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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평론가, 우리를 책세계로 인도하는 이야기꾼

  • 작성일 2006-11-28
  • 조회수 712



 

   

 

 신문에서 도서평론가라는 직함으로 많이 접하고 또 방송에서도 많이 듣던 낯설지 않은 이름, 이권우. ‘도서평론가’라는 이름은 어찌 보면 ‘함량 미달’의 도서를 과감히 색출해내는 ‘도서검열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무튼 나는 직업이든 취미든 책과 가까운 사람을 만나면 집중력이 생기고 더불어 기분도 좋아진다. 또한 무척 부러운 마음도 생긴다. 강을 건넜으면 버려야 하는 것이 나룻배라고 했던가, 책이라고 했던가? 이권우 선생님의 왼편에는 붉은색 표지의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내가 그것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그것이 마치 선생님의 ‘애인’ 같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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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위는 이권우 선생님이 그동안 내신 책들>




안녕하세요. 그동안 바쁘셨죠.



=네, 이제 좀 나아졌네요.

 

 
 <파주 북시티 페스티벌 2006> 행사가 지난 10월 19일부터 29일까지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에서 열렸습니다. 선생님은 이 행사의 집행위원장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셨는데요. (선생님은 ‘북시티 책 잔치’의 진행을 맡으셨다.) 이 행사는 어떤 목적을 갖고 펼쳐진 행사였나요? 행사의 성격과 규모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를 좀 해주십시오.   


 

= 행사의 대부분은 마케팅, 편집, 디자인 관련 등 전문가들이 중심에 선 행사였어요. 그 가운데 제가 맡은 것은, ‘책 잔치’ 라는 행사였습니다. 이는 일반시민들을 위한 행사로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되었지요. 출판사들은 평소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을 할 수 있는 자리였고, 또 이번 기회에 책을 통해 문화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일러주는 그런 행사들이었죠.

 제가 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전국 대학생 독서토론대회’라는 행사였어요. 책의 가치를 극대화 하는 데 토론이 중요하거든요. 아마 우리 청소년들도 학교에서 논술을 공부할 때, 책을 읽고 토론하는 교육을 받을 거예요. 견해가 다른 사안을 어떻게 수렴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적 토론을 벌이는 것이 바로 논술이죠.

 이 대회는 교보문고와 숙명여대가 공동으로 주최를 했는데. 모두 만족해하는 분위기였어요. 이 정도의 분위기와 호응이라면 ‘전국 대학생 독서토론대회’는 앞으로도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축제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데도 어린이들이 많이 왔어요. 책은 왜 어린이들만 많이 읽는지 모르겠어요. 연령대를 벗어나,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줬으면 좋겠어요. 청소년들은 시험 때문에 못 읽고, 대학생들은 취업 때문에 못 읽고, 어른들은 먹고사는 일로 바쁘다 하여 못 읽는다면, 참된 가치는 어디서 얻으려고 하는지 너무 답답하고 안타까워요. 책을 읽지 못하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너무 ‘핑계만 대지 말고’ 그 어려움을 사회와 개인이 함께 고민해서 모든 세대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번에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이번 행사 가운데서 특히 호응이 좋았던 행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였나요? 그리고 그렇게 좋은 반응을 일으킨 나름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책과 관련해서 관람객들이 어느 곳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궁금합니다.


= ‘저자와의 만남’이었어요. 그 이유로 영화제를 예로 들어볼까요. 우리가 영화관에 가면 영화를 볼 수 있는데도 사람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 많이 몰려가지 않습니까? 거기서는 평소에 만날 수 없던 감독과 영화배우를 직접 만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 행사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저자와의 만남이죠. 평면화되고 활자화되었던 곳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저자를 직접 보고 강연도 듣고, 질문도 던져보고,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의 저자 사인도 받는 일들이 이 행사의 긍정적인 기능인 것 같아요. 특히 이번 행사에서 신영복 선생님과 공지영 작가와의 만남이 반응이 좋았어요. 사람도 많이 몰렸고 강의의 수준도 높다 보니 호응도가 높았어요. 또 과학자도 모셨는데 위의 두 분의 경우보다는 적은 인원이었지만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에게 있어서 책이란 무엇이라 정의내릴 수 있을까요?


