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문학집배원 문장배달 - 한창훈 소설가의 인삿말 입니다.
- 작성일 201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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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문장배달 - 한창훈 소설가
소설가 한창훈
" width="335" height="443" class="size-full wp-image-169014" /> 안녕하십니까. 소설가 한창훈입니다.드디어 제가 배달부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되고 싶었던 직업 중 하나가 짜장면 배달부였습니다. 섬에서 나고 살다가 10살에 항구도시 여수로 이사를 가서 짜장면을 처음 먹었죠. 아주 환장할 맛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짜장면 배달부에게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정화반점이 있었습니다. 그 집에도 배달을 전담하는 청년이 있었는데 그가 배달통을 들고 지나가면 맛있는 느낌, 맛있는 냄새가 통째로 풍겼습니다. 그가 이동을 하면 어느 집, 또는 어떤 한 사람이 기분 좋게 배고픔을 면하게 된다는 사실도 근사했죠. 어느 누구를 보며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제가 이러저러한 일을 여러 가지 하며 살았는데 그 와중에도 불운하여 짜장면 배달부는 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신문사 지국을 하던 후배가 신혼여행 갔을 때 일주일간 신문 배달 해본 게 그쪽 일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문장을 배달하는 직책을 맡게 된 것입니다. 인간승리입니다.
여러 해 동안 선배 후배 작가들이 이 배달 일을 해왔기에, 그리고 그분들이 훌륭하게 이 일을 수행해왔기에 걱정이 듭니다. 최소한 짜장면 한 그릇의 맛과 포만감을 전해 드려야 하는데 그것도 걱정이며 좋은 작품들 또한 이미 배달 완료 되었기에 그럼 난 무엇을 배달해야 하지, 솔직히 이런 고민도 들었습니다.
“좋은 음악은 한정 없이 많아요.”
예전에 ‘두시의 데이트’에서 DJ 김기덕씨가 했던 말입니다. 그렇죠, 한정 없죠. 음악뿐이겠어요? 좋은 작품과 문장은 또 있고 더 있기 마련이죠. 아무리 낚아내도 바다에 또 다른 고기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일 년 동안 찾아가겠습니다. 벨을 몇 번 울릴 지는 아직 못 정했습니다만 오토바이 타고 육지의 소식과 선물을 전하는 우리 마을의 우편배달부처럼,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santih santih santih (=peace)
- 남쪽 바다 섬마을에서 한창훈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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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한창훈 소설가님 책 좋아해서 생각날 때마다 꼭 찾아서 읽는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ㅠ