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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판타지와 퓨전 판타지

  • 작성일 2005-08-31
  • 조회수 896


 

1. 한국 또는 한국형 판타지의 대두와 그 실상

 

 

<김진 저 바람의 나라 책표지>

 

이 땅에 판타지라는 문화가 소위 흥행물의 하나로 등장하면서, 수많은 판타지 소설이 쏟아져 나와 서점에 가득히 쌓이기 시작했다. 해외의 서적이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며, 나아가 그간 밀반입되어 나돌아다니던 영상물 역시 정식 수입을 통하여 버젓한 하나의 상품으로서 진열되기에 이르렀다. 판타지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 같은 세상이 다가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단순한 소비와 그 뒤를 잇는 끝없는 국내의 재생산과 흉내내기에 가까운 창작 현실은 소비자는 물론 창작가에게까지 몇 가지의 의문과 바람을 품게 만들었다.

 

"언제까지 받아 들이는 데에만 그칠 것인가. 언제까지 훌륭한 해외의 작품에 감동 받고, 즐기고, 흉내 내는 데 그쳐야만 하는가. 우리도 우리만의 판타지를 창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똑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어느 누가 보아도 아, 이건 한국 판타지만의 정수가 느껴지는 그런 멋진 작품이야라고 생각되는 것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단순한 작품소비, 그에 따른 무의미한 재생산에 지친 창작가와 소비자들의 이러한 (의문과) 바람은 자연스레 한국 판타지 혹은 한국형 판타지를 향한 열망으로 변하였고,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들이 줄을 이었다. 이 같은 시도들은 그저 표면적으로 볼 때 매우 뜻 깊은 가치를 위하여 나아가는 자세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한국 판타지 문학에만 국한된 한때의 열병과도 비슷한 현상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판타지라는 문화가 잘 포장된 하나의 상품으로 대중에게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묵묵히 이런 작업을 해오던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은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판타지라는 개념조차 불분명하던 시절, 만화에서는 신화와 역사를 조화시킨 역사물 ‘바람의 나라(1992)’가 존재했고, TV드라마로(에서)는 ‘도깨비가 간다(1993)’가 방송을 탔다. 문학에서는 퇴마물이라는 일본식 장르 명칭을 달고 등장했던 ‘퇴마록 국내편(1994)’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은행나무침대(1996)’가 흥행 돌풍을 일으켰으며, 음악에서는 이상은(리체)의 ‘공무도하가(1995/1996)’와 김수철의 ‘팔만대장경(1998)’과 같은 걸작들이 발표되었다.

 

사실상 한국 판타지 또는 한국형 판타지는 이미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몇몇 작품이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큰 호응을 받지 못했을지언정, 굳이 호들갑을 떨며 그 부재를 한탄하고 모색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2. 한국 판타지 문학이 지닌 전통 퓨전에의 집착과 또 다른 경향.

 

(필자 주: 퓨전- 장르가 서로 다른 두 가지 형식의 예술을 하나로 아울러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신장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판타지 혹은 한국형 판타지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판타지라는 간판을 내걸고 그 중심에 등장한 것이 한국 판타지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판타지 문학계는 그 출발을 인터넷 통신망의 아마추어 모임에 뿌리를 두고 있었고, 따라서 어느 정도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가진 작가의 수가 극히 적었으며, 대부분의 작품들이 기존의 정보를 그대로 재생산해내는 아마추어리즘에 젖어 있었다. 가상의 세계와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 경향이 짙은 판타지 문학이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치열한 주제 의식 과 목적 의식이 필요했지만,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한국 판타지 소설들은 몇몇 작가의 작품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주는 것 그 자체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한국 판타지 문학은 젊었고, 그만큼 많은 가능성과 훌륭한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과연 이런 검과 마법, 그리고 중세 영웅담 형태의 판타지작품의 생산과 소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내부의 성토가 적지 않았으며,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모색했고, 또 실행에 옮겼다.