= 저처럼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젊은 날 내 영혼을 뒤흔든 결정적인 것을 바로 책이 제공했거든요. 어느 순간 내 눈에 덮여 있던 비늘을 벗겨낸 책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저는 이 자리에 없겠죠. 말하자면 책은 제 삶의 원동력인 거죠.

 나로 하여금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어린 수준에서 성숙한 수준으로 향상시킨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책이죠. 결과적으로 내 영혼의 중심, 내 삶의 나침반이 된 것, 그것이 없으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것, 지금도 여전히 그것 때문에 살 수 있는 것,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 이런 식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군요.

 

 
 책과의 인연이 다른 사람들보다 각별할 것 같은데요. 지금의 도서평론가란 직함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기까지 책과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가 있을 듯합니다만.

 

=저는 직장생활을 약 일 년 정도 하다가 잡지사 기자 생활을 했어요. 우연히 『출판저널』이라는 출판관련 잡지의 자리가 비어서 그 자리로 가게 되었죠. 책상엔 늘 책을 읽었고, 술자리에서도 책 이야기만 했던 시절이죠. 그곳에서 우리나라 출판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 이승우 주간(폐간된 대한일보의 문화부 차장을 역임)으로부터 우리말을 제대로 쓰는 법과 말하는 법에 대해 엄청난 훈련을 받았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훌륭한 어른한테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거였죠. 그러다가 여러 직장을 거쳐 아주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게 되었죠. 나이에 비해 직위나 전망도 괜찮은 편이었죠. 그런데 문득, 그냥 이렇게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정된 직장에서 월급만 받으면서 생활하는 삶 자체가 왠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차에 당시『출판저널』의 편집장으로 계시던 김지원님이 저를 후임으로 앉혔던 거죠. 그래서 다시 2년 동안 편집장으로 일하게 됐죠. 그 후로도 ‘이렇게’ 직장생활만 하다 보면 ‘소모’만 하게 되고 생산적인 일은 하지 못하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들었어요. 그때 만약 책만 가지고 전문적인 평론을 하게 된다면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물론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한다는 것과, 또 이전까지만 해도 이 분야의 역할을 전적으로 언론사의 기자들이 해왔기 때문에 전문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제 결정을 힘들게 했지요. 하지만 이 분야가 아직은 도전할 만한 무엇이 있다고 믿었기에 자신은 있었어요. 만약 실패한다면 낙향한다는 각오로 결단을 내렸던 거죠.

 

 


 

<사진 위는 이권우 선생님이 글을 연재중인 어느 신문 지면>

 


일부 독자는 선생님의 ‘말과 글’에 따라서 움직이고 또 그것이 출판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거기에는 미디어의 힘이 가세하지 않습니까? 그 ‘말과 글’의 말미에 표현되면서 한층 신뢰감을 더해주고 있는 이 ‘도서평론가’라는 직함에 대해서 소개를 좀 해주시지요. 도서평론가란 어떤 일을 하는 분들인가요?



=『출판저널』이라는 출판전문잡지의 편집장을 그만두고 ‘도서평론가’라는 전문가의 길로 들어설 무렵에는 ‘도서평론가’라는 말은 없었어요. 이 말을 제가 처음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출판평론을 하는 사람들은 많았는데 저는 그 분야의 몇몇 영역은 포기하기로 한 거죠. 예를 들면, 어떤 책이 잘 팔렸나, 한국 출판계의 고질적인 병폐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책이 잘 팔리나, 하는 마케팅적 개념의 출판 이야기나 출판과 관련된 뒷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어요. 즉, 이 책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글을 쓰거나 말하는 것’으로만 제 역할을 한정시키는 것이었죠.

