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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 작성일 2024-06-01
  • 조회수 690

   생일


전영관


   아버지는 청양 출신 삼류 투수였다

   쓰리볼 카운트에서 직구로 강판을 면했다 

   지명타자는 종신직이더라도 

   허탈함은 피할 수 없었다 

   한 번 더 던졌는데 볼이었다

   볼넷이 된 아버지는

   1남 4녀라는 성적을 만회하느라 

   손가락 물집이 그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는 아들 

   볼은 딸이라는 

   가부장적 편견도 만담(漫談)이 되었다

   투수는 자신이 던진 공을 자식처럼 여겨야 한다는 

   스포츠 정신도 포함되었다

   던진 투수보다 

   받아낸 포수가 죄인이 되는 시절이었다


   빈곤, 실직 같은 백네임 붙인 강타자들이 

   아버지를 괴롭혔다

   선수는 관중이 자신만 보는 것 같아서 

   자신을 잃고 

   그들은 자신의 맥주와 치킨을 

   즐길 뿐이다

   홈런볼을 받으면 행운이 온다고 하지만 

   호되게 맞아 멀리 날려간 공인 것이다 

   개중 불행한 주인공을 받은 셈인데

   사람들은 부러워한다 

   현자는 선수에게 돌려준다

   불행은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것 같아도 

   그럴 만한 곳에 찾아오는 불청객이었다


   수비수 전체를 관장해야 하는 어머니 

   슬픈 포수, 어머니와 처음 만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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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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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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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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