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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당신을 더 이상 꿈꿀 수 없을 때

  • 작성일 2013-12-09
  • 조회수 1,432

그때 내가 당신을 더 이상 꿈꿀 수 없을 때

김윤이


그때 내가 더 이상 당신을 꿈꿀 수 없을 땐 국물 묻은 제 일기를 들려주겠어요 나만이 소장한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한 책 실은 채워 넣었으나 무얼 적어도 공란 같던 매일을, 그때 내가 더 이상 당신을 꿈꿀 수 없을 때 나를 작파하여 사랑했던 책을 몸 팔듯 잊고 끼니를 떠먹을 때마다 밥알이 식도를 타고 위장을 타내려가는 당연한 주중의 요일들일 때 게다 내 특별한 당신까지 좀 또 잊은 듯해 용기(容器)에 얼굴 박고 울고 싶을 때 당연시되는 남남으로 그리 사랑의 명줄이 끊겼을 때 저의 나날을 좀 알려주겠어요 실은 무얼 넣어도 창자가 달라붙던 공복의 그날을,


저지난밤 꿈에 실은 저지난해 허물어진 백반집에 갔어요 이별의 근린에서 멸치육수를 마셨어요 시원하게 뽑아낸 육수가 나도 당신에게 해먹이고 싶은 맛이어서 꺼이꺼이 울었어요 황량한 풍경 속 폐허를 따라 걷는 행인을 봤나요 애인에게 매달려 줍쇼, 하는 걸인처럼 동냥을 해 사랑하는 여잘 봤나요 그 여자가 나예요 이 세상의 멸시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걸까요 몇 차례 울궈먹는 얘기여도 그리 말할래요 당신은 공히 한 세월을 이어 가던 내 일기 같았어요 먼저 사랑한 건 그였나요 혹은 나였나요 혹은 꿈에도 몰랐던 내 꿈이었나요 근심의 실꾸리가 풀리고 당신의 온기가 채워진 무렵이었나요 무엇인가요 무엇인가요 무엇인가요 남겨 두고 떠난 적산가옥 몸 한 채로 살아지게 하는 건 누구인가요 차마 주저앉을세라 갈 수도 올 수도 없이 살아지게 하는 건 누구인가요


내 오랜 서적에서 내처 잤던가, 속알 창시 적는 노릇도 그만 했음 좋겠네 아아, 당신 야박스레 예삿일로 넘긴 일 그러나 난 한때 식음을 전폐한 일 그러고서도 결별 못 한 나와 내 이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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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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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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