 
‘도서평론가’를 쉽게 풀이하자면 ‘책 이야기꾼’인 셈이죠. 이 책에서 뭐가 나쁜지, 왜 이 책을 읽으면 안 되는지, 이 책의 문제점을 말하는 게 도서평론가의 일이죠.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책을 읽지 않으니까, 오히려 왜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지를 제안하죠. 마케팅적인 영향력과 부정적인 면은 최소화해서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권해 주는 일이 도서평론가의 역할입니다. 또 책이 워낙 양적으로 범람하다 보니 질적으로 좋은 책, 또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책이 필요한지 일러주는 역할도 도서평론가에게 주어진 일이죠. 비유하자면 ‘요다형 인물(지혜로운 안내자형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선생님이 하고 계신 일의 특성상, 책을 붙들고 있어야 할 시간이 많을 듯한데요. 그리고 읽은 책에 대해 ‘이 책은 어떻다’라고 ‘써야’ 하는 일이 필수적일 것 같은데요. 이렇게 본다면, 도서평론가야말로 먼저 글 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도 책의 분야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방면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식견을 갖춘 글쓰기가 요구될 것 같은데요. 도서평론가가 되기 전에 혹시 글쓰기에 대해 열중하셨나요?



= 저는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좋은 선배들과 술자리에서 문학 얘기를 많이 했어요. 선배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어떻게 글로 표현되는지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린 셈이죠.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들은 학생 때 이미 문인인 사람들도 많았지요. 이문재, 안재찬, 박덕규… 등등. 운 좋게도 이런 선배들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또 당시에 학생운동을 하던 선배들을 통해서는 인문 사회과학적인 의식들도 깨쳐나갔어요. 당시는 사회적 모순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성숙된 시기였지요.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다양한 성향과 재능을 가진 선배들을 통해 문학과 사회과학을 알아가면서 성장했다고 할 수 있지요. 저는 단 한 번도 글쓰기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어느 순간 ‘글쓰기’가 되더라고요. 요즘 학생들은 글쓰기 교육을 따로 받지 않습니까? 하지만 글쓰기 교육이 따로 없어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글쓰기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면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저와 같은 사람으로 입증이 되는 거죠. 그럼에도 여전히 글쓰기는 부담되고 긴장되는 일입니다. 저의 경우도 조급해지고 짜증을 잘 내면 마감일이 다가왔다는 증거예요. 글쓰기는 언제나 부담스러워요. 설령 문학적인 글이 아니라 일종의 실용적인 글, 예를 들어 책을 소개하는 글임에도 ‘쓴다는 것’ 자체는 항상 부담스러운 일인 듯합니다.

 

  
 책들이 다품종으로 쏟아지는 요즘. 독자들 가운데는 선생님과 같은 도서평론가 분들의 도움, 즉 도서추천으로 시간을 절약하면서 책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함량 미달’에 해당하는 책이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선생님의 경우는 그 수많은 책들 속에서 어떻게 좋은 책을 골라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책 선정에 어떤 원칙이 있나요?



=안 믿으시겠지만 표지만 봐도 좋은 책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어요. 말하자면 그 책을 만든 사람의 정성이 한눈에 비치죠. 책의 제목, 디자인, 본문 편집 같은 걸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또 서문을 읽어 보면 대략적인 것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어요. 저는 출판사에서 보내는 보도자료를 배제한 상태에서 책 제목, 저자 이름, 서문을 참고해서 좋은 책을 가려냅니다. 그런데 제 분야가 아닌 경제 경영서나 실용서는 보지 않습니다. 문학, 인문, 자연과학에 집중하다보면 일이 훨씬 수월하죠. 물론 저도 인간이라 간혹 잘못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석 달에서 다섯 달 동안은 제게 보내준 그 책을 소중히 보관합니다. 혹시라도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내용적인 면에서 관심이 가는 책은 뒤늦게라도 읽고 싶은 욕구도 있고요.

 

 
 선생님처럼 도서평론가가 되고 싶은 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 아직은 생업을 유지할 만한 직업은 아니에요. 하지만 앞으로 다양해지고 넓어지는 영역이 이 분야라고 봅니다. 아직은 토대가 약해서 함부로 권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직업군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나아가 사회과학, 경제경영, 실용서 분야의 평론가도 나와 주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았음에도 이 일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책에 ‘미쳤기’ 때문이에요. 그 분야에 미치면 남들이 말려도 해낼 수 있고, 스스로 개척해 나가게 되요. 그러면서 남들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되거든요.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끊임없이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때 가장 중요한 ‘학교’가 책이에요. 또 은퇴한 뒤에도 책은 아주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죠.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갖추지 못하면 책읽기는 힘들어요. 우리가 책을 읽으면 돈도 들이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서 교양과 지식, 감성을 쌓게 되죠. 지금 청소년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도서평론가가 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잘 준비하는 의미에서 책 읽기를 권합니다. 물론 책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도서평론가가 되겠죠. 우리가 흔히 책을 나룻배에 비유하잖아요? 강을 건너면 나룻배를 버려야죠. 불경에 나오는 대로 나룻배를 이고 들판을 계속 걸을 수는 없잖아요.

