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베케이션 빛

  • 작성일 2017-12-01
  • 조회수 3,224

베케이션 빛

주하림


깨진 글라스가 모래사장에 흩어져있어
타버린 깃털 태양은 탈주하기 좋은 벌판
넘어지면 몸은 어디에 숨길까
다쳤어? 지옥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니니까
자고 일어나면 모르는 상처들이 생겨나 꿈속에서는 걷기만 했다
요즘 같은 때는 호수에서 나오기 힘들어
그의 태도 그가 떠난 후 해변으로 도시로 맴도는 패턴


위험하다고 생각 안 해봤어요? 나 위험할 수도 있어요 너 정도는 이길 수 있어 그것은 다른 나를 의미하는 것이겠지 동지가 필요해지면 사랑한다는 말은 얼룩이 된다 너의 시선을 외면할 때 태어나는 장면들
메마른 희망을 갈망으로 바꾸는 법을 가르치고
심장을 사로잡네, 사랑이 그의 얼굴에서 근심을 치울 때마다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 빅토리아 콜론나의 시를 읽어주는 그와
백사장 말라가는 하얀 산호들 블론드 온 블론드가 흐르는 그와의 입맞춤 해변의 밤은 헬레나 스타일이나 드랙퀸으로 주말에는 화가로 지내 하루는 철제 샤워부스 안에서 우리는 잭나이프로 서로의 가슴을 찢어주었어


삼일 중 이틀은 해변 맨션에서 화판을 초상화로 채웠다 아침이면 피부가 차가워진 룸메이트가 돌아왔다 누가 얼굴에 기름을 뿌렸어 장사를 망쳤어? 히스패닉계 친구가 너를 어떻게 불렀는지 기억나? 슬픈 눈Purple eyes·· 초상화는 그리지 않기로 했잖아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을린 우주·· 속이 비치는 해파리가 항구에 널려 있다 떠나기 전까진 그 여자가 제일 불쌍했어요 진짜 만나게 될 줄 몰랐어요 항구에서 보고 당신을 찾아다녔어 깨진 조가비 검은 숨 검은 모래가 침대에서 부서진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녹슨 다리 아래, 흐르는 물에 누우면 어떤 희미한 한 때도 내게는 행복한 한때였다 해변의 사 층짜리 맨션 빛 없는 복도
젖은 발자국 손끝에서 타들어가는 마리화나
몇 개의 지루한 날들
몇 개의 펄스pulse
마지막 여름 당신이랑 있으면 진정이 안돼요 지난 해 이별 지난 여름
사 층짜리 아파트 발코니 밖으로 흩어지는 모래 너를 만나 태풍에 씻겨나간 모래들 네게 오는 순간들 네게 오는 순간을 두려워하면 안 돼 시간은 멈춰있지 않아 * 키스보다 자꾸 얼굴을 바라보게 돼 석양에서 튀어나온 손이 모래알이 붙은 등을 쓰다듬는다 내게 오는 순간들 오지 않는 순간들

* 영화 「While We Were Here」중에서.

추천 콘텐츠

내가 그때 알던 물

내가 그때 알던 물 김미령 미안해요 하려던 말을 잊어버렸어요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내가 하려던 말은 나를 남겨 두고 혼자 걸어가 지금쯤 집에 다다랐을 것이다 한동안 우린 물 위의 오리를 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리가 아니었고 눈앞에 호수는 있지도 않았고 아까부터 저기서 우릴 향해 짓궂은 표정을 짓던 아이가 의자에 드러누워 테이블을 차기 시작했다 피곤한 날이군 하늘은 점점 흐려지는데 이쯤이면 이제 우리 중 누가 물을 엎지를지도 괜찮냐고 거듭 미안하다고 말하며 급히 닦다가 다시 컵을 깨뜨리기도 하면서 이런 날이 처음은 아닌데 이 장면들 중 내 기억이 아닌 것은 무엇이고 곧 다가올 경험은 또 무엇 휴일 아침은 탁자 위의 물방울 하나에서 흘러나와 시간의 앞뒤로 무한히 뻗어 가는데 어디선가 자동차 경보음이 들렸다 어제의 꿈에서인지 근처 주차장에서인지 그 소리는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았고 좀 걸어 볼까요? 우리는 먼길을 돌아 호수공원까지 갔다 오리배들이 밧줄에 묶여 목을 까닥이며 무언가 아는 흉내를 냈다

