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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코 코...콩 나나나 무 무 물.

  • 작성일 2014-01-20
  • 조회수 576

코 코 코...콩 나나나 무 무 물.

어제 작업장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내가 들어왔다.

따듯한 전기장판에 앉아있는 아내.

“내가 전에 죄에 빠져서 평안함이 없을 때....주의 영이 함께 하시네~”

나는 가끔 아내의 이름이 많이 들어있는 이 찬송을 부르며 하고 싶은 말을 노래 가사로 바꿔 부르기를 했다.

나는 ‘노가바’를 하다가 문득 낮에 걸려온 전화의 작은 형님이 생각났다.

“도 도도동생 나나나 벼벼 병원에 가가가 야하는 디 도도돈 사사삼 마마만원 만 비비빌....”

어찌나 더듬는지 도통 알아듣기 힘들고 형제간이라 해도 인내가 필요한 형의 말을 겨우 알아들었다.

‘병원을 가야 하는데 돈 3만원이 모자라서 그런다. 자식들한테 손을 벌리기도 미안하여 너한테 부탁하니 빌려 줄 수 있냐?’ 라는 내용이었다.

건강상 이발소를 그만두고 백수로 지내니 쓸 돈도 부족하고 말을 더듬으며 부탁을 하는 형이 짠해서 눈물이 났다.

나는 울먹이는 말로 겨우 대답을 했다.

“형....알았어~ 부쳐줄게.....”

그 말이 떨어지자 형은 고맙다며 울고 나는 더욱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들어야했다.

내용을 정리해보면 ‘동생 언제인지는 몰라도 내가 꼭 갚을 게’였지만 ‘자자자장에 떨 떨떨....’로 압축되는 말은 도저히 해독이 안 되는 암호였다.

이때 대화내용을 눈치로 직감한 아내가 형의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하더니 얼마를 더 얹어 바로 계좌이체를 시켜 주시니(?)어찌 고마운 일이 아닌가.

그러니 내가 아내이름이 많이 들어가는 찬송가로 바꾸어 불러 주어야 하지 않은가.

“내 가 내가 언제나 평안함이 없을 때.....주영이가 함께 하시네~”그렇게 불러 주었다.

 

작은형은 일곱 살 까지만 해도 정상적인 소년이었다.

어느 날 엄마의 심부름으로 콩나물을 사러갔다가 콩나물을 사오지 못하고 울고 들어왔다.

엄마가 묻는 말에도 울기만 할뿐 대답을 못했다.

“코코코코 콩 나나나나 무......”

콩의 첫 자가 나오지 않아 더듬다가 돌아온 형은 그때부터 ‘말더듬’이가 되어 버렸다고 했다.

형은 놀림감이 되었고 학교가기를 두려워하여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이발소에 취직을 하였다.

형은 청년이 되고 돈이 모아지자 어느 날 밤 갑자기 엄마에게 통보를했다.

“오오오옴마 나 서서서서울 가서 마마마말 고고고고쳐 올 께요”

엄마에겐 아들이 서울을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형은 신문에 나온 광고‘말더듬 교정’을 보여주고 온 가족이 울면서 바라보는 보따리를 싸들고 서울로 떠났다.

그리고 1년 후에 돌아온 형은 더 건강하고 더 하얗게 잘생긴 청년이 되어 돌아왔다.

형은 온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한권의 책을 꺼내더니 누가 더 말을 잘하는지 내기를 하자고 해서 우리 여덟 식구는 훈련된 조교로부터 시범을 들었다.

“맑은 달과 밝은 달은 맑은 달이 밝은 달보다 맑고 밝은 달과 맑은 달은 밝은 달이 맑은 달보다 밝다. 저 말 말뚝은 말 맬만한 말 말뚝이냐 말 못 맬만한 말 말뚝이냐. 뜰에 간 콩깍지는 깐 콩깍지이냐 안깐 콩깍지이냐”

달변의 형 앞에서 우린 모두 입이 벌어지고 말더듬이가 교정된 형의 모습에 놀라고 좋아하며 그 말놀이는 밤마다 우리 집의 심심풀이로 행하여졌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영화배우를 닮았다며 ‘신성일’이라고 불렀던 형.