 

 
 도서평론가로서의 선생님의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요? 직업병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책 읽다 자고, 일어나서는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고 또 책을 읽죠. 그리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방송도 하고, 책에 관한 글도 쓰고, 또 책만 읽어서 생계가 유지되지 않을 때는 책 만드는 기획도 겸하고 있어요. 저에게서 책이 없는 상황은 잠잘 때나 죽은 뒤겠죠.

 


 선생님이 하시는 이 일에도 여느 직업처럼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고 반면 즐거움과 보람된 일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연봉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소개를 좀 해주시지요.

 

=전문가가 되면 책을 술술 읽는다고 하는데 정말 어려워요. 물론 일반인보다는 자주, 많이 접해서 빨리 읽을 수는 있지만 어렵게 느끼는 부분은 같거든요. 특히 더 이상의 수준이 향상되지 않을 때, 중도에 포기하고 싶을 때는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되죠. 일반 사람이 느끼는 어려움 즉, 몸이 느끼는 피로감 등은 같아요. 다른 점이 있다면 긴장도의 차이 정도라고나 할까요.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해줘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생산적인 일을 했다는 거예요. 수많은 책을 읽고 그 책에 관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것이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내 영혼 속에 축적된다는 것이죠. 누구에게 영향을 끼쳐서 행복한 게 아니라 내가 책을 읽고 느끼는 행복감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는 충만은 가장 큰 기쁨이에요. 그 다음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을 읽게 만들었을 때, 책을 읽고 싶지만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이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가 큰 보람이죠. 그리고 연봉은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받는 연봉의 절반 정도예요.

 

 
 오래전부터 ‘도서평론가로서’ 책의 여러 ‘현장’을 보고 계시는데, 이즈음 우리 청소년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으신지요?

 

= 건강한 책들이 많이 사장되었다는 거예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책을 안 읽었기 때문이지요. 사실은 좋은 책이 나오도록 하는 ‘소비자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결국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읽어서 산업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지금의 현실은 매우 안타깝죠. 최근에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한국 영화와 비교해 보면 굉장히 심각합니다. 지금의 한국 영화는 대중의 감성을 읽어낼 줄 알면서도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투자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어 빠른 시간 내에 투자금을 뽑아낼 수 있는 <괴물> 같은 영화도 있고, <왕의 남자>처럼  예술성이 충분히 녹아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는 상업적 이윤만 추구하는 영화부터 상업적 이윤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예술적인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그런데 출판은 그런 기반이 무너지고 있어요. 아주 심각해요. 독자가 줄어드는 것은 좋은 책을 만드는 기반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좋은 책, 양서를 알아볼 수 있는 독자가 빨리 양산되어야 합니다.


 청소년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좋은 책을 읽는 독자층으로 성장해 달라는 거예요. 그래야 좋은 책이 많이 출판됩니다.

 

 
 선생님은 그동안 수많은 책들을 꼼꼼하게 읽으셨습니다. 아직도 생각나는 명문장들이 있을 듯합니다만.


= 너무 많은데요. 책을 읽은 후에 작업을 하지만 너무 많아서 기억을 못 할 정도죠.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남쪽으로 튀어라>라는 책이에요. 여기에서 아주 기억에 남는 글을 읽었는데,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 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중 한 사람이다. 알겠냐? ,,.,..(중략)...... 하지만 너는 아버지를 따라할 거 없어. 그냥 네 생각대로 살아가면 돼. 아버지 뱃속에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벌레가 있어서 그게 날뛰기 시작하면 비위짱이 틀어져서 내가 나가 아니게 돼. 한마디로 바보야, 바보"

라는, 굉장히 감동적인 글이 나와요. 선배 세대와 후배 세대 간의 관계 속에서 앞선 세대가 자기의 주장과 가치관이 자랑스럽다고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 새로운 세대는 거기에 동의하면서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 진정한 가치를 전해주고 싶을 때 선배 세대가 후배 세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아주 감명 깊은 소설이었어요.


