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스웨터 침엽수림

  • 작성일 2017-12-01
  • 조회수 370

스웨터 침엽수림

주하림


병원이 어디야 나는 철제 침대 아래서 퍼즐 조각을 맞춘다 오지 않아도 돼 부푼 배를 붙잡고 원래 겨울에는 삼일 빼고 아프다고 답했지 병원의 소독내, 젊은 의사가 가볍게 이별하듯 흘리는 웃음 그것들을 마주칠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 아일랜드 밴드의 연주, 빈혈기, 힘없이 대낮 광장을 가로지르는 새들
겨울에 떠올리는 강의 물빛 그것을 바라보는 눈, 어떤 꿈의 차가운 암호, 유리 조각이 흩뿌려진 기타, 그 밴드는 아일랜드가 아니라 핀란드 아니 스웨덴 출신인지 모른다 고칠 수 없는 병, 선인장과 신지 않은 신발, 소화기 내과 병실에서 여자들은 매일 배가 아프다며 울고 밤마다 벽에 머리를 찧는 여자는 속옷 차림으로 달아나는 꿈을 꾼다
새카맣게 썩어가는 꽃다발··· 접힌 퍼즐 조각을 간호사가 주워준다 모두 잠든 병동은 새하얀 겨울, 울다 지친 여자의 젖은 이마가 풍기는 축축한 냄새 래글런 코트를 입고 침엽수로 빼곡한 길을 걷고 싶다 북부 지방의 병든 자들은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신을 꽝꽝 언 호숫가에 던져버리겠지 얼음판 위로 코요테가 낑낑 대겠지 하지만 여기서 즐길 수 있는 건 난동뿐이야 이 썩은 내장을 꺼내 코요테에게 던져주고 싶다 끊어진 수화기 너는 정말 올 수 있을까
스웨터 좁은 입구, 목은 빠져나오지 못한다 스웨터 안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 침엽수림에 둘러싸인 빙하를 생각한다 출렁이는 얼음들 아일랜드 밴드의 연주가 멈춘 동안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변해간다 반도의 밤 어딘가에서 다친 허벅지를 얼음조각으로 도려내는 천사의 가쁜 숨, 물 위에서 하염없이 쪼개지는 빙하처럼

추천 콘텐츠

시럽은 어디까지 흘러가나요

시럽은 어디까지 흘러가나요 손미 자연의 고정된 외곽선은 모두 임의적이고 영원하지 않습니다 - 존 버거 번지점프대에 서 있을 때 내 발바닥과 맞대고 거꾸로 매달린 누가 있다 설탕을 뿌리자 볼록하게 서 있던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것 하늘에서 우수수 별가루가 떨어져 나는 너를 용서해야 한다 잠깐 내 볼을 잡고 가는 바람에 다닥다닥 붙은 것이 있다 나는 혼자 뛰고 있는데 돌아보니 설탕가루가 하얗다 돌고래는 이따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라진다 주로 혼자 있네요 몸에 칼을 대면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요 풍선처럼 매달려 있어요 천궁을 읽는 사람의 말에 움찔하고 불이 붙던 발바닥 불타는 발로 어린 잔디를 밟고 하나 둘 셋 번지 땅 아래로 뛰어들 수 있을 것처럼 종종 자고 일어난 자리에 검게 탄 설탕이 떨어져 있다 침대 아래, 아래, 그 아래로 느리게 설탕은 흐른다 연결하는 것처럼 하나의 밧줄에 매달려 있는 방울 방울들 어디까지 너이고 어디까지 나인가 굳은 얼굴로 마주 보는 우리는 왜 이리 긴가

  • 관리자
  • 2024-07-01
생강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