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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사(豪奢)

  • 작성일 2007-11-27
  • 조회수 1,883

슬픈 호사(豪奢)

고 영


홍수에 휩쓸려 온 1톤 타이탄 한 대가 다리 난간에 걸쳐 있다.

일방통행 강물에 전복된 저 트럭,

주인만 황급히 피신 시킨 채로, 문짝이 떨어진 채로, 쓰레기더미를 뒤집어쓴 채로,

속력을 잃은 바퀴가 속절없이 급류의 속력을 견디고 있다.

바퀴마저 남아 있지 않았다면 한낱 고철덩어리로 보였을 저 트럭,

 

수많은 이삿짐과 건축 자재들을 싣고도 위풍당당하게 도로 위를 질주하던 저 트럭,

참으로 황당했겠다, 어안이 벙벙했겠다. 

적재정량보다 몇 배나 많은 짐을 싣고도 군말 한 번 없이, 묵묵히,

오직 제 몸뚱어리에 의지해 겨우 건사하던 운명이, 타고난 시지프스의 빌어먹을 운명이 

별안간, 정말 본의 아니게

강물의 등에 실려

난생처음 무동을 타는 호사를 누렸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저 만신창이 트럭처럼, 

굴러야 할 바퀴도 다 터지고, 속도도 잃고, 번호판마저 뜯겨 나간 저 트럭처럼,

어리둥절 황홀경에 빠져 있을 때가 있다.


뒤바뀐 처지가, 운명이 어색했는지 아님 질주의 본능이 꿈틀거렸는지 저 타이탄 트럭,

다리 난간에 걸려서도 전조등이 강 상류를 향해 있다.


깨진 전조등 틈새로 젖은 햇빛이 웅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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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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