  
 최근에 읽고 계신 책은 어떤 책인가요? 

 
=한국문학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외국문학은 잘 읽히고 있거든요. 얼마 전 공지영 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가 된 게 화제가 될 정도잖아요. 한국문학이 지금 무엇을 결여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외국소설을 읽으려고 해요. 최근에는 신문에 고전을 주기적으로 연재하고 있는데 역시 고전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는데 과학 서적을 읽으려고 해요. 아무래도 지금이 ‘과학의 시대’이다 보니 그쪽에 대한 지식이나 상식을 넓혀야 할 것 같아서요.


 
 2006년 출판계의 특징은 무엇이었나요?

 
= 올해 한국 출판계는 뚜렷하게 성과가 없어요.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문화비 지출이 감소했고, 특히 도서 구입비는 더욱 줄이는 상황이 되었죠. 불황의 여파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줄 만한 좋은 책 역시 보이질 않네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 책을 많이 읽는 소비자 운동이 확산되면 좋은 책은 저절로 많이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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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권우 선생님 약력


1963년 서산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출판저널 편집장 역임

도서평론가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

 

 

● 취재후기 

 

 

인터뷰 중 선생님이 개인적이고 사소하게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나네요.
'우리 집 가훈이 두 가지입니다. 그 중의 하나가 ‘마음대로’예요. 이것은 사회적 질서나 윤리를 어기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내 영혼이 움직이는 대로 해보라는 거예요. 두 번째는 ‘비교하지 말자’예요. 비교하지 않으면 행복해 지거든요.”
 마음대로, 내 영혼이 ‘퍼먹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리고 그런 영혼의 자리를 비교하지 말아야 할 텐데. 아아, 이제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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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0-27
고양이의 안부를 묻다

청소년 테마소설 세상 속으로 _ 제4회 고양이의 안부를 묻다 이성아 소녀는 고양이를 안고 있었다. 물방울이 맺힌 소녀의 머리카락에서는 샴푸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고, 고양이도 막 목욕을 마친 듯 털이 보송보송했다. 보송보송한 털의 유혹이 너무나 강렬해 나도 모르게 쓰다듬을 뻔했다. 소녀는 나와 또래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국의 사람들처럼 어색했다. 아파트 하수구 관이 막혔는데, 지금은 밤중이라 공사를 할 수 없으니 아침에 공사할 때까지 물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지구 반대편의 언어라도 되는 듯 나를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소녀는 나보다는 고양이와 더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는 영물이야. 공연히 곁을 주면 나중에 해꼬지나 당한다니까.” 아줌마가 내게 하던 말이다. 고양이는 소녀의 품에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고양이에게조차 수모를 당한 듯 명치끝이 짜르르 아려왔다. 나에게도 고양이가 있었다. 높은 담을 사뿐히 뛰어올라 얼음사니처럼 우아하게 걸어 다니던 고양이에게 나는 다미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두었다가 다미에게 주면 아줌마는 소리를 꽥 질렀다. “고양이 밥 주지 말란께. 야가 뭔 똥고집이래.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까이.” 식당 알바는 힘들었다. 처음엔 청소하고 설거지나 하면 된다고 하더니 술손님들이 많으면 서빙에서부터 고기 잘라 주는 일까지 이것저것 가릴 여유가 없었다. 취한 남자들이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아래위를 훑어보거나 손이며 엉덩이를 쓰다듬으려고 할 땐 온 몸의 솜털이 다 곤두서고 구역질이 나오려고 했다. 그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것 같은 아줌마의 목청이었다. 내 평생 목소리가 그렇게 큰 사람은 처음이었다. 고작 17년밖에 안 산 내가 평생이란 말을 쓰긴 좀 그렇지만, 아마 평생을 곱절로 살아도 그렇게 목청이 큰 사람은 만날 것 같지 않았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아줌마는 고함을 질러댔다. 간혹 뭔가 날아가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깨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양은냄비나 플라스틱 바가지, 물통이나 양푼, 철판 뒤집개나 슬리퍼 같은 것들이었다. 나는 살얼음판 위를 걸어 다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일했다. 수돗물을 세게 틀면 안 되고, 설거지할 때 개수대 밖으로 물이 튀면 미끄러지므로 안 되고, 식탁은 젖은 행주로 닦은 다음 반드시 마른 행주로 닦아야 하고, 기름 묻은 그릇은 오래 두면 안 되고, 안 되는 것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걸을 때 엉덩이를 흔들어도, 무표정해도, 큰 소리로 웃어도 아줌마는 고함을 질렀다.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화낼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많이 나온 전기세와 갑자기 오른 임대료, 갑자기 쏟아지는 비, 햇빛이 들이치는 창, 똥 마려운 것처럼 끙끙거리는 개새끼, 시끄러운 오토바이소리, 그리고 뭘 해도 마음에 안 드는 생선 구잇집 아줌마. 소정은 아줌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 웹관리자
  • 2012-10-16
단 한 번의 기회

