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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간공간

  • 작성일 2013-12-02
  • 조회수 1,816

성간 공간

김중일


*

성긴 별과 별 사이의 가리어진 별에는
부재자의 외투가 걸려 있다.
서울의 밤하늘에는 푸른곰팡이 핀
부재자의 외투가 걸려 있다.


단식을 하는 그와 과식하는 나 사이. 옥상과 옥상 사이. 철탑과 철탑 사이. 무덤과 무덤 사이. 지구 반대편 폭격과 폭격 사이에 내걸린 부재자의 잿빛 외투 속에서, 오늘은 우주선이 솟구쳐 오르는 마술이 상연되었다.
농성장에 불시착한 우주선. 채집한 바람의 체중을 손바닥에 기록하며 코스모스 꽃잎 위로 내려앉은 외계인에게, 반파된 우주선으로 인해 상심하는 외계인에게 나는 지구상의 모든 문명의 집약체인 백지 한 장을 건넸다.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하루와 하루 사이를 잇는 길고 광막한 자정의 플라스마를 통과할 수 있는, 종이비행기 접는 법도 알려줄 것이다.


*


나는 누가 내다버린 작은 의자에 앉아 있다. 내 무릎과 무릎 사이로 꽃과 나비와 여치들이 타닥타닥 푸른 불꽃처럼 튀어 올랐다. 돌무덤 같은 내 무릎 속에는 귀뚜리가 밤새 울고 멸종된 별이 묻혀 있다.
그를 등에 업고, 그의 무릎 사이를 숨 가쁘게 걷고 있다. 그의 무릎과 무릎 사이는 별과 별 사이처럼 멀고, 그는 그 공간을 가득 채우는 정적만큼 무겁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미농지처럼 떨리는 밤하늘에 손가락 끝으로 뚫어 놓았던 별. 별과 별 사이에 이별 이후 내내 걸려 있던 부재자의 외투 한 벌을 겨울나무처럼 앙상한 그의 어깨 위에 걸쳐 주었다.
만남과 이별 사이. 시선과 시선 사이. 어제의 죽음과 내일의 죽음 사이. 세상 모든 사이로
오늘 그는 내 왼쪽에서 걷고 있다.


내 왼쪽 어깨와 그의 오른쪽 어깨 사이
단차 큰 계단이 있고
계단을 밟고 다락으로 오르는 별이 있고
그의 왼쪽 어깨와 내 오른쪽 어깨 사이
비 오는 하루가 통째로 들어차 있고
그의 왼쪽 어깨에서 시작되어 지구를 한 바퀴 휘감고
내 오른쪽 어깨로 이어진 무지개가 있다.
성간풍에 휘날리는 부재자의 외투 안주머니에는
내가 태어나기 직전에
그가 훔쳐간 내 심장이 아직 뛰고 있다.
그가 백지로 접어 날린 종이비행기에 올라타고
지금 난 성간 공간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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