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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물 사용법

  • 작성일 2008-01-31
  • 조회수 33

그녀의 눈물 사용법 *

김소연


어려운 꿈을 꾸면 책을 덮듯 꿈을 덮으라고 말해 준 건

그녀의 그녀였다 창밖은 서슬이 퍼래서 눈길을 거둘 수 없고

밤새 아무 일 없었던 듯한 세상, 그 뻔한 거짓말을 그녀는 노려본다


그럴 때 세상은 기가 죽어 비로소 조용해졌다 그 적막 한가운데를 가르며

꿈에서 딸려 나온 살림살이들이 재빨리 살 자리를 만든다

 

그녀는 날마다 펼쳐지는 적막강산에 체크인을 한다

먼 도시에서 마악 도착한 철새떼가 트렁크에 한가득 들어 있다


아마도 그녀는 피곤한 새들의 어깻죽지를 쓰다듬는 의식으로

하루를 다 써 버리는지도 모른다 이 도시에서 그녀는

새들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풍경을 방안에서 목도할지도 모른다


그때 그녀의 방은 풍선 든 어린아이와 햇볕 쬐는 노인들로 가득한

넓다란 광장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저녁 때가 되어서야 그녀는

 

눈물로 살림살이의 등때를 헹궈 주기 시작한다

인간의 등에 대해 기록하느라 그녀는 청춘을 썼다 이것은

사물들이 그녀에게 유독 등을 맡기려는 이유이며

그녀가 울지 않을 수 없는 바로 그 이유이다


그녀는 어딘가 부서진 자전거를 닮았다

그녀는 어딘가 길고양이를 전담하는 수의사를 닮았다

그녀는 어딘가 그녀가 꾸는 어려운 꿈을 닮았다

그녀가 울었을 때에야 세상이 기가 죽는 바로 그 이유이다


어김이 없었으므로 나는

그녀의 눈물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



* 천운영의 소설집 『그녀의 눈물 사용법』에서 빌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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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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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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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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