  • 관리자
  • 2024-10-01
외출

외출 김동균 양우산을 쓴 사람.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얼굴이 있을 거야. 양우산을 접어도 있을 거야. 초콜릿도 먹고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으면 입꼬리에도 묻을 거야. 가방에서 티슈를 찾을 땐 한쪽 어깨를 올리고 목과 어깨 사이에 우산대를 끼우고 있을 거야. 티슈가 없다면 창피한 모습을 가리는 데도 양우산이 쓰일 거야. 아무튼 있을 거야. 없다면 찾을 때까지 양우산을 쓰고 얼굴을 붙인 다음 양우산을 접을 거야. 결국에는 집에 들어갈 거야. 방에서는 드러날 거야. 양우산을 쓴 사람. 한밤에 불을 끄고 잠에 드는 사람. 잠들기 전에 얼굴을 떠올려 볼 거야. 전원이 꺼진 모니터에 검은 얼굴이 비칠 거야. 거울 앞에선 적나라하게, 냉장고 문을 닫을 때마다 얼핏얼핏. 그러나 모르는 사람의 이마와 눈과 귀를 어디서부터 조립하고 어떻게 떠올려야 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양우산을 쓴 사람은 양우산을 쓴 사람으로 깜깜하게 있을 거야. 양우산이 있는 사람은 모두 양우산을 쓴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거야. 죄다 얼굴이 있을 거야. 없다면 찾을 때까지 양우산을 쓰고 있을 거고. 얼굴이 생기지 않는다면 가마솥더위에 밖으로 나오지는 않을 거야.

  • 관리자
  • 2024-10-01
예체능

예체능 김중일 망친 도화지를 찢었어. 물통에서 그만 잠이 넘쳤거든. 잠이 넘쳐서 흘러나온 그림자를 과자부스러기처럼 빨아들이는 여진들. 그걸 목격한 동공 지진. 붓을 든 채 깜빡 졸던 중에, 그만 졸음을 스케치한 여진들. 찢긴 도화지에 난 여진들. 여태 최적의 비율을 찾으려 바람과 바다는 서로 섞이며 물타기 하는 중. 수평선에 줄타기하는, 바다를 찾은 뭍사람들의 상념들. 하루에 한 장씩 찢겨 나가는 실패한 그림들. 무슨 소리, 찰나의 한 장이라는 말. 여태 지구를 그리고 있는 삼색 볼펜은 알다시피 해와 달과 그리고 그림자를 그리는 발. 기본적으로 그림자를 잘 그리는 것이 그림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그림자 선생님이 말했어. 명보다는 암이나 잠을 잘 그려야 하듯. 잘 써야 하는 색깔은 엷은 투명, 짙은 투명, 흰 투명, 검은 투명 등등. 오늘의 주제처럼 주어진 오늘의 물감. 해를 쥐어짜자 발끝에서 흘러나오는 엷은 밤. 확인 불가능한 찰나 떠오르며 대기 중에 녹아버린 러닝 타임이 담긴 숫자. 미술 시간 끝난 건가요 묻지도 못하고 일단 달렸어, 내가 아니라 미술 시간에 내가 열심히 그리던, 머리 팔 팔 다리 다리 의도치 않게 온몸이 손의 형상을 한 그림자가 나를 바통처럼 꼭 쥐고 이어달리기. 그림자가 낀 장갑처럼 젖은 내 옷. 미술 시간의 여진인지 한여름의 초록이 짙어지며 갈빛을 띰. 검정은 가장 짙은 초록. 그려진 궤적을 따라 하루 한 바퀴 도는 트랙. 밤의 건물 안을 통과하는 찰나의 하룻밤. 나를 나에게 건네다가 그만 떨어뜨림. 떨어져 뒹구는, 바통처럼 꼭 쥐고 있던 기억. 실수도 루틴. 건물 안에 침대를 들이고, 떨어진 바통처럼 침대에 뒹굴며 황망히 관중석에 빼곡히 놓인 잠을 열어 보지만, 열리지 않는 잠. 잠을 청해 보지만, 응하지 않는 잠. 이루지 못한 잠. 높이 쌓지 못한 잠. 반듯이 세우지 못한 잠. 그것은 당장은 달리기를 멈추는 것처럼, 불가능. 함성처럼 흩어진 잠이, 일으켜 세우지 못한 잠이 대신 그림자가 되어, 잠시 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 나를 줍고 다시 꼭 쥐고 건물 밖으로 내달리기 시작. 그림자의 손에 매달려 나뭇가지의 참새처럼 종일 재잘거린 나. 여름 나무의 이파리들이 뜬눈의 눈꺼풀처럼 깜박이고 있어. 그 눈꺼풀 안에 얼음 눈동자들은 폭염과 여름 때문인지 녹아 사라졌어. 내 눈동자를 나무 이파리 안에 넣어 주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그림자가 초록색인 걸 알 수 있어. 오늘의 기록은 단축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어, 그것이 상관없다는 걸. 열심히 그려도 잠도 그림자도 늘 미완성, 그래서 손가락이 겨우 다섯 개뿐이라 자꾸 불면의 나를 밤중에 떨어뜨리는 것도. 초록 옷의 그림자야 널 탓하는 건 아니야. 그저 달리는 네 손에 매달려 살짝 멀미가 나는데, 검은 눈동자 같은 나무 그늘 속에 빠진 눈썹 한 올처럼 붙어 잠깐 찌르고 싶어. 거슬리게 하고 싶어. 아무라도 눈물 나게 하고 싶어.

  • 관리자
  • 2024-10-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