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포옹

  • 작성일 2009-11-27
  • 조회수 1,501

포옹

김륭


돼지는 문밖에 나와 있었다. 삼겹살집을 나서는 그녀가 아휴, 냄새

잔뜩 인상을 찌푸리기 전부터 돼지는 킬킬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던 입술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기 전부터

변기 위에 앉아 서둘러 넥타이를 풀고

몸밖에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돼지는 몸을 식탁이 아니라 침대에 바쳤다.

갈고리 맞은 잠과 잠에서 발라낼 수 없는 꿈의 간곡한 체위를 위해

혈맹을 다짐하는 돼지, 몸을 연애에 바친 눈빛은 길 건너 은행나무 밑동을

흔들어놓을 만큼 집요하고 꿉꿉하다. 킁킁 코를 지우는 그녀가

마침내 살을 버리고 꽃이 될 때까지

이쑤시개 하나로 달을 피워 문다. 길가에 버려진 베고니아화분처럼

붉게 타오르지 않는 그림자가 마른 구덩이 하나로 움푹 꺼지는

시간의 비탈, 내가 그녀에게 바쳤던 키스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입만 살아 불편했던 부족들의 부장품이 되어

달콤해진 골목의 무릎을 다치게 하고

돼지는 나보다 뜨겁다. 나보다 먼저 코피가 터졌고

그때마다 나는 양치기소년이 되어 울고

화분에 물주는 것을 깜빡 잊어버린 그녀를

철철 피 흘리게 하고

그러니까 돼지와 나는 그녀를 울어주고 싶은 게 아니라

물어주고 싶은 것이다.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사랑해 죽도록, 이건 말이 아니라 살이다.

심장이 죽음에 들러붙은 돼지의 고백은 달을 흘러넘쳐

살이 타는 냄새에 민감한 그녀의 모성애를 흔들 수도 있으므로

나는 돼지를 죽였다. 그녀가 샤워를 하는 동안

비로소 돼지의 전부가 된 나는

그녀의 그림자부터 끌어안는다. 와락,

전생에 파놓았던 구덩이처럼

김륭

추천 콘텐츠

시럽은 어디까지 흘러가나요

시럽은 어디까지 흘러가나요 손미 자연의 고정된 외곽선은 모두 임의적이고 영원하지 않습니다 - 존 버거 번지점프대에 서 있을 때 내 발바닥과 맞대고 거꾸로 매달린 누가 있다 설탕을 뿌리자 볼록하게 서 있던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것 하늘에서 우수수 별가루가 떨어져 나는 너를 용서해야 한다 잠깐 내 볼을 잡고 가는 바람에 다닥다닥 붙은 것이 있다 나는 혼자 뛰고 있는데 돌아보니 설탕가루가 하얗다 돌고래는 이따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라진다 주로 혼자 있네요 몸에 칼을 대면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요 풍선처럼 매달려 있어요 천궁을 읽는 사람의 말에 움찔하고 불이 붙던 발바닥 불타는 발로 어린 잔디를 밟고 하나 둘 셋 번지 땅 아래로 뛰어들 수 있을 것처럼 종종 자고 일어난 자리에 검게 탄 설탕이 떨어져 있다 침대 아래, 아래, 그 아래로 느리게 설탕은 흐른다 연결하는 것처럼 하나의 밧줄에 매달려 있는 방울 방울들 어디까지 너이고 어디까지 나인가 굳은 얼굴로 마주 보는 우리는 왜 이리 긴가

  • 관리자
  • 2024-07-01
생강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