언어를 교정 했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한 어눌한 형의 언어구사는 성격을 급하게 쓰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 버리는 반복 속에 말더듬이로 군대를 가던 날 우리 식구들은 울었다.

훈련을 마치고 배치를 받기위해 전주 역전에서 기차로 갈아탄다는 소식이 와서 온 식구가 달려갔다.

군인들을 실은 트럭이 역전 입구에 꽁무니를 대자 배낭을 멘 군인들이 높은 트럭에서 뛰어 내려 안으로 들어가고 잠깐이라도 가족의 얼굴을 보려고 구름떼처럼 몰려든 인파속에서 나도 형의 모습을 보려고 사람들을 밀쳐대며 겨우 버티고 있었다.

곁에서는 이를 통제하는 계급 높은 군인이 “빨리 들어 갓”하고 뒤도 돌아보지 못하게 소리치고 이때 쏟아져 나오는 군인들 속에 작은 형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형을 불렀다.

“형 형 작은형.”

그 짧은 순간에 형은 나를 돌아보며 “나 간다.” 하고 웃으며 사라졌다.

형은 제대를 하고 한평생 이발소를 하며 보냈는데 솜씨가 어찌나 빠르고 잘하는지 널리 알려져 손님도 많았다.

어느 날. 식구들은 공짜로 해주는 형의 이발소에 갔더니 전경 대원을 가득 실은 전경 버스가 이발소에 꽁무니를 대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알고 보니 형은 몇 년째 전경들을 무료 봉사 이발을 해주고 있었으며 이발소 벽에는 전주 경찰서장의 상패가 걸려 있었다.

 

형은 말을 더듬는데도 착하고, 예쁘고, 키 크고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은 처녀가 작은형을 사랑하였다.

그런데 처녀의 부모는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말을 더듬는 다는 사실을 알고 헤어지라고 하여 처녀는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여 위세척을 하러 병원에 실려 갔다.

마음이 여리고 착한 형은 처녀의 부모님이 두려워 가보지도 못하고 전전 긍긍하다 나더러 그 동네에 가서 알아보라하여 일주일이나 그 집 주변을 서성거리며 처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월남치마에 그 처녀가 나왔는데 내가 반할만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내가 부모님 감시를 피해 꼭 찾아가서 형님을 만날 거라고 전해 주어요.”

날마다 약간 느린 전라북도 말씨만 듣다가 사투리가 섞이지 않은 표준어를 구사하는 그 말 한마디에 그 처녀는 내 마음속에 ‘착한 이방인’으로 남아있다.

형은 결국 처녀 부모님의 반대로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끝나고 다른 처녀와 중매로 결혼을 하였다.

 

나는 ‘노 가 바’ 찬송을 부르다가 갑자기 성경에서 말 못하는 자를 고친 기사와 이적이 떠오르고 신께서 인간을 창조한 목적 하나가 떠올랐다.

“나를 찬송하게 하려 너희를 창조 하였느니라.”

“그렇다! 나뭇가지도 손을 벌려 창조주를 찬양하고, 바람도 숨소리로 창조주를 찬양하지 않는가?”

“만물 중에 가장 뛰어 나게 창조한 사람인 말더듬이도 입술이 있는데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로 찬양하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어찌 가진 입술로 노래를 못하랴!”

나는 무슨 특별한 계시라도 받은 듯 늦은 밤에 형에게 전화를 했다.

“형, 형 찬송가 할 줄 알어? 아참 교회를 안다니니까 못하지 그럼 유행가 할 줄 알어?”

“아아아니 다 다다 까까까먹었어~어 허허허허”

“그래도 아는 것 하나라도 있을 것 아녀?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든가.”

“모모모 몰 라~”

“알았어, 근데 내가 형 말을 통 못 알아들으니까 답답하지만 형도 무척 답답하지?”

“그그그 렇지 야야 주주주주죽겄다야”

“형 내 말을 잘 들어봐~형이 말을 할 때 노래하듯 천천히 리듬을 타면서 말을 하면 잘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했거든?”

“그그 근디”

“그러니까 사람들하고 말할 때 노래하듯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절대 창피하게 생각 하지 말고 텔레비전에서 보면 세상에 이런 일이 있지?”

“아, 그그그 거?”