 

이런 논의가 한국 판타지 문학의 중점 사항으로 떠오르기 이전부터, 홍정훈의 ‘비상하는 매’에서는 아시아만의 고유 장르였던 무협을 판타지 작품에 일부분 옮겨오는 시도가 있었으며, 나아가 무협을 중요한 줄기로 잡은 전동조의 ‘묵향’은 한국 판타지 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전해 주기도 했다. 한국 판타지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는 도깨비가 주된 소재의 하나로 등장하기도 했다. 비단 프로 출판계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자주 글을 쓰던 아마추어 창작자 가운데서도 이러한 시도는 지금껏 끊이지 않고 있다. . ‘묵향’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 대다수를 이루지만, 그 가운데에는 故 최명희 선생님의 ‘혼불’처럼 옛말씨를 그 표현 방법으로 삼는 부류가 상당수 존재할 뿐만 아니라, 소재 자체를 동양의 신화나 역사로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최근의 한국 판타지는 좀 더 색다른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서울시를 통째로 가상 세계로 옮겨 놓고 판타지 세계 속의 예비군을 그리는 아마추어 작품이 등장한 이후, 프로 작가로서는 홍정훈이 ‘월야환담’을 통하여 통속적이던 판타지 배경과 인물을 실제 현실 배경으로 옮겨오는 대담한 발상의 전환을 실행에 옮겼으며, TV 드라마에서는 ‘프란체스카’가 흡혈귀라는 판타지 요소를 역시 현실에 접목하여 주목 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작품군으로 자리 잡은 소재들이기는 하지만, 과거 동양의 정취만이 한국 판타지라는 집착을 떨쳐내고 우리의 현실로 시야를 넓힌 한국 판타지라는 점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하겠다.


3.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서양 문명에 의하여 문화 침략을 당한 전력이 있는 대부분의 아시아권 국가는 대개 전통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며, 으레 그러한 면은 문화와 예술방면에서 가장 많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아직도 풀리지 않는 역사적인 문제를 많이 껴안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 판타지 문학은 더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유난히 동양 정신 문명과 퓨전에 집착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그 성과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열정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안일한 자세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 어울리는, 한국만이 지닌 정수를 강조하고 또 표방하는 창작가는 그렇게도 많이 만나 보았지만, 판타지에 녹아들어갈 한국의 정수에 대하여 탐구하는 창작가를 만나본 경우는 극히 적다. 게다가 진정한 판타지 작품을 창작하겠다고 하면서도, 판타지가 과연 무엇이며 그 뿌리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짧게나마 고민해보았다는 창작가를 만난 경험이 드물다는 사실 역시 한국 판타지와 한국형 판타지의 앞날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게 만든다.


 

 비단 전통 문화와 같은 소재적 퓨전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장르적 퓨전에 이르기까지 단지 서로 뭉쳐놓으면 그만이라는 자세나, 둘을 하나로 혼합하는 데에만 골몰하는 자세로는 진정한 의미의 퓨전을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다. 얼마 전, 전래동화를 발굴하고 또 개발하는 출판사의 먼 지인으로부터 ‘해외에서는 상까지 받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전래동화가 점점 더 천대를 받고 있어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근심스러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조금 비약하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문화와 예술계 전반에서 한국 전통을 중시하려는 움직임이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통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전래동화가 그런 무관심과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근간을 희생하고서 얻는 얄팍한 차용에 어떤 가치가 있단 말인가.

 

무릇 다른 성향을 지닌 두 존재가 하나로 어울리

기 위해서는 양쪽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진지한 성찰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저 자신이 창작하고 있는 한 분야의 작품만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또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판을 얻기 위하여 필요한 부분만을 슬쩍 차용하는 행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을까. 퓨전을 논하고 또 실행에 옮기기 전에 먼저, 모든 것을 자료나 소재로만 판단하고 차용하려고만 하는 자세를 버리고, 장르와 예술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진지한 자세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것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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