청소년 테마소설 성취와 좌절_제4회 단 한 번의 기회 이명랑 자식을 바꿀 수 있을까? 나라면…… 절대로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아빠, 엄마라면? 나는 빠르게 주위를 훑어본다. 운동장을 둥글게 에워싼 광장식 계단을 꽉 메운 사람들. 대부분 오늘 테스트에 임하는 아이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다. 열심히 자녀들을 응원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나는 아빠, 엄마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생각한 순간, 차가운 은빛으로 빛나는 안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빠다. 아빠 옆으로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도 앉아 계신다. 컥, 숨이 막힌다. 우리 가족이 앉아 있는 곳을 확인하자마자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막혀온다. 흰 현수막 위에 금빛으로 화려하게 새겨진 글자들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VIP. 금빛으로 빛나는 VIP라는 글자들 옆으로 봉황 두 마리가 이제 곧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듯이 날개를 펼치고 있다. 그 활짝 편 날개 옆에 우리 가족은 앉아 있다. 비좁은 자리에 앉아 서로 어깨를 부대끼며 자식들을 응원하다 말고 어른들은 가끔씩 VIP석을 곁눈질한다. 대놓고 쳐다보지는 못하지만 이따금 VIP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훔쳐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부러움과 질투심이 묘하게 뒤섞여 있다. 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지? 얼마나 돈을 많이 벌어야 VIP석에 앉을 수 있는 거야? 아들아! 봤지? 네 눈에도 저기 VIP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너만이라도 제발 저 자리에 앉아다오! 사람들이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들과 느낌표들을 아무렇지 않게 상대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 옆에서 아빠, 엄마보다 더 태연하게 발밑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바로 내 가족이다. 어른이 되면 나도 저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앞으로도 나는 우리 가족의 일원일 수 있을까? “자! 전원 출발선 앞으로!” 사회자가 붉은 깃발을 번쩍 들어올린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수많은 아이들이 출발선 앞으로 달려간다. 나도 질세라 뛰어간다. 시작이 절반이다, 라고 아빠는 늘 말한다. 맞는 말이다. 시작에서부터 뒤처지면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나는 내 앞을 가로막고 달리는 아이들 두, 세 명을 어깨로 밀치며 앞으로 뛰어간다. 누군가 내가 했던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내 어깨를 밀치고는 빠르게 내 앞을 스치고 달려 나간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키가 큰 녀석이다. 누가 너 따위에게 질 줄 알고! 나는 어금니를 악문다. 간신히 내 어깨를 치고 달려간 녀석보다 한 발 앞서 출발선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정중앙이다. “모두 집중! 첫 번째 미션이다! 참가 인원은 모두 100명, 카트는 50개! 먼저 뛰어가 카트를 잡는 사람만이 장을 볼 수 있다!” 순식간에 사회자의 설명이 끝났다. 사회자는 번쩍 들어 올렸던 붉은 깃발을 밑으로 내리고 출발선 앞에 서 있는 아

  • 웹관리자
  • 201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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