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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 작성일 2014-01-27
  • 조회수 673

달이 휘면
바다는 몽유병처럼 빠져나간다
적요의 갯벌

저마다 갈증으로
뻘이 아우성치면
게는 진흙 구덩이에서
시커먼 열쇠꾸러미를 쥐고서
수평선을 비틀거린다

안개는 밤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바다 자국을 핥다가
바다가 통째로 비어있자
망연자실한다
망둥이가 밤을 비비며 잦아진다

웅덩이에서 조는 별에게
소년은 물었다
바다는 왜 목마르게 하는가
나방 하나가 스친다

등 굽은 안개의 혓바닥이
고인 물을 날름거린다
이런 해갈은 곱으로 부석거린다는 것을
소년은 잘 알고 있다

멀리서 새 욕망이 킬킬거리며 밀려온다
곧 바다는 개의 혀처럼 감길 것이다
소년은 뻘의 흡입을 떼어내며
언덕으로 향했다

궁리에 궁리 끝에 소년은
물의 부재와 충만이 제 몸의 피의 순환임을 깨닫고
사구에 동이 트도록 엎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