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호사(豪奢)
- 작성일 200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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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사(豪奢)
고 영
홍수에 휩쓸려 온 1톤 타이탄 한 대가 다리 난간에 걸쳐 있다.
일방통행 강물에 전복된 저 트럭,
주인만 황급히 피신 시킨 채로, 문짝이 떨어진 채로, 쓰레기더미를 뒤집어쓴 채로,
속력을 잃은 바퀴가 속절없이 급류의 속력을 견디고 있다.
바퀴마저 남아 있지 않았다면 한낱 고철덩어리로 보였을 저 트럭,
수많은 이삿짐과 건축 자재들을 싣고도 위풍당당하게 도로 위를 질주하던 저 트럭,
참으로 황당했겠다, 어안이 벙벙했겠다.
적재정량보다 몇 배나 많은 짐을 싣고도 군말 한 번 없이, 묵묵히,
오직 제 몸뚱어리에 의지해 겨우 건사하던 운명이, 타고난 시지프스의 빌어먹을 운명이
별안간, 정말 본의 아니게
강물의 등에 실려
난생처음 무동을 타는 호사를 누렸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저 만신창이 트럭처럼,
굴러야 할 바퀴도 다 터지고, 속도도 잃고, 번호판마저 뜯겨 나간 저 트럭처럼,
어리둥절 황홀경에 빠져 있을 때가 있다.
뒤바뀐 처지가, 운명이 어색했는지 아님 질주의 본능이 꿈틀거렸는지 저 타이탄 트럭,
다리 난간에 걸려서도 전조등이 강 상류를 향해 있다.
깨진 전조등 틈새로 젖은 햇빛이 웅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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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7-01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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