝났다. 사회자는 번쩍 들어 올렸던 붉은 깃발을 밑으로 내리고 출발선 앞에 서 있는 아

  • 웹관리자
  • 2012-10-02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