“거기 보면 별별 희한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많은데 이제부터 형은 말을 노래로 하는 거야 그래도 사람들은 형이 말을 더듬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겠지 할 거 아녀?”

“그 그그그야 그지~”

나는 형제사이의 금기어였던 ‘말더듬이’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며 형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형, 나 따라서 노래를 불러봐~”

“야, 허허허 채채채 챙피”

“시작 하네 형, 천천히 따라 해봐~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허허허허”

“형, 봐봐 하잖아 됐잖아 한자도 안 틀렸어~ 하하하하 그렇게 노해하듯 하면 돼~ 이제부터 형이 아는 노래 하나를 연습해서 그 노래에다 가사를 말로 바꾸어 부르면 돼~ 안 그래?”

“그 그 그려~어 허허허허”

 

나는 사망의 골짜기를 지나온 복음에 웃음이 터지고 형도 기쁜 웃음이 터지고 내가 시키는 대로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따라한 형이 아끼는 동생처럼 사랑스러웠다.

나는 가슴속에서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올라 다시 한 번 이 사실을 확인하려고 했다.

“형이 찬송가를 알면 더 좋을 텐데 모르니까 이번엔 창으로 한번 해보게~”

형은 젊은 시절에 집안에 경사가 있으면 등에 수건을 둘둘 말아 넣고 입을 비뚤며 양손에 수건을 들고 병신춤의 일인자라 불리던 ‘공옥진의 곱사춤’ 흉내를 잘 내었는데 엄마는 병신 흉내를 낸다고 몹시 싫어했지만 너무 흡사해서 웃었던 기억이 떠오르고 리듬을 잘 타던 형이라 창처럼 말을 하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었다.

“형 내가 짧게 할테니 너무 처음부터 길게 많은 말을 한꺼번에 하려고 하지 말고 마음 급하게 먹지 말고 따라해 봐~”

“아아 아 알았 어~”

“내가 형에게 지금 뭐해? 하고 물으면 나 텔레비전 보고 있다 그러겠지? 자 시작할게?”

나는 말을 마치고 노래를 불렀다.

“텔레~비젼 보고~ 있따.”

“텔레~ 비젼 보고~ 있따. 허허허 된다된다 어 허허허허”

“바바바 되잖아 형 하하하...”

나는 욕심에 형에게 더 긴 말도 시키고 싶었는데 시계를 보니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전화를 끊어야 하겠기에 마지막 말은 걸었다.

“형 이제 잘 시간이거든? 우리 노래나 한곡하고 잘까? 나 따라서 해봐. 나~아 잘께.”

형은 나를 따라서 노래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아 잘께.” 뚝!

전화를 끊고 이 기쁜 소식을 알리고 싶어 조크와 달변의 일인자인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동생은 자기 교회 집사님들이 은혜를 받아 나오는 방언들을 세 사람이나 흉내를 똑같이 내는 장난을 하여 목사님 부부는 배꼽이 성할 날이 없다고 하셨다.

목소리 톤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넘나들며 해대는, 한마디로 웃기는 동생이다.

나는 저녁에 일어난 일을 말하고 이제부터 우리 식구들이 형하고 말을 할 때 노래로 하자는 내용을 알렸다.

그러자 동생이 즉각 노래로 화답을 했다.

“아 알겄다 허이!”

그리고 동생은 작은 오빠와 엊그제 나누었던 대화를 들려주었다.

“오빠, 작은 오빠가 돈도 없고 그리서 장애인 등급을 받으러 갔는디 아 글씨 떨어졌디야~”

그랬다. 내가 암호처럼 풀지 못한 ‘자자자장에 떨떨떨떨’은 장애 등급을 받으러 갔는데 떨어졌다는 말이었다.

역시 웃기는 동생은 달변가에다 이번엔 ‘통역사’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전화를 끊고 나니 형에게 가르쳐줄 노래가 갑자기 생각났다.

텔레비전에서 많이 듣던 이 노래 하나면 돈도 못 벌고 까먹기만 하는 백수라고 형수씨가 바가지를 긁으면 형수씨를 향해 더듬지 않고 똑똑하게 한마디라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누라 마누라 열내지마~마누라 마누라 열내지마~ 백수~라도 조오타~”

형이 정말 잘할 수 있을까?

“형님, 정말 형님을 많~이 많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