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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걸었어

  • 작성일 2013-07-01
  • 조회수 533

그냥 걸었어

이명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터미널이 보였다. 그랬는데 나는 아주 기분이 울적했다. 날씨는 좋았다. 그런 건 앞으로 반세기간은 좋을 것 같았다.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랬다면 나는 더 싫어졌을 것이다.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한담을 나누며.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나는 터미널 안의 서늘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버스가 정차되어 있었고. 나는 표를 사러 갔다. 가방이 무거웠다. 헐렁한 바지는 자꾸만 밑으로 내려갔다. 나는 작은 것에도 작용하는 그 중력을 혐오했다.


모든 터미널은 흩어져 있지만. 언제나 다시 합쳐졌다. 그것은 꼭 물길 같았다. 나는 거기 돌 틈에 끼인 물고기였다. 주황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주머니에 동전이 덜렁거렸다. 나는 천 원짜리 몇 장을 그곳에 구겨 넣었다.


4시가 되고. 버스가 도착했다. 표를 운전사에게 주고. 자리에 앉았다. 몹시 더웠다. 창문은 열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어느 중년의 남자가. 에어컨을 켜달라고 소리쳤다. 무딘 노을빛이 창으로 들어와 내 팔뚝에 닿았다.


켜켜이 쌓인 피곤과 그리움이 먼지처럼. 온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고. 의자를 뒤로 젖혔다. 모자를 쓴 청년이 내 의자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버스가 출발했다. 터미널 안쪽에 사람들이 주황색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하고 내 처지를 설명하고 싶었다. 그들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버스는 도로에 진입했다. 얼마 안 있어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날은 금방 어두워지고. 운전사는 실내등을 껐다. 승객들은 동일한 암흑을 덮고 누웠다. 나는 나의 낡은 가방끈을 부여잡고 있었다. 나는 낯선 곳에 있었다.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던 걱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0이 되었다. 다시 1이 되거나. 100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그 순간 잘 생각나지 않았다.


휴게소에 들러 등이 켜지고. 사람들은 괜히 어색해졌다. 대부분은 버스에서 내렸다. 남자들은 어둠 속. 들짐승들처럼 쓰레기통 앞에 모여. 담배를 태우고. 여자들은 종종걸음으로. 화장실을 찾았다. 나는 공중전화로 갔다.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다. 지폐 몇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주웠다. 투입구에 동전을 넣었다. 번호를 누르자 신호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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